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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당 김지명
나는 아내를 보고 놀라서 당황했다. 직장에서 돌아온 아내가 갑작스럽게 머리가 터질 것 같다면서 아픔을 참지 못하여 거실에서 뒹굴고 있다. 아내 곁에 다가왔지만, 이유를 몰라 어떻게 할 수 없어 당황하고 있다. 몸부림치던 아내는 나를 잡고 통증을 호소하지만, 나는 이유만 물을 뿐 어찌할 바를 몰랐다. 긴장한 상태로 아내를 병원으로 옮겼다. 아내는 초주검 상태로 응급실로 이송되었다. 뇌출혈이 아닌가 하여 MRI 촬영도 하고 각종 검사를 받았다. 사진 분석결과 머리에는 아무런 이상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의사가 안정제를 주사하였지만, 시간이 흘러도 아무런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집으로 오다가 마을에 있는 신경과 전문의원에 들렀다. 의원에 들러 아내가 접수하는 동안 나는 할머니 곁에 앉았다 기다림의 시간은 무겁기만 하다. 지금까지 살아도 이처럼 기다림의 시간에 무게를 느껴보긴 처음이다.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을 때 검사를 마친 아내가 양손으로 머리를 잡고 내 곁으로 다가와 앉는다. 아내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통증에 시달리고 있지만, 곁에서 지켜보는 나는 가슴만 타고 있다. 의사는 정밀 분석하였지만, 어느 곳에도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다고 한다. 아내는 아픔이 계속되었는지 고통을 참지 못하고 고개 돌려 눈물을 훔치고 있다. 고개 숙인 아내를 바라보는 순간 세상이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다. 병원에서 치료하지 못하면 어디서 무엇으로 치료를 해야 하는지 눈앞이 캄캄했다. 아내의 병명을 알았다. 아내를 앞세워 정신과 전문의원에 들렀다. 접수를 마치고 대기실 의자에 앉았을 때 곁에 있던 할머니가 태연하게 묻는다. 어디가 아파서 저토록 힘겨워한 아내를 데리고 왔어요, 나는 아내의 행동을 소상히 알려주었다. 할머니 펄쩍 뛰면서 주당(周堂)에 걸렸다고 한다. 그 병은 여기에 오면 안 되는데 하면서 경험담을 털어놓는다. 급 주당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하며 무당을 찾아가서 굿을 하라고 한다. 곁에서 듣고 있던 아내는 어처구니없는 듯 할머니를 비웃듯이 쳐다본다. 아내는 의사가 설명하는 결과에 귀 기울일 동안, 나는 할머니에게 주당이 무엇인지 물었다. 할머니는 치료하는 방법은 굿하는 수밖에 없다고 한다. 아내는 철학관이라는 곳엔 죽기 전엔 가지 않는다고 고집을 피운다. 나는 아내에게 미신이기보다는 우선 치료가 먼저라고 달랬다.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기세를 꺾고 신들린 무당을 찾아가는데 동행한다. 그토록 싫어하는 무당집으로 동행하는 아내의 심성을 알 것만 같다. 아내는 치료하러 간다는 마음으로 따라 나서긴 하지만, 의아심이 가득하다. 굿을 잘한다는 무당집은 대문이 열려있다. 방문을 열고 들어서니 대뜸 주당에 걸려 오셨네요, 하며 알아보았다. 귀신이 탄복할 일이다. 신통하기도 하다. 무당은 우리를 앞에 앉히고 주당에 대하여 알려주었다. 주당이 잠재하고 있는 곳은 다양하다. 주로 시골 정낭이나 혼례식장 및 장례예식장 그리고 상엿집 등이 있다. 특히 장례예식장에서 음식을 먹고 다녀왔을 때 주로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주당(周堂)이 산 사람의 몸에 붙어 괴롭힐 때 고통을 느낀다고 한다. 무당은 아내에게 어디를 다녀왔는가 하고 물었다. 아내는 회사직원의 부친상에 조문하고 돌아와 그 다음 날부터 수시로 통증을 느낀다고 한다. 급 주당에 걸리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다. 급 주당에 걸리면 3일 만에 죽은 경우도 있다. 병명이 독특하지만, 무서운 병이라는 것을 무당은 역설하고 있다. 무당은 나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내 속을 훤히 들여다보는 것인지 과거를 정확하게 알더니 앞으로 주의할 점을 알려준다. 나는 굿을 하라고 유인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무당은 반드시 굿을 해야 낳는다고 하지만, 금액이 만만찮아 눈물을 머금고 다음에 다시 들리겠다고 했다. 나는 무당의 의견에 따를 수 없다고 생각하여 아내를 데리고 나왔다. 주당은 잠재성을 띤 병이다. 한순간 숨이 멎을 것같이 아파하다가 때로는 언제 아팠는가 할 정도로 아주 말짱해진다. 아내가 퇴근하면서 굿하는 데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려고 시장에 들렀다. 귀신이 알았을까? 아내가 아주 아파서 노상에 한 참 쭈그려있었다고 한다. 아내는 집에 오자마자 통증을 참지 못하여 거실에 스러져 머리를 잡고 이리저리 뒹굴고 있다. 나는 이 사실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으려고 했는데 큰 처형에게 알렸다. 처형은 여든에 가까운 연세에 견문이 많은 분이다. 지병이 악화한 처형은 외출도 못 하고 집에만 있다. 거동이 불편한 처형은 막냇동생이 죽을병에 걸렸다는 연락을 받고 대구에서 부산으로 단숨에 달려왔다. 환자였던 처형이 동생을 보는 순간 무당으로 변신한다. 집에서는 걸음도 제대로 못 걷는 처형이었는데 동생 앞에서는 갑자기 신들린 사람처럼 행세한다. 주방으로 가더니 식칼을 들고 동생 앞으로 다가가 칼을 사방으로 휘두르는 것이 무당을 방불케 하고 있다. 혼자서 무어라 주문을 외우며 음성을 높이며 한참을 그렇게 하다가 조용해진다. 나는 환자였던 처형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불심이 강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무당 흉내를 내는 것을 처음 보았다. 신이 들리지 않고는 저렇게 행동할 수 없을 텐데 하고 지켜보는 나는 긴장을 놓을 수 없다. 아내는 언제 아팠는가 할 정도로 갑자기 멀쩡해져 있다. 처형은 자신이 한 행동을 잊은 채 동생이 아프지 않는다는 말에 안도의 한숨을 쉰다. 처형은 동생에게 요즘도 절에서 기도를 열심히 하고 있는가 하고 묻더니 정신이 흐려지면 잡귀가 끼어드니 기도를 계속하라고 한다. 아내는 언니가 한 말에 깨우침을 받았다고 한다. 아내는 독방에서 통증을 참아가며 기도에 몰입하고 있다. 열정을 쏟아 조석으로 기도삼매경에 빠져들고 있다. 아내는 혼신을 받쳐 기도한 지 보름이 되던 날 꿈에서 스님을 보았다고 한다. 스님들이 행사장에서 바라춤이 끝나자 나가자, 하면서 모두를 데리고 나가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 그날 이후 지금까지 아무런 이상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곁에서 지켜본 나도 믿기 어려운 희소병을 경험하지 않으면 절대 알지 못하는 병이다. 현대의학에서도 찾아내지 못하는 주당 믿는 것도 아니고 믿지 않는 것도 아니다, 오르지 경험자만이 이해하는 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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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흔적 주심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