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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두 구간을 남겨두고 출정이다. 이번 구간은 좀 난이도가 있는 구간으로 육산위주가 아닌 바위 위주의 대간길이다. 예전에 설악산 여러 코스를 다녀가기도 했었지만 남북으로 종주는 처음이다. 1박을 중청대피소에 예약을 해놨기에 좀 여유있게 출발한다. 아침 9시 40분 내 차로 병도와 병삼이를 태우고 원주로 출발한다.
원주 초입 농협에서 오늘과 내일의 식량과 간식거리를 구입한다. 역시나 병도는 바나나, 초코파이를 비롯하여 적당량 이상의 먹을거리를 구입한다. ^^
남원주 IC로 들어가서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홍천 IC에서 빠져 나온다. 12시. 네비에 찍어둔 백종원 추천 맛집이라는 인제군에 있는‘인제 재래식 손두부’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다.
메뉴는 이집에서 유명하다는‘짜박두부’를 시킨다. 향이 특이하고 두부전골을 좀 졸인 느낌의 맛이다. 병삼이는 막걸리도 한병 시킨다. 식사 후 대관령휴게소 방향으로 차를 출발한다. 인제까지는 날씨도 맑고 시야도 깨끗하다. 그런데 대관령으로 올라갈수록 산 위쪽은 간간히 안개로 덮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다행히 비 예보는 없었기에 안심을 한다.
대관령휴게소 주차장은 만차다. 할 수 없이 여유 공간이 있는 길가에 주차를 시킨다. 휴게소에서 500ml 생수 두병을 구입한다. 1시 10분. 기념사진을 찍고 출발한다. 계단을 오르자 탐방지원센터가 나타난다. 그런데 직원이 제지를 한다. 12시까지만 입장을 시켜준단다. 사실 문자를 받았었는데 12시까지 입구에 도착해야하고 대피소는 저녁 7시까지 도착해야한다고 쓰여 있었다.
그렇다고 되돌아 갈 수도 없고... 사정을 해본다. 지방에서 오느라 늦었고 다음부터는 시간은 꼭 지키겠다고. 다행히 통과를 시켜준다. 우리가 규정을 어긴 것이니 미안할 뿐이다. 본격적인 백두대간을 시작한다. 오르막이다. 예전의 기억으로도 한계령삼거리까지는 계속 가파를 것이다. 동쪽으로는 안개가 짙어 시야가 전혀 없다. 다행이 서쪽으로는 간간히 경치를 보여준다.
이번 설악산 구간은 백두대간의 백미를 보여주는 곳이다. 만일 이번에 경치 구경을 못한다면 날씨 좋을 때 다시 올 거라고 병도에게 말할 만큼 기대되는 구간이기도 하다. 2시 30분. 한계령삼거리에 도착한다. 하산하는 사람들도 간간이 보이고 대청봉 쪽으로 오르는 사람들도 제법 있다. 지금 오르는 사람들은 아마도 우리처럼 대피소에서 1박을 하리라 생각된다.
몇 무리의 사람들을 앞질러 간다. 단체 산악회 팀을 만나면 난감하다. 수십 명을 앞질러 나가야하는데 좁은 길에서 한 명 한 명 앞서나가기란 쉽지가 않다. 그래도“먼저 가겠습니다”하며 요령껏 앞질러 간다. 서쪽 수렴동계곡 쪽으로는 바위산들이 안개 속에서 모습을 보이며 웅장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우측 속초 쪽으로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끝청봉(1,604m)을 지나니 돌길에서 벗어나 흙길이 많이 보인다.
16시 40분. 중청대피소를 0.5km 남겨두고 간식을 먹는다. 소주와 문어도 꺼내 놓는다. 국립공원 대피소 및 지정장소에서는 음주 금지구역이다. 나는 아직 음주단속에 대해 찬성을 하지는 않지만 규정이니 어길 수도 없다. 미리 먹고 대피소에 들어가는 수밖에. 문어사오길 잘했다고 다들 한마디씩 한다. 포장문어인데 1만 몇천 원 가격에 비해서 상당히 부드럽고 맛있다.
간단하게(?) 음주를 한 후 중청봉(1,676m)을 거쳐서 중청대피소에 도착한다. 주위는 안개로 덮여있다. 간간히 사람들이 보인다. 일단 들어가는 것은 패스하고 대청봉(1,708m)으로 오른다. 병삼이는 일출을 보자고 아침에 가자고 했지만 내일 이른 새벽에 출발하면 날씨가 맑더라도 어차피 대청봉에서의 일출은 보지 못할 것이다. 내일 많은 시간을 소비해야 하기에 시간을 단축하는 면에서도 지금 갔다 오는 것이 유리하다.
