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쟈스민
강지화
모여서 함께 밥 먹기를 즐기는 성희 언니.
오늘은 모처럼 만에 성희 언니의 초대로 ‘소소한 행복’이라는 이름을 가진 모임원 4명이 모였다. 육즙 가득한 삼겹살과 싱싱한 야채, 청국장이 곁들어진 푸짐한 밥상이었다. 맛있게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여유로운 점심을 즐겼다.
언니네는 아파트인데도 실내와 베란다에 화초가 많다. 사계절 꽃이 번갈아 가며 핀다. 갈 때마다 꽃을 좋아하는 나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그런 모습을 여러 번 보시더니 오늘은 집을 나서는데 슬며시 손에 화분 하나를 건네신다.
“자, 선물이야. 이름은 ‘오렌지 쟈스민’! 꽃도 피고 열매도 맺어. 예쁘게 키워~ ”
하시며 초록잎이 풍성한 화분 한 개를 주시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우리 집으로 시집온 오렌지 쟈스민. 꽃을 받고 매우 기쁘면서도 꽃을 잘 피울 줄 모르는 나였기에 한편으론 잘 키울 수 있을지 걱정도 되었다.
우리 집은 다육이와 관엽 식물은 많은데 꽃은 귀한 집이다. 집에 있는 식물들은 꽃은 많이 없고 잎사귀만 무성하다. 쟈스민은 꽃이 핀다길래 설마설마하면서 물을 줄 때면 지극 정성으로 물을 줬다. 사랑하는 눈으로 바라봐 주고 “예뻐요 에뻐요” 말도 해주었다. 그리고 싱싱하게 잘 자라주어 “고마워 고마워”라는 말도 해주었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성장하는 쟈스민을 매일 같이 한결같은 마음으로 바라봐 주었다.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대견스럽게 여기면서 말이다.
그러던 어느날 아침이었다. 하얀 꽃이 은은한 향기를 풍기며 배시시 수줍게 얼굴을 내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꽃이 핀 모습이 그렇게나 신기할 수가 없었다. ‘꽃이 귀한 우리 집에, 꽃을 잘 피울 줄 모르는 내가 꽃을 피우다니!’ 이런 생각이 들면서 흥분된 기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런데 오렌지 쟈스민꽃은 무성하게 피지는 않았다. 하나가 피고 지면 또 다른 곳에 꽃이 피고, 또 그 꽃이 지고 나면 다른 곳에 1~2송이씩 아주 조용조용하고 조심스럽게 꽃을 피웠다. 마음 같아서는 풍성 풍성하게 꽃을 피웠으면 했다. 한껏 피지 않아 또 다른 꽃이 피기까지는 숨죽여 기다려야만 하는 인내심을 갖게 했다.
나는 피는 꽃이 신비해서 매일 아침이면 꽃으로 가서 아침 인사를 했다. 햇빛과 물을 좋아한다고 해서 거실에서 볕이 가장 잘 드는 곳에 두었다. 그리고 물을 좋아하는 화초라고 해서 매일 같이 분무기로 물을 뿌려주고 1주일에 한두 번은 화분 흙에 물을 정성껏 주었다. 물기를 머금고 있으면 쟈스민은 무척이나 행복한 듯 느껴졌다.
그러던 가을 또 어느 날, 꽃은 온데간데없고 꽃이 진 그 자리에 탱글탱글한 초록색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게 아닌가. 초록색 열매는 한참을 열려있더니 점점 붉은색으로 변해갔다. 급기야는 빨간색으로 물들었다. 빨간 물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다. 그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꽃을 봤을 때 그 이상으로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 빛깔이 얼마나 곱고 탐스러운지 그만 반하고 말았다. 여리고 여린 가지와 잎을 가진 쟈스민이 열매는 그에 비해 매우 크고 튼실하다. 무겁지는 않을까 염려되면서도 최고의 빛깔을 내며 탐스런 열매를 보여주는 쟈스민이 훌륭하게만 여겨진다. 자꾸만 커지는 열매를 보며 한편으론 산고의 고통도 느껴졌다.
열매를 맺기까지 쟈스민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낯선 환경에 와서 적응하며 새로운 주인이 주는 물을 마시고 뿌리로는 양분을 흡수하고 잎으로는 광합성을 하며 매일 같이 자신을 가꾼 결과 꽃도 피고 빨간 열매도 맺게 된 것이다. 줄기와 잎을 키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까지 그 정성이, 보이지 않는 화초의 노력이 참으로 기특하다. 거기에 나의 사랑과 정성을 보태 본다.
처음에는 하나만 빨갛게 익어가더니 2개, 3개 점점 열매들이 익어가고 있다. 내 마음의 기쁨과 감사함도 열매 수만큼이나 점점 많아지고 있다.
오렌지를 닮아 그 이름도 오렌지 쟈스민. 꽃도 피고 열매도 맺으면서 오래오래 내 곁에 있어 주면 좋겠다.
첫댓글 언니네서 받아온 식물을 잘 가꾸어 열매가 열리기까지의 글 잘 읽었습니다.
꽃과 열매를 잘 키워보지 않은 나로서는 새로운 세계네요^ ^
오렌지쟈스민 볼수록 대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