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에 도착하자 마자 세비야로 이동한 후, 점심이 되자 섭씨 33도에 이르는 한여름이 찾아옵니다.
갑자기 더위를 느낀 탓에 머리속은 지끈거리고, 작렬하는 햇살에 주위가 바싹바싹 타들어감을 느낍니다.
마치 5년전 6월 인도 바라나시에 갔던 기억이 새삼 떠오릅니다.
섭씨 45도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더위..그리고...시도때도 없이 찾아오는 정전으로 밤새 더위에 뒤척이다가
아무생각없이 찬바닥에 잤던 기억...어느새 추억으로 다가옵니다. ㅎ
대성당을 마무리하고 다음 여행지를 정하려했는데, 오늘밤 리스보아로 가야했기에 더위도 피할겸 잠기 재충전할겸
처음 버스터미널로 향해 유로라인 버스 티켓을 알아보러 이동했습니다.
새벽녁의 터미널은 고요한 분위기였으나 점심시간이 되자 버스창구에는 저마다 줄이 늘어섭니다.
리스보아를 비롯해 스페인 전역과 프랑스, 이탈리아까지 장거리버스가 출발하는 곳이다 보니 각각의 행선지도 무척이나
다양했습니다.
아침 일찍이라 열지 않았던 유로라인 버스 티켓 창구는 다행히 사람들이 없었습니다.
이 곳외에도 주간 버스로 리스보아에 이동하는 편이 여러편있다보니 저처럼 야간버스를 타고 가는 승객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다행히 오늘밤 11시를 훌쩍 넘어...거의 12시에 출발하는 버스티켓을 구매할 수 있었고...30유로대의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숙박까지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야간이동의 장점이지만...정말 권하고 싶지 않은..저처럼 극기훈련에 익숙한 분이라면 모를까...
정상적인(?) 여행자분들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은 일정입니다.
티켓을 구하고 다시 일정을 재촉합니다. 대성당과 이웃한 알카사르가 그곳인데 대성당으로 들어갈때 엄청난 단체관광객의
여파로 제대로 볼 수 있을까 그런 걱정을 했는데 오후가 되니 어느새 한적한 관광지가 되어 있더군요.ㅎ
잠시 대기한 후 표를 구매하고 안으로 들어갑니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인지...아니면...휘황찬란한 건물의 위용은 이미 여러군데에서 겪어본 경험때문인지....
엄청난 감흥이 찾아오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녹음이 가득한 푸르른 정원의 모습과 무어인들의 화려한 타일이 눈에 들어왔지만
여행책에 나오는 별다섯개의 느낌은 아니더군요.ㅎ 아마...몇해전 터키에서 블루모스크를 보고난 후여서인지....
비싼 입장권에 비해 매우 크지도 매우 화려하지도 매우 감동적이지도 않은 곳이었습니다.(개인적인 느낌임.ㅎ)
아마도 상해의 예원에 비해 너무 작은 공간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비교적 작은 성채와 공원이었기에 기대했던것에 비해 조금은 덜한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듭니다.

황금의 탑 - 황금은 어디 갔을까?

