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이후로 무당이 되는 꿈을 잊을만 하면 꾼다.
처음엔 내가 산사로 남자 무당을 찾아가 나에 대한 답?을 듣는 꿈이었다.
꿈에서도 삐-처리가 되어 결국 답은 듣지 못했으나 하늘이 천기누설이라며 진노해 내 수명의 1/3을 가져가버리는 벌을 받았다.
참 기괴하고 희한한 꿈이었는데..
그 꿈 이후로는 자꾸 내가 무당이 되는 꿈을 꾼다.
근데 무섭다거나 그러진 않고 되려 그게 편안하고 기분좋은 그런 느낌이다.
나에게 승복?신복?을 곱게 입혀주는 꿈이 첫번째였고, 난 그 한복을 입고 머리에 꽃이 달린 고깔을 쓰고 런웨이를 걸어나갔다.
걷는 도중 어떤 다른 여자모델이 내 고깔을 뺏으려고 은근슬쩍 자기가 가져다 쓰고 그랬는데, 난 끝까지 뺏기지 않고 내가 쓰고있었다. 그 고깔은 내 거였다. 뺏길 수 없었다.
두번째는 잘 기억이 나진 않는데, 내가 흰 소복차림이었고 무당이 된 후였다. 그 꿈에서 내가 뭘 했는진 기억이 안난다. 크게 임팩트는 없었나보다.
그리고 어제, 아 또 잊을만했는데 무당이 된 꿈을 꿨다.
나는 갑자기 분홍색 화려한 한복을 입고있었고, 내가 무당이 됐음을 알게됐다.
나는 털썩 주저앉으면서 아이씨, 또 무당됐네 라고 했던가ㅎㅎㅎ무당이 되는걸 그닥 원치는 않았는데 운명이라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처지같았다. 그래서 기왕 이렇게 된거 받아들이기로했다.
그랬더니 갑자기 아는 남자 오빠가 나와서는 나랑 사귀고싶댔나? 같이 살고싶댔나? 그러는거다.
나는 '평소에는 관심도 안 두더니, 내가 무당 됐다고 하니까 내 덕 보려고 나한테 온거아니야?'하고 쏘아붙였는데, 그러면서도 막 밉지는 않고..하지만 약간 짜증이 나기도 하고 뭐 그랬던거같다. 내가 무당이 되서 먹고살 걱정이 없어질거니까 나랑 살자고 온 것 같아서. 여자로써 관심도 없으면서.
아무튼 저런 꿈을 꾸다 깼다.
참 희한하긴 하지만 난 무속보다는 정신분석학을 믿는다. 무속은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썰 듣고 하는걸 좋아라하긴하지만, 나는 이게 내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의 상징임을 안다.
뭘까?
내가 무당이 된다는 의미는...
무당에 대해 연상해보면, 음..모든것을 알고 있는 사람? 답을 알고 있는 사람? 같다.
내가 무당이 된다는 건 내 무의식에서 스스로가 모든것을, 답을 알고있는 사람이라고 인정?혹은 생각한건가..
이미 모든걸 알고있고 답을 알고있잖아 너. 하고 말해주는걸까?
어렵다..
전전날에는 뭔가 젊은 남자애가 여자로 변하는 꿈을 꾸고 왠지 기분이 좋았었는데.
꿈에서 어떤 역할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나를 고쳐주는 의사라든가 일에 대한 남자캐릭터가 여성으로 나와야한다고 계속 들은바가 있다.
그런 느낌이어서 좋았는데..
마치 선생님은 무의식에선 내가 나를 남자아이로 느끼고 있다고 말하는거같았다.
가끔 난 고환에 관련된 꿈을 꾸기도 하거든.
고환에 암이 생기거나, 하나가 잘려나가거나, 아무튼 그런쪽으로.
근데 애초에 난 여잔데 고환이 있어선 안된다.
뭔가 비정상적인 부분이 있다는 거다.
적어도 그렇게 들었다.
...
내가 꿈을 분석할줄 알았으면 좋겠다.
그럼 내가 이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도 알 수 있을거고 내가 어떤 생각을 사실은 갖고있는지도 알 수 있을텐데.ㅎㅎ...
그저께 선생님은 나더러 '해야한다'는 기준에 입각한 화와 실제로 개인에게 피해가 오기때문에 나는 짜증 중 어떤걸 겪고있는건지 관찰해오라고했다.
어렵다. 두개가 늘 같이 있는거같아서.
그럼 선생님은 그러겠지. 맨날 둘 다래.
...
오늘은 무슨 꿈을 꾸려나.
되게 피곤한데..꿈 없이 푹 자려나.
그것도 좋다..
휴..사는게 참..
나에겐 왜이리도 버겁고 할거많고 힘든지.
알을 깨고 나온 나에겐. 그 밖의 현실은 너무나도 가혹하고 춥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