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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면 언젠가 헤어진다' 란 말처럼, 인생은 만남과 이별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을 갖고 시작된다.
어둠도 빛을 위한 이름이듯
세상의 부정적인 것들도 어쩌면 반대의 긍정적 발전을 위한, 자연과 신의 큰 기획에 따른 희생적 악역을 맡고 있는 것 같다.
배고픔이란 고통이 없다면, 생명체들이 더 나은 성장을 할 수 없으며, 죽음이란 극단적 불행도 살아있는 존재들을 위한 도전과 변화를 통한 새로운 발돋움을 위해 필요하다.
배고픔, 슬픔, 고통...그리고 죽음...
이런 어둠과 부정적 아픈 것들은 피할 수 없는, 한 개체의 삶을 시작으로 전체의 자연과 우주... 모든 생명체들의 궁극적 목표를 위한 신의 작품이다.
만남은 즐겁고 행복하며, 이별은 슬프고 불행하다.
많이 슬퍼하고 아파하고 고뇌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 사람들이 인생과 생명에 대한 존중과 사랑이 크다.
(이런 가장 근원적이며 자연 인간적인 삶의 방식이, 물질의 유혹에 빠져 정신과 영혼이 변질된 현대인들이, 말초적 얕은 즐거움이 행복이라고 착각하고, 더 높은 가치의 삶과 행복을 위해 필요한 아픈 과정을 피해 물질화된 정신과 영혼의 삶을 추구하고 있으니 사람이 근본이 되어야 할 이 이세상이 갈수록 삭막하고 진정한 행복과 발전을 잃어가고 있다)
부모님, 형제, 친척, 이웃, 친구, 애인, 스승... 그리고 수많은 물건들과 동물과 사람들...
나도 모르게 만난 이 이름들과 또 그렇게 헤어지게 되는...
특히
사람의 가치보다 물질의 가치에 도취된 현실로 인해, 인연으로 만난 사람들과의 이별이 너무나 쉽고 빠르게 이뤄진다.
(사람보다 물질 -돈이란 일시적 즐거움에 매료된 요즘에...)
그래서
이런 잘못된 흐름으로 인해 사람과의 정과 신뢰의 아쉬움을 동물이나 식물을 키우면서 대신 보상받으려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인간과 일부 동물에게 영혼이 있다고 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무생물체인 물건도 영혼이 생길 수 있다고 한다.
(인간과 오랫 동안 함께 지내 온 물건들 중에...)
몇 년 전에 나는
결혼전 혼자 지낼 때...음악을 좋아하는 탓에, 오랫 동안 함께 해 온 국산 오디오(인켈)를, 외국산 중고 오디오를 새로 사면서 쓰레기장에 버린 적이 있었다.
외롭고 고독할 때마다 나를 위로해 준 그 녀석이었는데, 차라리 누구에게 주거나 중고품 가게에 팔았으면 좋았을텐데, 아파트 재활용품 쓰레기장에 버린 실수를 했다.
그 날 밤에 하필 비가 오는 바람에 무척 마음이 아팠던 기억...
오늘 나는 그 때 친구와 같았던 오디오를 내다 버리며 마음이 아팠던, 미안하고 슬펐던 기억과 유사한 일이 생겼다.
약 15년 전에 노총각으로 베트남 결혼을 하고 신부를 기다리던 시절...
왜 그렇게 보고 싶고...시간이 가지 않는지 힘들었던 시간...
(그래서 두 번 가면 되는 베트남 출국을, 자비를 들여 신부를 보러 중간에 한 번 더 갔다 왔었다)
퇴근을 하고 혼자 사는 아파트로 가는 길에 이마트가 있었다. 거의 매일 그곳에 들러 신혼방을 꾸밀 물건들을 쇼핑하곤 했으며, 홈쇼핑에서 패블릭 소파와 냉장고도 새로 샀다.
4인 용 천소파와 500리터 냉정고는 아내가 와서 부터 잘 사용했으며, 두 아이가 태어나고서도 우리 가족과 함께 희노애락을 해 왔다.