투우 경기장

알카사르 내부 1

알카사르 내부 2

길거리 공연과 히랄다 tv의 촬영 현장

하몽 덩어리들2

내 사랑 플라멩코 ㅎ

대성당의 야경.
알카사르를 마친 후, 저녁식사를 위해 이동합니다.
가이드 책에 나오는 멋진 식당이라 소개한 곳이었는데, 후배녀석이 가고 싶다기에 거금을 들고 향합니다.
빠에야 가격이 보통 12~13유로인데..그 곳은 17유로에 달할 만큼 만만치 않은 곳이었습니다.
엘 부소(el buzo)이름의 이 레스토랑은 벽면에 멋진 투우경기 모습을 액자에 담아 걸어놓았는데, 가격이 제법 나가는 곳이다
보니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두툼한 하몽덩어리들을 감상할 수 있었으나 맛은 그다지 멋지진 않았습니다.
모둠 생선 튀김이 유명한 메뉴였는데, 그 녀석도 썩 맛나진 않았네요.ㅎ 괜히 유명한 레스토랑 험담만 늘어놓는것 같네요.
저녁식사를 맛나게(?)한 후, 본고장에 맛보는 플라멩코를 보러 갔습니다.
대성당에 들어갈때 플라멩코 공연을 홍보하는 사람들에게 받은 전단지를 유심히 보았는데, 30유로 이상의 유명 타블라오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공연장이었습니다. 저녁식사를 거하게 한터라 20유로 이하의 저렴한 공연장이 알맞은 장소였죠.
대성당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위치한 공연장을 뒤로 하고, 시간이 남아 주변을 한바퀴 돌아봅니다.
강렬한 햇살이 조금씩 가라앉고 어느새 선선한 느낌이 찾아옵니다.
황금으로 가득할 줄 알았던 황금의 탑은 옛 명성을 잃어버린 느낌의 그저그런 탑으로 남아있더군요.
무라까미 하루끼의 단편 '위대한 왕국의 몰락'에서 '위대한 왕국의 몰락은 후진 왕국이 붕괴되는 것보다 훨씬 더 슬프다'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대항해시대를 이끌며 세계 최강국의 위용을 자랑하던 스페인은 어느덧 역사의 뒤안길에 사라져버리고,
내전까지 겪으며 몰락의 길을 걸었는데, 마치 하루끼의 구절이 '황금의 탑'을 보면서 딱 어울리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과달키비르 강가를 따라 다시 걷다보니 투우장이 나오네요.
투우경기가 스페인을 대표하는 오락거리이지만....저는 그리 매력적이지 않아서....산 생명을 고통스럽게 죽이는 것이
썩 내키지도 않고...제가 근무하는 여주가 구제역으로 큰 피해를 본 곳이라 별로 발걸음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입구언저리에서 기웃기웃하다 엘코르테 잉글레스 백화점쪽으로 향합니다.
어디선가 신나는 음악 소리가 들리네요.ㅎ
까불까불거리는 딱다구리 목소리의 보컬과 그 주변의 신나는 악사들이 펼치는 거리공연이 한창이었습니다.
세비야의 히랄다 tv에서 취재도 하고 있고, 구름처럼 모여든 관객들로 그 주변은 신나는 축제의 장으로 변모합니다.
유럽이 안겨다주는 거리의 멋진 공연의 즐거움은 여행이 전해주는 너무나 큰 선물입니다.
그저 주변에 고개 한번 돌릴 겨를 없이 매트릭스 속에 저마다의 역할이 강요되는 작금의 상황에 비추어 손을 뻗으면
쉽게 만날 수 있는 즐거움과 흥겨움은 우리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해주는 요소가 아닐까...
여행을 통해 다시 한번 사는 즐거움이 무엇인가 생각해보게 됩니다.
흥겨운 공연에 취해 거금 10유로로 그들의 cd를 샀네요.ㅎ 근데 역시나 현장에서의 흥겨움은 cd 속에서 살아나지 않더군요.
딱다구리 목소리의 보컬은 여전했지만...멋진 타악기의 선율과 흥겨운 관객 반응은 오직 세비야에서만 맛볼 수 있었나 봅니다.
지금은 제 차 한구석에서 원더걸스의 no body와 함께 동거동락하고 있네요.ㅎ
공연을 본 후 시간이 되어 타블라오로 이동합니다.
50~70석 정도의 공연장...공연장이라기 보다는 마당 안뜰을 개조한 정원 같은 느낌이었지만, 절도있는 플라멩코의 멋진
모습을 보기에는 장소가 중요치 않았습니다.
바르셀로나에서 본 공연과 다르게 여가수의 애절한 선율과....정말 놀라울 정도로 화려한 손놀림의 기타리스트가 세비야의
지친 하루를 화들짝 깨우게 만들었습니다. 대부분의 타블라오가 나이든 무용수들의 공연을 위주로 하는데 역시나 그런 이유가
있음을 플라멩코를 보면서 느낍니다.
절도 있는 동작과 깊은 선율은 그저 화려함만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를 자아냅니다.
우리네 아이돌 가수들의 화려한 몸짓보다 국민가수 인순이의 '링딩동'이 더한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처럼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깊이가 플라멩코에서도 느껴집니다.
연신 박수 소리와 무대위의 정열적인 몸짓이 하나가됩니다.
공연이 주는 이 흥분된 기분.
러시아가 나에게 발레를 알게 해주었다면....스페인은 바로 플라멩코.....
아...과연 이 즐거움과 흥분됨을 측정할 수 있을지...
그 누구도 침범하지 않는 순간...그 절대자유의 순간을 스페인에서 맛보고 있습니다.
그래..그래...스페인... 너는 자유였구나..
첫댓글 오홋 이곳은 제가 스페인에서 가장 좋으하는 세비야~ ㅋㅋ
더위에 좀 고생을 했지만 예전에 화려함이 베어나오는 멋진 도시죠.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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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스페인의 열정을 사진으로 느끼는거랑 직접느끼는것은 많은 차이가 나겠죠?ㅎㅎ
어렸을떄 플라맹고를 쳐보고 싶었는데 그??? 영화제목이 생각안나는데 아주 어린 꼬맹이가 주인공인데
그배우가 유명한데 노래도아주 잘부르고 춤도..어린여자아이의 칸소네 솜씨는 정말 ㅎㅎㅎ
스페인어를 혼자 공부하다가 써먹은 기억때문인지 스페인을 더올리면 마구마구 친밀감이 묻어나옵니다.ㅎ
정열과 사랑... 모든게 그립네요.. 글도 좋고... 공지로 올립니다.
정열과 사랑....저도 점점 사라져가는 것 같아 우울하네요...ㅠ.ㅠ
^**^ 감사 !좋은정보 감사 감회가 새롭네요...^^
그래두 고생하신 보람 추억으로 남지요
집 따나면 고생란말이 여행을 해보면 절실하게 느껴지지만 그런 재미에 여행 하는것 같습니다 좋은 정보 잘 담아 갑니다
늘.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하며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감사합니다
23번째 배낭여행~ 넘...부러운 문구입니다.^^!!
우와~~~ 23번째~~~~~ 정말 굉장하십니다~~~~ 난 이제 3번째 여행했는데요.....
세비야 사진도 넘 예쁘게 나왔어요..... 부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