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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핵협상 타결 기대 커지는 가운데 투옥된 영국-이란 이중국적 운동가 석방
☐ 이란 핵협상, 타결 가능성에 대한 기대 고조
◦ 이란 핵협상 당사국들, 핵협상 타결 가능성 시사
- 3월 11일 호세프 보렐(Josep Borrell) 유럽연합(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가 최종 합의문이 기본적으로 준비되어 있다고 밝힌 데 이어 3월 16일 네드 프라이스(Ned Price)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란과의 핵협상 타결에 가까워 졌으며, 아직 논의 중인 여러 문제에서도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발표했다.
-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얀(Hossein Amirabdollahian) 이란 외무부 장관 또한 리즈 트러스(Liz Truss) 영국 외무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핵협상 타결에 어느 때보다 가까워졌다고 언급하며 이란 핵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 한편 로이터통신은 3월 16일 이란의 양보를 받아내는 조건으로 미국이 2019년 트럼프 행정부가 테러조직 명단에 포함시킨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를 테러조직 명단에서 삭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그러나 미국이 어떤 양보를 이란에서 받아낼지는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고 전했다.
- 그러나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3월 21일 핵협상에 진전이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핵협상 타결이 아직은 임박하지도 않고 분명하지도 않다고 언급하며 기대감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드러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또한 혁명수비대의 테러조직 리스트 삭제 여부와 협상의 자세한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논평을 거부했다.
◦ 러시아, 우크라이나 사태가 핵협상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확인
-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 이후 러시아가 새로운 요구를 하면서 이란 핵협상이 다시 난관에 부딪혔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러시아는 미국 및 유럽의 대(對)러시아 제재가 이란과의 경제 관계에 영향을 주어서는 안된다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 실제로 보렐 고위대표가 외부 위협 요인으로 인해 일시적인 협상 중단이 필요하다고 밝히면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핵협상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었다.
- 그러나 3월 15일 세르게이 라브로프(Sergey Lavrov) 러시아 외무부 장관은 아미르압돌라히얀 이란 외무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가 핵협상 타결 이후 러시아와 이란 관계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서명 보증을 미국으로부터 받았다고 밝히며 핵협상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 이란 정부, 핵협상 타결 전망 커지는 가운데 영국-이란 이중국적 운동가 석방
◦ 영국-이란 운동가, 이란에서 석방되어 영국으로 귀국
- 한편 핵협상 타결 가능성이 가시화된 가운데 지난 6년간 이란 감옥에 갇혀 있었던 영국-이란 국적의 자선 활동가 나자닌 자가리-랫클리프(Nazanin Zaghari-Ratcliffe)가 석방되어 3월 17일 영국으로 귀국했다. 트러스 영국 외무부 장관은 자가리-랫클리프와 함께 이란에 5년간 갇혀 있었던 아누셰 아슈리(Anoosheh Ashoori) 또한 석방되어 영국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밝혔다.
- 트러스 장관은 한편 다른 영국-이란 이중국적자이자 미국 여권 소지자인 모라드 타흐바즈(Morad Tahbaz) 또한 석방될 예정이나, 아직 영국으로 돌아오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 3월 16일 자비홀라 호다이얀(Zabihollah Khodayian) 이란 사법부 대변인은 아슈리의 나이와 건강 상태를 고려해 조건부로 석방했다고 언급했다.
◦ 이번에 석방된 이중국적자들, 반체제 혐의로 이란에서 투옥
- 영국의 자선단체인 톰슨 로이터 재단(Thomson Reuters Foundation)의 자선 활동가인 자가리-랫클리프는 지난 2016년 이란 정부 전복을 꾀하는 조직과 관련되어 있다는 혐의로 체포되어 징역 5년을 선고받았으며, 2021년에는 반체제 프로파간다를 유포했다는 혐의로 다시 징역 1년과 출국 금지 조치에 처해졌다.
- 아슈리는 2019년 이스라엘 정보기관인 모사드와 협력하고 불법적인 재산을 취득했다는 혐의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으며, 타흐바즈는 미국과 음모를 꾸몄다는 혐의를 받고 2018년 1월 체포되어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 영국 정부, 이란에 미지급된 무기 거래 대금 43년 만에 상환
◦ 영국, 1970년대 무기 거래와 관련된 대금 상환
- 두 명의 수감자 석방에 앞서 영국은 이란에 대한 부채 3억 9,300만 파운드(한화 약 6,310억 원)를 상환했다고 밝혔다. 영국은 지난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이 일어나기 전인 1976년 당시 이란 팔레비 왕정과 전차 수출 계약을 체결하고 대금을 받았으나, 혁명이 일어나면서 전차 인도가 중단되었다. 이란 정부는 이후 영국에 지속적으로 인도되지 않는 전차 대금을 환급할 것을 요구해왔다.
