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다’, ‘레전드 응원단장’, ‘그립다’, ‘응원 갑이었다’… 지난, 서울 LG 트윈스 ‘추억의 응원단장’ 인터뷰 시리즈를 보고 팬들이 그에 대해 남긴 댓 글 들이다. 그는 누구이기에 이처럼 팬들의 그리움을 한 몸에 받았던 것일까? 팬들은 그에게 ‘응요’라는 애칭을 선사했고, 짧지만 2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와 함께 울고 웃었다. 지금도 잠실에서 부르고 있는 응원가 중 많은 응원가가 그가 만든 응원가이기도 하다. 이쯤 되면 누구인지 알아차린 팬들도 있을 것이다.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서울 LG 트윈스의 응원단장을 맡았던 강병욱 단장을 만났다.
강병욱 응원단장이 팬들의 뇌리에 박힌 이유는 그의 다재 다능한 끼 덕분이 아니었을까? 그는 끼보다 부끄러움을 타지 않는 성격 덕분이었다고 답했다. “팬들이 원하신다면 웃음을 주기 위해 무엇이든 하려고 했습니다. 팬들을 즐겁게 하는 역할이 제가 해야 할 역할이니까 ‘어떻게 하면 팬들이 야구장에서 즐겁게 지낼 수 있을까?’란 생각을 했습니다.” 그 덕분일까? 소녀시대의 ‘Gee’ 댄스부터 그를 따라다니는 이미지들은 야구를 보지 않았던 이들에게도 유쾌함을 가져다 주었다.
강병욱 단장은 팬들에게 특유의 우렁찬 목소리로도 인식되어 있다. 마이크 대신 자신의 목소리를 내세운 것은 다른 팀과의 차별화를 위한 것이었을까? “민원이 들어왔어요. (웃음) 제가 기억하는 민원 내용은 인근 고등학교 교실까지 마이크를 통한 제 목소리가 들려왔다고 해요. 그래서 개막 후 20여 경기동안만 마이크를 쓰다가 그 후론 마이크 없이 제 목소리로만 응원하게 됐죠.”
잠실 야구장에 ‘무적 LG 박용택! 오오오오오오오’로 시작되는 응원가가 울려 퍼질 때면 잠실의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한다. 박용택 선수의 응원가 역시 ‘응요’ 강병욱 응원단장의 작품이다. 그 역시 박용택 선수의 응원가가 가장 애착이 간다고 말했다. “사실 그 당시는 제가 팀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터라 응원가를 만들 때는 음악 찾기가 어려웠어요. 모든 장르의 노래를 들어봤는데도 잘 안 돼서 ‘오늘은 이만하고 집에 가자’ 생각했는데 그때 마지막으로 들려왔던 노래가 박정아씨의 ‘New Ways Always’라는 노래였어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데다 박자가 귀에 쏙쏙 들어왔습니다. 지금도 팬들이 부르면 아시겠지만, 포인트도 있어서 여러 응원가 중 가장 좋았어요.”
아마 강병욱 단장의 활동 기간이 2년이라고 말한다면 ‘그렇게 짧았나?’라고 의구심을 갖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2년 동안 그의 뇌리를 스쳐 갔던 이야기를 들어봤다. “너무 많죠. 제일 잊지 못하는 경기로는 LG팬이라면 기억에 남을 ‘페타지니 3연타석 홈런의 두산전(09년 4월 10일)’을 꼽았다. “그 당시 3연타석 홈런도 대단한데 끝내기 만루홈런까지 쳤으니까 정말 대단하다고 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네요. 그런데 그날을 최고의 순간으로 할 수는 없어요.” 무슨 이유에서 강병욱 응원단장은 최고의 순간으로 꼽지 않은 것일까? “저에게 최고의 순간은 없었다고 생각해요. 두 시즌뿐이었지만 가을야구를 팬들과 함께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팬들과 최고의 순간을 함께하지 못한 이유에서였다.
