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살롱은 누구든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토론장이자 새로운 정보의 유통 공간이었습니다. 칼럼을 통해 조금이나마 여러분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다양한 토론거리를 제시하고 싶습니다. 트윈스 살롱이 열정적인 LG 팬들과의 소통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어떤 사건이나 기간, 만남 등을 통해 인생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흔히 말하는 '터닝포인트'다. 발전과 성장을 향하는 시작점이 되는 터닝포인트는 생각지 못한 사소한 것일 수도, 치열한 노력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프로야구 구단에도 터닝포인트가 존재한다. 삼성 라이온즈에게는 한국시리즈 우승의 한을 풀어준 김응용 감독의 영입이 있었고, 두산 베어스는 FA 장원준의 영입을 계기로 막강 선발진을 구축해 한국시리즈 2연패를 할 수 있었다.
올 시즌 LG는 팀 분위기, 선수 구성 등 여러 면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이는 결과적으로 LG가 성공적인 시즌을 보낼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가려 하고 있는 LG. 과연 2016년은 LG의 '위대한 터닝포인트'로 기억될 수 있을까.
◆ 성공한 적 없었던 세대교체, 2016년은 달랐다
역대 LG는 '성공적인 세대교체'라는 평가를 들어본 적이 거의 없었다.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LG에서는 이상훈, 김재현, 유지현, 서용빈 등 팀의 핵심 전력으로 활약했던 베테랑들이 팀을 옮기거나 유니폼을 벗었다. 그러나 그 공백을 젊은 선수들이 제대로 메워주지 못하면서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탈락이라는 암흑기를 맞게 됐다.
2013년에는 김기태 감독 체제 아래 정규시즌 2위에 오르며 감격적인 가을야구를 경험했지만 세대교체의 필요성은 더욱 커져 있는 상태였다. 특히 야수진의 경우 베테랑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반면 치고 올라오는 젊은 선수들이 거의 없었다.
김기태 감독이 자진 사퇴한 2014년 중도에 지휘봉을 잡은 양상문 감독은 팀을 수습해 정규시즌 4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올렸다. 그 때부터 양상문 감독은 서서히 젊은 선수들의 기용폭을 넓혀갔고 2015년 9위의 굴욕을 맛본 뒤 세대교체의 필요성을 절감,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물론 김기태 감독도 현재 KIA 타이거즈에서 그러하듯,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며 성장을 유도했다. 그러나 베테랑들의 활용도에서 양상문 감독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베테랑들을 중용한 김기태 감독과는 달리 양상문 감독은 젊은 선수들에게 보다 많은 출전 기회를 보장했다. 비유하자면 김기태 감독은 '온건파', 양상문 감독은 '급진파'였다.
양상문 감독의 세대교체에는 갈등이 뒤따랐다. 이진영이 보호선수 40인 명단에서 제외되며 kt의 특별지명을 받아 팀을 떠났고, 9번 이병규는 올 시즌 내내 2군에만 머물렀다. 그런 팀 운용은 팬들과 선수단 사이에서 찬반이 크게 갈렸다.
하지만 효과 만큼은 확실했다. 한꺼번에 많은 유망주들이 1군급 선수로 성장했다. 전반기까지 8위에 그치며 위기도 겪었지만, 후반기 급반등을 통해 성적과 리빌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그렇게 올 시즌 LG에게는 '성공한 세대교체'라는 평가가 따라붙었다.
◆ 아직은 불확실성 커, 2017년이 중요한 이유
채은성, 이천웅, 문선재, 이형종, 양석환, 유강남 등은 올 시즌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들의 성장세가 앞으로도 계속된다는 보장은 없다. 냉정히 말해 한 시즌 잘했을 뿐이다. 아직 확실한 검증을 마치지는 못했다는 뜻이다.
LG 구단 내에서도 "몇 년 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5년 프로야구 역사상 1년 반짝하고 사라진 선수들은 부지기수다. 올 시즌 가능성을 확인시킨 LG의 젊은 선수들도 그런 케이스가 되지 말란 법이 없다.