- 영국은 이란의 대금 반환 요구를 수용했으나, 제임스 클레벌리(James Cleverly) 미국·유럽 담당 국무장관은 이란과의 금융거래를 제한하는 미국의 경제제재로 인해 이란에 대금을 지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 한편 트러스 외무부 장관은 이번에 상환된 대금이 인도적 목적의 지출에만 사용될 수 있으며, 무기 구입에는 사용되지 않도록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사이드 하팁자데(Saeed Khatibzadeh)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영국이 지급한 자금을 사용하는 방안은 전적으로 이란 정부의 소관이며 타국이 개입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 이란, 이번 석방과 대금 상환은 관계가 없다고 선 그어
- 영국이 이란에 대금을 지급한 직후에 석방이 이루어졌다는 점을 근거로 이란이 부채 상환을 대가로 이중국적자들을 석방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영국 노동당 의원 튤립 시디키(Tulip Siddiq)에 따르면 자가리-랫클리프가 수감 기간에 자신이 구속된 것은 영국의 부채와 관련되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 그러나 아미르압돌라히얀 이란 외무부 장관은 영국이 송금한 대금을 받았다고 확인하면서도 이번 석방이 대금 지급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란은 두 명의 이중국적자는 이란 안보를 위협하고 반체제 활동을 펼친 것 때문에 체포되었으며, 이란과 영국 사이의 외교적 갈등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해왔다.
☐ 우크라이나 사태와 핵협상 진전이 석방 결정과 관련되어 있다는 분석
◦ 이번 석방이 핵협상 진전과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되어 있다는 분석 제기
- 알리 바에즈(Ali Vaez) 국제위기그룹(International Crisis Group) 이란 전문 연구원은 핵협상 진전으로 이란과 서방 사이에 관계 회복 조짐이 보이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이번 석방은 이루어지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국제 에너지 가격 인상 또한 서방과 이란 사이 관계 개선을 가속하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알란 핫사니얀(Allan Hassaniyan) 엑세터대학교 아랍이슬람연구소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이 에너지원 확보 필요성에 직면한 상황은 이란에 새로운 기회를 주었다고 평가했다. 영국 SOAS의 이란 전문가인 세예드 알리 알라비(Seyed Ali Alavi) 또한 우크라이나 사태가 촉발한 에너지 쇼크로 서방 국가가 풍부한 원유와 천연가스가 있는 이란의 중요성을 재발견했으며, 이러한 변화가 이란에 대한 입장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설명했다.
◦ 이란이 체포된 이중국적자를 인질로 이용할 수 있다는 우려 제기
- 이번에 석방된 두 명의 영국-이란 이중국적자 외에도 이란에는 서방국 국적을 가진 이중 국적 이란인 여러 명 구속되어 있으며, 이란 정부가 서방 국가에 동결 자산 해제를 위한 압력 수단으로 체포된 이중국적자들을 인질로 이용한다는 의혹이 존재한다. 실제로 2016년 이란이 미국인 5명을 석방했을 때 미국은 미국에 동결된 이란 자산 4억 달러(한화 약 4,882억 원)를 항공편을 통해 현금으로 전달한 바 있다.
- 영국의 이번 결정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중국적자 체포를 이용할 수 있다는 신호를 이란에 보낸 실책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Mike Pompeo) 미국 전 국무부 장관은 영국이 이중국적자를 인질로 잡은 이란에 굴복하고 몸값을 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 감수 : 김은비 국방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CNN, How dual nationals became pawns in Iran's fight with the West, 2022. 03. 21.
Deutsche Welle, Nazanin Zaghari-Ratcliffe seeks release of Iran hostages, 2022. 03. 21.
The Times of Israel, US says despite progress in talks, Iran nuclear deal ‘neither imminent nor certain’, 2022. 03. 21.
AFP, British-Iranians release helped by nuclear talks, Ukraine: analysts, 2022. 03. 18.
The Independent, Iran disputes UK claim that £400m debt linked to Nazanin Zaghari-Ratcliffe release must be spent on aid, 2022. 03. 18.
The National, Anoosheh Ashoori 'not angry' following five-year ordeal in Iran, 2022. 03. 18.
Al-Monitor, Iran says nuclear deal within closest reach yet, 2022. 03. 17.
Arab News, UK ‘took every precaution’ that debt repayment to Iran would not be used for arms, 2022. 03. 17.
Reuters, U.S. weighs dropping Iran's IRGC from terrorism list –source, 2022. 03. 17.
Al-Jazeera, Two British-Iranians arrive in UK after lengthy prison ordeal, 2022. 03. 16.
France 24, Iran nuclear deal 'close', Tehran frees captives as obstacles narrow, 2022. 03. 16.
iNews, Why does the UK owe Iran £400m? The debt explained and what it means for Nazanin Zaghari-Ratcliffe, 2022. 03. 16.
Al-Jazeera, Russia says it has received US guarantees over Iran nuclear deal, 2022. 03. 15.
Al-Jazeera, ‘Pause’ needed in Iran nuclear talks, EU says, 2022. 0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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