다시 한 번 단상에 선다면 그는 언제 팬들과 함께하고 싶을까? “팬분들이 불러만 주신다면 언제든 올라갈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살이 쪄서 제대로 할 수 있을까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팬들에게 그는 가장 인기가 많았던 응원단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를 위한 팬들의 선물공세 또한 어땠는지 궁금했다. “저는 팬들에게 너무 과분한 사랑을 받았어요. 수고한다면서 음료수나 목캔디를 많이 주셨어요. 목에 좋은 음식을 챙겨 주시는 분들께는 지금도 감사드려요. 목 관리를 따로 하지 않지만 찢어지는 소리가 생기든지 목이 좋지 않다는 건 느껴지거든요. 팬들이 주신 선물로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가 만든 응원가는 30여 개에 이른다고 말했다. “그때 구단 내에서 응원문화가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구단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해주신 덕분이었죠. 물론 지금은 없어진 응원가도 있지만, 팬들이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지금 응원을 맡은 (최)동훈이가 잘 해내리라 믿어 의심치 않아요. 팬분들께서도 그 친구와 함께 신나는 응원하면서 야구장에서 즐거운 시간 만드셨으면 좋겠네요.”
‘제 열정은 응원단상에 남겨두고 가겠습니다.’ 강병욱 응원단장이 단상에서 팬들에 큰절을 올리며 마지막 인사를 나누던 중 남긴 말이다. 그의 머릿속에 그날의 추억은 어떻게 담겨있을까? “그날이 9월 26일 잠실 삼성전이예요. 오카모토 선수가 마지막 투수로 올라왔던 날이었죠. 응원하면서도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뒤숭숭했어요.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따름이었죠. 팬들에게 ‘어떻게 얘기해야 하나?’ 이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제 열정을 단상에 남겨둔다고 말한 건 어디 가더라도 저를 기억해달라는 뜻이었습니다.”
그는 단상에서 내려온 뒤, LG생활건강에 입사해 어느덧 6년 차로 대리가 되었다. 팬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일상이라며 여느 회사원들처럼 출근하고 소주 한잔 하면서 퇴근하는 전형적인 직장인이라고 말했다. “저를 기억해 주시고 알아봐 주시는 분들께 늘 감사드립니다. 간혹 커뮤니티에 ‘저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라고 이야기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잊혀질 사람은 잊혀지는 게 맞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소나무’. 그가 LG팬들에 대해 내린 정의였다. “늘 한결같이 LG를 응원해주시는 존재잖아요. 제가 팬으로 야구장을 찾았을 때 느꼈던 점이 응원하는 것이 참 힘들더라고요. 보통 체력과 열정으로는 할 수 없었죠.
‘(응원단장으로서) 내가 정말 복 받은 놈이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열정적인 팬들과 함께했던 시간은 정말이지 대단했던 순간들이었어요. 편하게 야구 볼 수 있었는데 괜히 고생시킨 것 아닌가도 생각 들었고요.” 요즘은 바빠서 야구장을 자주 찾지 못하지만, 시간이 된다면 언제라도 팬들과 함께 막대풍선 들고 응원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한, 그의 아내가 임신했다는 희소식도 건네주었다. 언젠가 아이와 가족끼리 나란히 손잡고 잠실 야구장을 찾는 날이 오지 않을까?
올 시즌 LG 트윈스의 야구를 어떻게 봤는지 물었다. “이번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을 보면서 포기하지 않고 전진하는 선수들과 코칭스테프, 그리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응원해주시는 팬 여러분의 모습에 예전 생각도 많이 났어요. 특히 플레이오프 마지막 경기 끝나고 팬 여러분이 선수단에 ‘걱정 말아요 그대’를 불러주실 때는 정말 울컥했습니다. 아쉽게 한국시리즈 진출은 실패했지만 팬으로써 정말 행복했던 시즌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감사하고 팬 여러분들과 함께 항상 LG트윈스 응원을 열심히 하겠습니다.”
어렸을 때 과학자가 꿈이었던 소년은 남들이 걷지 않은 길을 거쳐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가고 있다. 그런 그의 옆에는 언제나 LG가 자리하고 있었다. “군대 가기 전에는 철이 없어서 놀기 바빴지만 군 제대 후에는 계속 LG와 함께했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듯이 앞으로도 그는 한상 LG와 함께 할것이다. ‘우리가 늘 LG 트윈스와 함께 하는 것처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