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영화 ‘스파이 브릿지’…‘철의 장막’ 어느 쪽에 놓였든 그들도 괴물이 아닌 인간이었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제2차 세계대전의 여파가 전 세계를 뒤덮고 있던 1960년대. 전쟁은 끝났지만 세계는 미국과 소련이라는 두 개의 덩어리로 양분돼 있었다. 미국과 소련은 서로의 땅으로 쉴 새 없이 스파이를 보냈다. 1962년 어느 날, 미국과 소련은 자신들이 잡아낸 스파이를 맞교환하기로 한다. 교환 장소는 분단 중인 동독과 서독 국경지대의 글리니케 다리다. <스파이 브릿지>는 실제 있었던 스파이 교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3년 만에 연출한 이 영화는 냉전시대를 마치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영화 속에서 냉전의 공포는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와 집 구석까지 침투해 삶을 지배한다. 초등학생들은 학교에서 소련 핵무기의 위협이 강조된 비디오를 반복해서 보고 대피법을 익힌다. 뉴스에는 연일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검거한 소련 스파이의 재판 소식이 나온다.
‘공산당이 정말 싫어요’ 분위기가 만연한 상황에서 변호사인 제임스 도노반은 소련 스파이인 루돌프 아벨 대령(마크 라이런스)의 변호인을 맡는다. 아벨의 변호는 미 정부에서 도노반에게 의뢰한 것이다. 스파이에게도 재판받을 권리를 준다며 체제의 우월성을 과시하기 위해 형식적으로 맡긴 변호다. 그런데 도노반은 전력을 다해 아벨을 변호한다. 급기야 아벨이 스파이 맞교환을 통해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하기 위해 미 정부의 협상 대리인까지 맡는다. 정부의 압박과 대중의 비난이 이어지지만 도노반은 “스파이도 변호받을 권리가 있다”는 말로 사람들의 비난에 맞선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실화가 감동적인 영화로 나오게 된 시작점에는 런던의 극작가 맷 차먼이 있다. 그는 존 F 케네디의 전기를 읽다가 흥미로운 각주를 발견했다. 케네디 대통령이 1000여명의 죄수 석방 협상을 위해 쿠바로 제임스 도노반이라는 미국인 변호사를 보냈다는 내용이었다. 맷 차먼은 도노반에 대해 알아보다가 그가 쿠바 협상 몇 년 전에 스파이 맞교환 협상에도 참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할리우드로 날아가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줄 사람을 찾았다.
제임스 도노반 역[톰 행크스](오른쪽), 루돌프 아벨 역[마크 라이런스](왼쪽)
<쉰들러 리스트> <라이언 일병 구하기> 등 전쟁 속 사람 이야기를 주로 다루며 ‘역사광’으로 알려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제임스 도노반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스필버그 감독은 “1950~1960년대에 유년기를 보낸 사람으로서 냉전시대가 어땠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지만 루돌프 아벨과 프랜시스 게리 파워스의 맞교환 사건은 전혀 몰랐다”며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아 큰 흥미를 느꼈다”고 말했다. 이후 시나리오 작업에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코엔 형제가 참여하며 시나리오가 완성됐다. 코엔 형제와 스필버그 감독은 스파이를 ‘적군’이 아닌 ‘인간’으로 그렸다. 스파이를 뿔이 달린 무시무시한 괴물이 아니라 그저 하나의 신념을 가지고 임무를 수행하는 시민으로 표현했다. 스필버그는 “이 영화에서 스파이는 ‘빛과 그림자’ 같은 정형화된 모습의 스파이로 그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제임스 도노반은 철의 장막 어느 편에 놓여 있든 상관없이 모두를 위해 정의가 실현돼야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입력 : 2015-10-26 21:46:22ㅣ수정 : 2015-10-26 21:55:04>
<뉴욕 대법원>
영화를 보면서 세 번의 작은 울림이 있었다. 작금의 현실에 비추어...
#1 변호사 도노반(톰 행크스)은 재판부의 아벨의 30년 형에 헌법소원을 내기 위해 뉴욕대법원에 들어가는 장면이다. 카메라는 뉴욕대법원의 건물 기둥 위에 새겨진 아래의 문구를 짧게 스치듯 지나간다.
“THE TRUE ADMINISTRATION OF JUSTICE IS THE FIRMEST PILLAR OF GOOD GOVERNMENT.”
(진실된 법의 집행은 좋은 정부의 가장 견고한 기둥이다.)
사실 영화 속에는 냉전시대의 ‘마녀 사냥식’ 여론과 국가 안보를 우위에 두는 치우친 재판을 하지만, 죠지 워싱턴이 말했다고 전해지는 위의 구절은 새삼 와 닿는 말이다.
#2 도노반을 미행하는 CIA 요원 호프만과의 대화에 나온다.
“당신은 독일계 호프만, 나는 아일랜드계 도노반인데, 독일계인 당신과 아일랜드계인 내가 같은 미국인으로 연결해 주는 것이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규정’ 다시 말해서 ‘헌법’이라고 말한다.
다양한 민족과 인종이 세계국가로 모여 살아가는 미국의 구심점은 민주주의의 구현인 헌법이다. 역설적으로 헌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 미국이라는 나라는 위태로울 것이다. 아니, 미국 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나라에 해당될 일이다.
#3 극중에서 변호사인 도노반은 피의자인 아벨에게 여러 번 [수사, 재판] 걱정되지 않느냐고 묻는다.
그 때마다 아벨은 “Would it help?”(그게 도움이 되냐며?)라고 하며, 오히려 변호사인 도노반을 안심 시킨다. 걱정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듯 달관한 모습으로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
어쩌면 사형을 당할지도 모르는 가운데서도... 그의 무심함이 정말 놀라울 뿐이다. 현대인들은 걱정을 달고 사는 데...
요즘은 가끔 영화가 현실로, 현실이 영화가 되었으면 하는 망상을 하기도 한다. 먼 나라 ‘파리 테러’와 내 나라 ‘광화문 물대포’ 소식에 가슴이 저려 온다.
첫댓글 나무아미타불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나무아미타불!나무아미타불!()_()_()
영화 기대 됩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선진국은 개개인 국민의 한 표로 만드는 것입니다 나경원이가 한 말이 있습니다. "선거 참 쉽다 지역구 개발해서 부동산값 오르게 한다고 하면 몰표가 나온다." 이런 문화에서는 민주니 정의니 도덕, 진실은 먼나라 이야기지요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