내일 날씨가 좋다면 진행을 하다가 어느 지점에서 일출을 보면 될 것이다. 대청봉은 안개로 둘러싸여 있다. 각자로 단체로 기념사진을 찍고 하산할 무렵 안개, 아니 구름이 중청, 소청봉을 빠르게 열었다 닫아 놨다 하고 있다. 빠른 구름들 사이로 주변 경관을 마치 놀리는 듯이 보여주고 있다. 우리 또한 언제 구름이 훼방을 놓을지 몰라 부지런히 셔터를 누르기에 바쁘다.
중청대피소에 거의 내려와서 대청봉을 올려다보았을 땐 맑은 하늘로 바뀌어져 있다. 내일 화창한 날씨를 고대하며 중청대피소로 들어간다. 대피소 접수를 하고 모포 6장을 대여하여 지정된 방으로 들어갔지만 3층으로 된 침상 중 2층에 앉아있는 젊은 여자 한명이 여기는 여자 전용이라고 한다. 당황하여 잘못 들어왔나 보다 하고 다른 방을 찾아보고 대피소 직원에게도 위치를 문의하니 그 방이 맞단다.
남녀 혼용 방인데 오히려 그 여자가 착각했나보다. 우리 일행 3명은 3층 창가 코너에 배정이 되었다. 물티슈로 대충 얼굴 손 등을 닦고 라면과 햇반, 김치를 가지고 취사장으로 간다. 간식을 짬짬이 먹었기에 그리 배가 고프지는 않다. 저녁을 먹으면서도 미리 다 마셔버린 소주가 아쉽기만 하다. 푹 잠들기 위해서는 소주의 힘도 필요한데. 취사장 주위를 둘러보니 페트병에 담아온 술을 마시는 장면이 곳곳에서 목격된다. 약간의 부러움을 느낀다. ^^
저녁식사 후에는 딱히 할 일이 없다. 그런데 오늘 아시안게임 축구 결승 일본과 한국의 경기가 밤 8시 30분에 열린다. 구기 종목을 좋아하지 않기에 나는 별 관심은 없었지만 병도와 병삼이는 상당히 아쉬운 눈치다. 그러나 상황이 대피소인지라 포기하고 일찍 자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모두들 8시경에 잠자리에 든다. 피곤한지 금세 잠이 든 것 같다.
밤 12시경. 화장실을 가기 위해 잠이 깬다. 화장실 쪽 바깥을 보니 바람이 제법 분다. 다시 방으로 돌아와 누웠으나 잠이 쉬이 오질 않는다. 축구는 우리나라가 2-1로 이겼다는 소식이다. 이 공간에 있는 다른 사람들은 그 소식을 아는지 모르는지 조용하다. 코고는 이도 별로 없다. 아래층 어디에서 누군가가 가위에 눌렸는지“으으윽”하고 큰 신음소리를 낸다. 어제 산행이 힘들었나보다.
잠이 깊이 들지 않아 자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새벽 4시경에 일어난다. 병도와 병삼이도 일어난다. 바로 출발하기로 한다. 아침은 희운각대피소에서 먹기로 하고 중청대피소를 나선다. 대피소 안에서 창문으로 맑은 날씨를 보았다는 병삼이 말이 있었기에 나오자마자 바로 하늘과 속초 방향을 바라다 본다. 이럴수가! 정말 맑은 날씨다. 별이 초롱초롱하고 속초 시내 불빛이 환하다.
바람도 거의 없다. 운이 좋다. 4시 20분. 오늘의 설악산 경치 감상을 기대하며 랜턴으로 어둠을 밝히고 희운각대피소로 발길을 이동한다. 간간히 희운각인지 소청대피소 쪽인지는 모르지만 아래쪽에서 몇몇 사람들이 올라온다. 5시가 조금 넘자 동쪽으로는 벌써 붉은 기운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러나 희운각대피소가 있는 골짜기로 내려가기에 아마도 붉은 해는 보지 못할 것 같다.