따라서 2017년이 매우 중요하다. 젊은 피들이 유망주의 껍질을 완전히 털어내고 더욱 기량을 발전시키느냐, 아니면 제자리걸음 또는 뒷걸음질 치느냐에 따라 LG의 미래는 완전히 달라진다. 다행히 젊은 선수들이 눈치보지 않고 뛰어다닐 수 있는 팀 내 분위기가 조성됐다. 선수 간의 경쟁도 치열하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만을 바라고 있을 수는 없다. 팀 성적이 좋아야 선수들도 쑥쑥 자란다. 구단이 해야 할 일도 많다. 먼저 외국인 선수 구성. '에이스' 데이비드 허프와의 재계약이 절실하다. 헨리 소사, 루이스 히메네스도 팀에 필요한 선수들이다. 재계약이 어렵다면 팀의 중심을 잡을 수 있는 또 다른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내부 FA 단속도 LG가 비시즌 중 처리해야 할 과제. 그 중에서도 선발진의 핵심인 우규민을 잔류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우규민에게 군침을 흘리는 구단이 있다는 소문은 이미 파다하게 퍼져 있다. 정성훈과 봉중근 역시 신구조화라는 측면에서 잡아야 할 선수들이다.
외부 FA 영입은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쓸만한 유망주들이 많은 LG로서는 보상선수가 아깝지 않을 거물급 FA가 아니면 영입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만약 김광현, 양현종, 차우찬 등 '선발 빅3' 중 한 명이 시장에 나온다면 LG의 적극적인 움직임도 기대해볼만 하다.
◆ 구단 역대 2번째 '재계약 감독' 탄생하나
2016년의 롤러코스터를 가장 피부 깊숙히 느꼈을 인물은 양상문 감독이다. 팬들의 퇴진 시위까지 경험했던 양상문 감독은 자신의 신념을 밀어붙이는 뚝심으로 만족스러운 2016년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양상문 감독의 계약기간은 2017년까지. 임기 마지막 시즌을 앞두고 있는 셈이다. 모든 감독들이 그렇듯 재계약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는 미디어의 관심과 함께 마음이 급해질 수 밖에 없다. 물론 양상문 감독은 재계약을 염두에 두고 성적에 올인할 성격이 아니다.
LG의 감독을 '독이든 성배'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임기를 채우지 못한 감독들이 수두룩하기 때문. KBO 연감의 '역대 감독 란'을 살펴보면 페이지를 빼곡히 채운 LG의 역사를 발견할 수 있다. 비교적 장수한 감독들이 많은 KIA, 삼성, 두산과는 비교되는 부분이다.
역대 LG 감독들 중 재계약에 성공한 감독은 단 1명 뿐. 1994년 LG의 2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이광환 전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그러나 이후 LG는 한 번도 감독과 재계약을 맺지 않았다. 2000년대 들어서는 임기를 채운 예도 흔치 않다. 김재박 전 감독이 유일하다.
양상문 감독이 구단 역대 2번째 '재계약 감독'이 된다면 이는 내년 시즌 LG가 좋은 성적을 이어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꼭 우승이 아니더라도 팀의 발전 가능성을 계속해서 확인시킨다면 양상문 감독은 재신임을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독이든 성배'를 마시고도 살아남는 첫 번째 감독이 된다.
◆ 항구적 강팀이 될 수 있는 좋은 기회
팀도 선수와 마찬가지다. 1년 반짝하고 마는 선수들처럼 좋은 성적을 거둔 이듬해 추락하는 팀들도 많았다. 1995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OB(두산 전신)는 1년 만인 1996년 꼴찌의 수모를 겪기도 했다.
항구적인 강팀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LG의 목표도 그렇다. 계속해서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팀을 만드는 것이 LG가 추구하는 바다. 양상문 감독 역시 "언제까지 힘겹게 포스트시즌 진출을 놓고 싸워서는 안된다. 우승할 수 있는 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 LG는 항구적 강팀이 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잡았다. 젊은 선수들의 기량은 아직 정점에 도달하지 않았다. 세대교체에 성공했다는 평가 속에 아직 팀 전력이 더 강해질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다. 프런트와 선수단의 톱니바퀴가 잘 맞아 떨어진다면 향후 3년 안에 대권 도전도 가능하다는 평가다. LG 역시 그런 시나리오를 그려나가고 있다.
숙원 사업이던 세대교체에 성공한 2016년은 '위대한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 만약 LG가 이번 기회를 잘 살려 누구나 인정하는 강팀으로 거듭난다면, 2016년의 성공은 LG의 새로운 역사가 펼쳐진 시작점으로 기억될 것이다.
첫댓글 이번연도가 기회일듯 싶네여... 선발자원도 좋고 세대교체가 제대로만 정착이 된다면 우승이라는 단어를 꺼내고 싶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