9월 14일 새벽 2시.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
빽빽하게 들어선 트럭들과 그 사이를 헤치는 리어커, 도매와 소매 준비를 하는 상인들과 물건을 싣고 나르는 인부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사실 새벽 2시는 가락동 시장이 한창일 때이다. 이미 상하기 쉬운 채소들은 산지에서 올라오는 저녁 8시에 경매를 마치고 지금은 중간 도매상과 소매상들에게 넘겨질 준비를 한다. 새벽 2시부터는 청과와 수산물 경매가 시작된다.
인구 1천만의 수도 서울, 좁은 땅에 모여있는 사람들이 소화하는 먹거리의 양 역시 어마어마하다. 16만 평 가득 모여있는 채소, 과일, 육류, 수산물을 누가 다 먹을까 싶은데, 이것이 전부가 아니란다. 청과의 경우 가락동에서 서울시 물류의 50% 정도를 소화하고 나머지는 구로와 영등포의 도매 시장에서 담당한다. 가락동에서 하루에 오가는 금액은 약 100억 정도 된다니 실로 엄청나다. 하루에 도매가격 200억원 어치의 채소와 과일을 수도권 사람들이 먹어낸다!
비릿한 냄새를 풍기는 수산물 경매장으로 들어섰다. 파닥거리는 생선들과 물기로 질척한 바닥이 살아있는 느낌이다.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은 청과와 채소에 비해 수산물의 거래량이 적은 편이라 경매가 한 곳에서 이루어진다.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경매와는 좀 다른 분위기이다. 우리가 경매하면 떠올리는 경매자들의 알 수 없는 손놀림 대신 단말기를 손에 쥐고 열심히 가격을 매기고 있다. 바로 요즘 가락동 시장에서 한참 유행중인 전자 경매 현장이다.
입찰에 참가한 사람들의 번호가 경매사 위에 있는 전광판을 통해 중계되고 곧 최종 입찰자의 가격이 정해진다. 이 가격은 곧 인터넷으로 집계되어 당일 시세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바닥에 노란 플라스틱 박스들이 요란스럽게 정렬되자마자 운반사들이 살아있는 광어나 방어, 잡어 등을 쏟아 부어낸다. 팔딱거리는 생선들이 여기저기 튀는 모습이 장관이다. 한 켠에서는 경매를 지켜보는 산지 어민들이 운반하다 깨진 키조개 속살을 파내 소주 한잔을 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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