5시 30분. 희운각대피소에 도착한다. 여명이 밝아온다. 라면과 햇반으로 서둘러 아침식사를 해결한다. 희운각이라는 대피소 이름은 어느 후원가가 대피소를 지었기에 그의 호 희운을 따서 희운각이라고 이름 지었다 한다. 우리는 가끔 우스개 소리로 중국집 이름과 비슷하여 여기서 짜장면과 빽알 한병을 시켜서 먹고 가자고 농담도 하곤 했는데 나름 사연이 있는 대피소다.
희운각을 출발하여 10여분을 더 가니 무너미고개 삼거리가 나타난다. 전망대 데크에는 서양인 2명과 한국인 일행 서너 명이 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이제는 산 능선 위쪽에 햇빛이 비추기 시작한다. 여기서 부터가 공룡능선의 시작이다. 반대로 오는 사람은 끝이겠지만. 비선대 마등령을 통해서 두어 번 이쪽으로 넘어온 적은 있지만 여기서 출발은 처음이다.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 길가에 작은 계곡이 나타난다. 맑은 물이다. 물을 보충할까 하다가 손만 적시고 잠깐 쉬기만 한다. 본격적인 바위의 시작인가? 신선봉으로 오르는 길은 가파르기만 하다. 6시 40분. 신선봉 도착이다. 이제 해는 설악산의 온 만물상을 다 비추고 있다. 하늘은 구름도 거의 없이 푸르기만 하다. 뒤로는 설악산 소청봉, 중청봉, 대청봉이 뚜렷이 보이고 동해 쪽으로는 안개에 휘감긴 울산바위가 멀지않게 느껴진다.
우리가 가야할 1,275봉 근처 바위 봉우리 쪽은 운무가 살짝 덮여서 한쪽으로 흐르고 있다. 이런 경관을 담기 위해서 카메라 세트를 준비해가지고 오래 머물며 사진을 찍는 사람도 보인다. 오늘보다 더 멋지고 생동감 있는 광경이 있을지 몰라도 난 이것으로도 대만족이다. 눈에 더 잔상이 남게 볼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떨어지지 않는 눈과 발걸음을 옮긴다. 나머지 구간에 잔뜩 기대를 하면서...
앞서가는 한 여자가 있다.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로 보여진다. 혼자서 설악산에 온 것 같다. 병도가 말을 붙인다. 마등령 삼거리에서 백담사 쪽으로 갈 예정이란다. 활달한 말소리다. 그리고 대단하다. 어디에서 출발했는지는 모르지만 짧지 않은 거리를 홀로 산행하다니... 나 또한 예전에는 홀로 많은 산들을 다녀봤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다. 지금은 나이 탓(?)으로 나 홀로 산행은 피하는 편이다. 우리 먼저 간다고 인사를 하고 앞서간다.
설악산 공룡능선은 역시나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많은 육체적 인내로 그 값어치를 치르게도 한다. 바위를 오르고 내리고의 반복이다. 또한 한눈을 팔 수가 없다. 내딛는 발에 집중해야만 한다. 아차하면 바위에서 위험한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바위에서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세게 찧었으나 다행히 부상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마음속으로 조심 조심을 되뇌인다.
귀때기청봉 방향을 바라보니 그 아래로 펼쳐진 용아장성을 갔을 때가 생각난다. 10여년도 더 됐을 듯 싶다. 공룡능선보다 2~3배는 힘든 코스다. 특히 개구멍바위를 통과할 때의 두려움이란... 4명이서 10시간여를 종주했을 때의 기억이 아련하다. 마치 미지의 세계를 가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던 것으로 기억이 남는다.
그 후로 릿지의 세계에 빠져 몇 년간을 릿지, 암벽을 하느라 전국 이산저산을 찾아 다녔었다. 우리가 가야할 공룡능선의 우측에 보이는 천화대도 다녀갔었다. 범봉에서 자일을 두 개까지 묶고서 하강을 했을 때가 설악산에서의 제일 클라이맥스가 아니었는가 생각된다. 천화대에서 본 울산바위와 에델바이스 꽃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1,275봉을 지나간다. 예전에 한번 올라갔었던 기억이 난다. 오늘은 패스다. 가야할 방향으로 큰새봉, 나한봉, 우측으로는 세존봉이 우뚝 서있다. 신이 있다면 신이 만들었을까? 태초부터 조물주에 의해 계획된 작품이었을까? 과학적인 지구의 신비일까? 아니다. 어떻게 만들어졌던 간에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고 지금 보이는 이 광경을 눈에 담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우선일 뿐이다. 그러나 그 또한 무슨 의미가 있을까? 지금 보이는 것에만 충실하자...
