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4일 사순 제1주간 수요일 “어떠한 표징도 받지 못할 것이다.” (루카 11,29-32)
-양승국 신부
오늘 우리가 손가락질 받으며 살아간다면
그것은 곧 예수 그리스도를 욕되게 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이스라엘 역사 안에서 가장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으니, 솔로몬(BC 971~931)이 왕좌에
앉아 있을 때였습니다. 주님을 향한 신앙 뿐 아니라, 탁월한 리더십, 건축과 예술에 대한 깊은 조예 등등, 솔로몬 왕은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던 사람이었습니다.
열왕기에 따르면 그는 잠언을 3천개나 지었으며, 천 다섯편이나 되는 노래를 만들었습니다. 다른 무엇에 앞서 하느님께서는 그에게 특별한 지혜와 뛰어난 분별력과 넓은 마음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따라서 주변의 많은 임금들이 솔로몬의 지혜에 대해 칭송했고 배우고자 애를 썼습니다. 특히 남쪽에 위치한 스바의 여왕은 솔로몬 왕을 한번 만난 뒤로 열혈팬이 되고 말았습니다. 사실 그녀가 솔로몬을 찾아온 최초의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솔로몬이 정말 항간의 소문대로 지혜로 충만한 사람인가 시험해보고자 했던 것입니다.
풀기 어려운 문제들을 잔뜩 준비해온 그녀는 마침내 퀴즈 보따리를 솔로몬 앞에 잔뜩 풀어 놓았습니다. 그러나 솔로몬은 문제를 내는 족족 그 자리에서 정답을 알아맞추었습니다.솔로몬의 탁월하고 비상한 지혜 앞에 스바의 여왕은 감탄사를 연발하며 칭찬에 칭찬을 거듭했습니다.
“임금님의 지혜와 영화는 내가 소문으로 듣던 것보다 훨씬 더 뛰어납니다. 언제나 임금님 앞에 서서 임금님의 지혜를 듣는 이 신하들이야말로 행복합니다. 주 임금님의 하느님께서 임금님의 마음에 드시어임금님을 이스라엘 왕좌에 올려 놓으셨으니 찬미 받으시기를 빕니다.” (1 열왕 10,7-9)
놀랍게도 스바의 여왕은 자신이 가져온 금 120 탈렌트, 오늘날 단위로 환산하면 약 4톤의 금과 엄청난 양의 향료, 보석들과 당시 최고급 목재로 손꼽히던 자단나무도 내려놓았습니다. 스바의 여왕은 비록 이방인이었지만 착하고 의로운 사람이었습니다. 그녀는 솔로몬의 지혜로움을 감탄하면서도, 그 지혜가 인간으로부터 온것이 아니라 하느님으로부터 온 것임을 확신했습니다. 그녀는 하느님의 성령께서 솔로몬의 입을 통해 말씀하신다는 것을 믿었습니다.
지혜로 충만한 솔로몬을 통해 말씀하시는 하느님을 만나뵌 스바의 여왕이었기에 위험으로 가득찬 장거리 여행이 조금도 피곤하지 않았습니다. 가지고 온 값진 선물들을 하느님께 드린다는 마음으로 기꺼이 내려놓았습니다. 솔로몬을 통해 하느님의 말씀을 전해 들은 것을 큰 기쁨이요 은총으로 여겼습니다.
그런데 여기 솔로몬보다 몇 천배, 몇 만배 더 지혜로운 분이 계십니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예수님께서 찬란한 태양빛이시라면 솔로몬은 작은 랜턴 불빛 밖에 되지 않는 존재였습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너무나도 당연히 넘치는 열정과 큰 기쁨으로 예수 그리스도께로 몰려와야 하고, 그분의 말씀을 경청해야 하고, 그분을 찬미 찬양해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유다인들은 자신들 가까이 다가오신 예수 그리스도 앞에 보여준 태도는 어땠습니까? 무관심을 넘어 배척, 시험, 증오였습니다. 선택받은 민족 이스라엘의 냉대와 적개심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고 용서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이런 연유로 동족들을 향한 예수님의 말씀에는 강한 날이 서있습니다.
“심판 때에 남방 여왕이 이 세대 사람들과 함께 되살아나 이 세대 사람들을 단죄할 것이다. 그 여왕이 솔로몬의 지혜를 들으려고 땅끝에서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라, 솔로몬보다 더 큰 이가 여기에 있다.”(루카 11,31)
어쩌면 오늘 복음 말씀은 우리 그리스도교 신앙인들을 향한 강력한 경고 말씀입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인으로 살아가지만 비신앙인보더 훨씬 초라하고 남루한 삶, 부끄럽고 죄스런 삶을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늘 자신을 돌아봐야겠습니다.
요즘 뉴스의 촛점이 되고 있는 사이비 교주들과 추종자들의 부끄러운 모습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겠습니다. 오늘 우리가 세상 사람들로부터 지탄받고 손가락질 받으며 살아간다면, 그것은 곧 예수 그리스도를 욕되게 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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