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보고 서서 너를 바라본다. 슬픈눈. 가녋게 떨며 눈물을 참는 입술. 전체적으로 겁에 질린 표정. 나는 최대한 온화한 얼굴을 하고 웃어보이며 나즈막히 다독인다.
울지마. 지금은 깜깜해서 손잡이가 안 보일 뿐이야. 손에 닿는
그 무엇도 없이 그저 공허만이 끝도 없는거 같지만, 어딘가에 분명 벽도 있고, 그 벽 표면의 거침을 마른 손으로 더듬어 가다보면 문도 있을거야.
햇빛 한 줌이 안드는 어둠과 혼탁한 지하실 공기에 때로는 갑갑해 미쳐버릴 것 같은 가슴이 되지만, 그래도 끊임없이 맹인같이
허공을 만지고 허공을 두드리고 허공에 손짓하는건 분명 어딘가에 문이 있기 때문이야.
어쩌면 그렇게 찾아낸 벽엔 유리조각이 박혀있거나 녹슨못이 튀어나와있을지도 모르지. 찔리고 찢기고......
그래도 괜찮아. 벽을 지나면 문이 나오니까.
지금은 깜깜해서 문을 못찾는것 뿐이야. 손잡이가 안 보이는 것
뿐이야. 넌 지금 어쩌면 문이 붙어있는 벽을 더듬고 있는건지도
몰라.
이제 동그랗고 차가운 손잡이를 돌리면, 어둠에 눌려있던 네 눈은 실명할정도로 밝은 빛에 서서히 적응 하게 될거야.
그리고는 내달리면 돼.
이 혼란의 시기에서......
그러나 너는, 나 마저도 보지 못한다. 오로지 음울하게 감싸고 있는
습한 공기에 체온을 뺏길 뿐이다. 오늘도 이렇게 거울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