9시 20분. 공룡능선의 시작점이자 종착점이기도한 마등령 삼거리에 도착한다. 좌측으로는 오세암을 거쳐서 백담사로 가는 길이고 조금 직진하여 우측으로는 비선대를 거쳐서 신흥사로 내려가는 길이다. 다섯 시간을 걸었다. 아직 절반도 진행하지 못했으리라. 공룡능선에서 바위를 많이 오르고 내려서인지 힘이 많이 빠졌음을 느낀다. 간식으로 에너지를 보충한다. 배낭을 고쳐 메고 다시 힘을 내어본다.
멀지않은 곳에 또 다른 갈림길이 있다. 직진하면 마등봉, 황철봉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이고 우측으로는 비선대다. 대관령-미시령 구간은 여기서 한 구간을 마치는 대간꾼들도 더러 있다. 그러나 접속거리가 상당하기 때문에 무리를 해서라도 진행하는 쪽이 더 많다. 마등봉 가는 길은 출입금지 구역이다. 하지만 백두대간을 위해서는 또 불법을 저질러야 한다. 다행이 지킴이는 없다.
지금까지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이라 길이 좋았으나 지금부터는 나뭇가지나 수풀이 몸에 많이 닿는다. 그만큼 사람들 왕래가 적었으리라. 마등봉에 올라 지나온 길 쪽을 바라다보니 설악산 대청봉이 아스라이 멀어져 있다. 아까 멀리 보이던 울산바위는 한층 가까게 보인다. 우리가 가야할 황철봉 정상부 쪽은 구름으로 덮여있다.
마등봉을 넘어서니 블로그에서 보았던 너덜지대가 나타난다. 무수히 많은 돌무더기들이 경사면을 따라서 길게 깔려있다. 이쪽 코스로는 사람이 없을 줄 알았었는데 등산객 두세 명과 단체로 보이는 산악회팀이 지나쳐간다. 이곳에서부터는 동쪽으로부터 안개가 조금씩 밀려오기 시작한다. 이곳 또한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지루한 길의 연속이다. 시간적으로도 중반부를 넘어섰기에 체력적으로 힘듦을 느낀다. 11시 35분. 저항봉이다. 정말 저항하고 싶다. ㅋ 병삼이가 앞서가서 바위 꼭대기에 앉아있다. 정상부에 오르니 우리가 가야할 봉우리는 구름에 가려져 있고 너덜지대 아래 저항령으로 안개가 빠르게 밀려왔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기대기 좋은 바위에 비스듬이 누워서 한참을 경치를 감상한다. 가야할 대간 걱정과 피곤이 보태져서일까 그림에 깊이 빠져들지는 못한다.
저항령으로 가는 너덜지대를 통과한다. 너덜지대는 정말 신기한 현상이다. 동결과 융해의 반복으로 기계적 풍화에 의해 생성되었다는데 알 듯 모를 듯하다. 이곳의 너덜지대는 아까 본 것보다 더 큰 각진 암석들로 이루어져 있다. 넓은 지역에 쌓여있는지라 대간의 길을 찾기가 쉽지 않다. 거기다 크레바스 같은 틈들이 워낙 많아 다리가 빠지는 경우엔 큰 사고로도 이어질 듯하다.
저항령을 지난 후로는 주위가 온통 안개로 자욱하다. 날씨가 흐린 건지 맑은 건지도 모르겠다. 조망도 숲에 가려 거의 보이질 않는다. 지루함과 힘듦의 연속이다. 물 또한 거의 떨어져간다. 인내를 요구하는 구간이다. 너덜지대도 연속 나타난다. 발길 또한 더디다. 오후 1시 황철봉에 도착한다. 주위는 숲과 안개로 조망은 제로다.
또 다시 너덜지대가 나타난다. 이번에는 바위의 규모도 커 보이고 분포 지역이 어마어마하다. 마치 바닷가의 작은 테트라포드(삼발이)를 옮겨다 펼쳐 놓은 것 같다. 신중을 기하여 발걸음을 옮기지 않으면 정말 위험하다. 통과하는 데만 30여분 이상이 걸리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이제는 대간의 막바지라는 생각으로 마지막 힘을 내본다.