천소파는 아내가 잘 관리하여 아직도 깨끗하며, 냉장고는 중간에 두 번 쯤 고장나 고친 후 15년을 접어드는 지금까지 아무 탈 없이 제 역활을 해 주고 있었다.
그런데
홈쇼핑에서 자주 광고하는 신형 냉장고와 천연 가족 소파를 보면서, 좋아하는 드라마에 나오는 멋진 집 소파와 냉장고를 보면서, 그리고 친구들 집에 가서 우연히 본 신형 냉장고와 소파를 보고... 지나가는 말처럼 소파와 냉장고를 바꿨으면 하는 눈치를 주었다.
(잘 돌아가는 정든 냉장고와 깨끗하고 푹신한 소파에 대한 고마움과 추억보다 여자로써의 새로운 살림살이 가재도구에 대한 욕심이 앞서... 아이들도 아내와 같이 새롭고 멋진 물건에 대한 선호도가 맞아 떨어져 함께 은근한 압력과 눈치를 심어 줘 왔다)
앞으로 살 날이, 살아온 날보다 훨씬 적은 나...
그 넘의 이별이란 단어가 갈수록 더 생생하게 우울과 더불어 내 앞에서 내 기를 죽이고, 멋모르고 살아 온 지난 삶과 남은 삶에 대한 엄청난 회한과 슬픔과 허망함 그리고 큰 용기와 도전이 필요함을 느끼는 이즈음...
(이게 소위 남자들의 갱년기라는 것인지 뭔지는 모르지만, 남들 보다 훨씬 갑자기 강하게 나에게 엄습해 오고 있다. 아직 한국에 서툰 젊은 아내와 어린 아이들을 두고 먼저 세상을 떠나야 하는 입장이라 더욱 그러한 것 같다)
언제까지나 추억 때문에 오래된 물건들을 계속 그냥 쓸 수도 없기에, 홈쇼핑과 인터넷 쇼핑물에 들어가 좋은 소파와 냉장고를 살폈다.
(홈쇼핑에서 본 멋진 소파와 옥션에서 본 냉장고를 두 번이나 주문하고 취소했다. 그 물건들과 함께해 온 추억과 고마움 때문에 헤어지기 싫어서...)
결국...
아레 저녁을 먹는 중에 롯데 홈쇼핑에서 방송하는 천연가죽 소파를 본 가족이 더 센 눈치와 압력을 주는 바람에 또 주문했으며, 두 개를 같이 바꾸기 위해 어제 사무실로 출근하여 옥션에 들어가 두 번이나 취소했던 미안함 때문에 그 냉장고를 주문하고 바로 함께 결제했다.
오늘 아침 일찍 냉장고 부터 전화가 왔다.
(또 취소할까바 그랬는지...엄청 빠른 배송이다)
아내를 사무실로 먼저 보내고 엘지 기사 두 사람이 싣고 온 냉장고를 설치했다.
오늘 따라 슬퍼 보이는 15년 나이의 500리터 냉장고...
이별...
그 많은 시간과 사연을 함께 해 온 만남과의 이별...
이별은 한 순간이었다.
옛 냉장고가 있던 자리에 크고 새로운 냉장고가 자리했다.
기사에게 부탁했다.
"버리지 말고 누구에게 파시든지 주십시오"
기사분의 대답..."무조건 패기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괜히 부탁했네... 어디 팔아 누가 잘 쓰고 있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었을텐데...)
14년 이상 세월 동안...아내와 아이들과의 행복했던 추억의 한 토막이 잘려 나가는 듯한 허전한 마음이 밀려 왔다.
(언젠가 나와 가족들의 이별처럼...)
크고 멋진 신형 대형 냉장고가 별로 멋지게 느껴지지 않았다.
(저녁에 아내와 아이들은 좋아 난리겠지만...)
또 취소할까봐 소파도 빨리 배송되겠지...
또 한 번의 이별을 맞이해야 한다...
500리터 냉장고는 지금 쯤 어디로 갔을까...
(아름다운 소중한 추억보다 현재의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원하지 않은 이별을 선택한 나의 마음을 아내는 알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