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결코 놓칠 수 없다. 탈삼진 기록만은 내가 동열이형 기록을 깨겠다.”
기아의 ‘아름다운 노장’ 이강철(37)의 소박하면서도 큰 바람이다. 이강철은 선동열 전 한국야구위원회(KBO) 홍보위원이 보유하고 있는 역대 통산 최다탈삼진(1698개) 기록을 갈아치우고 싶어한다.
특히 동갑내기지만 동국대 1년 선배인 한화 송진우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어 그의 다짐은 남다르다.
이강철은 올 시즌 들어 9일 현재 28개의 삼진을 솎아냄으로써 통산 1649개를 기록했다. 선 전 위원의 기록에 49개 차로 접근했다. 그가 통산 최다탈삼진 기록을 자신의 손으로 경신하려는 이유는 두 사람의 각별한 관계 때문이다.
이강철은 선 전 위원보다 4년 늦은 89년 당시 해태 유니폼을 입고 프로 무대에 발을 디뎠다. 선 위원이 은퇴한 95년까지 7년 동안 선 위원과 한솥밥을 먹은 절친한 선후배 사이다. 게다가 룸메이트로 지냈다.
그는 선 전 위원의 통산 최다승(146승) 기록을 지난해에 자신보다 먼저 송진우가 깬 것을 무척이나 아쉬워하기도 했다.
특히 프로 데뷔 후 ‘10년 연속 10승 이상, 100탈삼진 이상’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그이기에 안타까움은 더 컸다. 그가 통산 최다탈삼진 기록 경신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이유기도 하다.
그러나 송진우와의 경쟁이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
88서울올림픽에 출장하기 위해 프로행을 1년 미뤄 이강철과 같은 해인 89년에 데뷔한 송진우는 올 시즌 68탈삼진으로 통산 1634개를 기록하며 15개 차로 바짝 뒤쫓고 있다.
올 시즌 탈삼진 수나 불펜으로 뛰고 있는 이강철과 선발투수인 송진우의 차이를 고려해볼 때 이강철보다는 아무래도 송진우가 통산 최다탈삼진 기록을 먼저 경신하기에 유리하다.
이강철도 “진우형이 유리한 처지지만 게임은 해봐야 안다”고 현실을 인정하면서 “탈삼진 기록엔 정말 욕심이 난다”며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절친한 선배의 기록을 자신의 손으로 바꾸고 싶은, 그의 작지만 큰 꿈이 이뤄질지 지켜볼 일이다.
광주 | 김도헌기자 dohon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