안개 속에서 기계음 소리가 들린다. 멀지않은 곳에서 무슨 공사를 하는 것 같다. 미시령이 가까이 있다는 얘기다. 이윽고 잡목지대를 빠져나오니 좌측으로 안개 속에 미시령의 옛길이 보이고 우측으로는 안개 속에 멀리 바닷가가 보인다. 도로 가까이에 이르니 철조망이 보이고 그 너머로 포크레인이 무언가 공사를 하고 있다.
옛 휴게소는 보이지 않고 아마도 시멘트 바닥을 뜯는 공사를 하는 것 같다. 그 옆으로 미시령지킴터 초소가 보인다. 그러나 우려했던 지킴이는 없다. 3시경 미리 연락을 해뒀던 택시가 도착한다. 기사님이 트렁크에 배낭을 실어주면서 급히 타라고 재촉한다. 혹시 지킴이가 올지도 모르니 빨리 여기를 벗어나야 한다고 한다. 기사님의 말에 서둘러 택시에 오른다.
미시령 옛길을 내려가는데 목이 무척이나 마르다. 편의점이 있으면 세워달라고 하니 우선 자기가 먹던 음료수를 마시라고 한다. 음료수는 거의 없으나 얼음이 많이 들어있다. 셋이서 나눠 마시니 정말 시원하다. 갈증이 제법 해소된다. 30여분을 달려 한계령에 도착한다. 요금이 6만원이다. 어제 출발한 대관령 입구 산 쪽을 바라보니 날씨는 흐려있고 안개가 자욱하다. 아마도 오후부터 흐리기 시작했나보다.
간식만 먹고 공식적인(?) 점심을 먹지 않았기에 배가 상당히 고프다. 바닷가 회 이야기도 나왔지만 저번에 먹었던지라 이번에는 충주로 가는 길에 막국수를 먹자는데 의견 일치를 보인다. 마침 병도 단골식당이 홍천 가리산 근처 큰길가에 있다고 한다. 4시 20분경.‘가리산막국수칼국수’식당에 도착한다. 막국수와 수육을 시키고 병삼이는 막걸리, 병도는 소주를 시킨다.
나는 운전을 해야 하기에 술은 따라주는 것으로 만족한다. 막국수가 거의 곱빼기 수준이다. 맛도 그런대로 괜찮다. 병삼이는 마치 먹는 것으로 오늘의 일정을 마무리하겠다는 듯이 막걸리 두병에다 막국수까지 거의 다 먹는다. 이번 백두대간은 많이 힘들면서도 날씨가 오전에는 좋은 편이어서 설악산의 경치를 눈이 시리도록 본 것 같다.
계절마다 아름답게 변하는 경치, 볼거리를 보이는 설악산이지만 현재 보는 그 순간 그 모습 그대로가 가장 아름답게 마음에 남는다. 비교가 무슨 소용이 있으랴. 사람 또한 그렇게 아름답게 보이기를 나 스스로에게도 주문해 본다. 비록 육체적 고난은 따랐지만 뿌듯한 마음을 한가득 안고 다음 마지막 백두대간을 그리며 각자의 집으로 향한다.
첫댓글 어그제 저는 미시령~마등령구간 다녀 왔습니다.
작년 8월에 이구간을 걷었답니다. 백두대간코스가 그리워지네요~.
작년 백두대간을 마치고 나에게 얼마나 친찬을 했는지~ 다음구간은 바람때문에 엄청힘들었어요.~ 너덜지대~ 아쉬운건 3km 덕유산구간을 탈출해서~ 나머지 걸었던 기억이 나네요~~
설악산은 언제나 보고싶고 그립지요 마치 연인을 그리워 하듯이^^
병삼이란 친구분은 뵌적도 없는데 친근하게 느껴져요^^
저희가 병쓰리라고도 부르지요^^ 병도는 병투라고도 하고요 ㅋ
수고 했습니다~
언제 다시 갈련지..!
후기를 보니 새삼스레 설악공룡이 눈에 선해지네요. 고생하셨습니다.
들머리는 대관령이 아니고 한계령이겠지요? ㅎㅎㅎ
부럽습니다...멋진 설악의 정경이 눈에 선하군요...
수고 하셨습니다.
대간 산행기는 누구의 산행기이든 아무리봐도 질리지 않고 일반 산행기하고
뭔가가 다르게 느껴집니다...
저는 대간 딱 4번완료함 ㅎㅎ
공룡 넘은지가 언젠지...굶고 비선대 식당 2층에서 해물파전 큰거 하나를 해치운 생각이 나네요.
부럽습니다~짝짝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