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에 ‘키티 호크(Kitty Hawk)’란 스타트업이 있다. 구글X의 자율주행차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세바스찬 스런(Sebastian Thrun)이 세운 회사로, 하부에 프로펠러가 8개 달린 거대한 드론 형태의 플라잉카(flying car)를 만들고 있는 회사다.
또 구글 지주회사인 알파벳의 래리 페이지(Larry Page) CEO가 개인적으로 거액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회사다. 키티 호크에서는 그동안 극비리에 플라잉카의 실험비행을 시도해왔다. 그리고 최근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24일 ‘뉴욕타임즈’, ‘US 투데이’, ‘포브스’ 등 주요 언론들은 ‘키티 호크’에서 최근 샌프란시스코 인근 한 호수 위에서 플라잉카(flying car)를 실험 비행을 실시했으며, 160km 비행에 성공한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24일 키티 호크에서 공개한 나르는 자동차 플라잉카의 모습. 샌프란시시코 인근 한 호수 위에서 160km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향후 출퇴근이 가능한 플라잉카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 Kitty Hawk
비디오 게임하듯이 손쉽게 운전 가능해
플라잉카는 1인용 전기 비행기다. 키티 호크에서 배포한 동영상을 보면 한 사람이 조그만 운전석에 탑승한 이 플라잉카가 굉음을 내고 움직이는 8개의 프로펠러를 맹렬히 돌리면서 호수 위 10m 상공을 날아가는 것을 볼 수 있다.
플라잉카란 이름이 붙은 이유는 기존 경비행기와 외형이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마치 물 위를 거세게 달리는 제트스키를 바라보는 느낌이다. 시험비행을 바라본 한 여성은 영화에 나오는 모터사이클 같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즈 기자는 “시험비행을 하고 있는 플라잉 카의 모습이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루크 스카이워커의 전투기 같았다”고 평했다. 무게 100kg인 이 플라잉카는 전기로 움직이는데 현재 최고 시속은 40km다.
조종사 키메론 모리세이(Cimeron Morrissey)는 “마치 장난감 헬리콥터처럼 생겼지만 매우 뛰어난 비행 및 착륙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운전 역시 간편하다. 비디오 게임을 하듯이 조이스틱을 움직이며 필요할 때마다 추가 기능을 지닌 버튼을 누르면 된다.
키티 호크 사이트에 따르면 이 플라잉카는 미 정부 당국이 시행한 안전성 시험에 통과했다. 또 호수 지역과 같은 사람이 붐비지 않는 한적한 지역을 운행할 경우 얼마든지 시험운행이 가능하다는 허가를 받아놓은 상태다.
운전면허 없이도 운전이 가능하다. 키티 호크 관계자는 “운전하기도 매우 쉬워 몇 시간 정도 연습하면 능숙한 운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이 플라잉카의 가격이 어느 정도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구입 예약을 위해 100달러(한화 11만2950월) 보증금을 지불한 사람들에게는 플라잉카 구입 시 2000달러(한화 225만9000원)를 할인해줄 계획이다. 뉴욕타임즈는 구매를 선약할 경우 할인혜택을 받겠지만 아직 시험비행이 남았다는 것을 유념해줄 것을 당부했다.
래리 페이지, 플라잉카 시대 도래 확신
현재 플라잉카를 개발 중인 키티 호크 외에도 10여개에 이르고 있다. 이들 기업들의 투자자는 세계적으로 쟁쟁한 공룡 기업들이다. 알파벳의 래리 페이지 외에 초대형 항공사 에어버스, 차량공유기업 우버, 심지어 두바이 정부까지 거액을 투자하고 있다.
개발 중인 플라잉카의 모습도 제각기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다. 미래 청사진 역시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이들 기업들은 어느 날인가 많은 사람들이 플라잉카를 자유스럽게 운행할 날이 올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믿음대로 플라잉카의 시대가 올지는 미지수다. 실리콘밸리에서 구글의 자율운전차량 기술자문을 하고 있는 브래드 템플레톤(Brad Templeton) 씨는 플라잉카 시대 도래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다.
“우리 집 뒤뜰에서 플라잉카를 타고 밀리는 차량을 내려다보면서 회사에 출근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기는 하지만, 옆집에서 굉음을 내며 플라잉카가 날아오르는 것을 매일 바라보는 일은 참기 힘든 고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키티 호크 외에 또 다른 플라잉카 개발 스타트업 지에어로(Zee.Aero)에 투자하고 있는 래리 페이지의 견해는 매우 다르다. 그는 “어느 날인가 키티 호크 플라이어(Kitty Hawk Flyer)를 타고 날아오를 일을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래리 페이지의 희망대로 최근 플라잉카 기술 발전은 놀라울 정도다. 키티 호크 시험비행에서 에어로스페이스의 엔지니어 카메론 로버트슨(Cameron Robertson)은 조이스틱같은 장치를 앞뒤로 움직이며 경주용 차들처럼 공중 슬라이딩 장면을 연출했다.
그는 또 호수 위 4m 상공에서 마치 춤을 추듯이 20~30m 원을 돌았으며, 착륙장으로 사용한 부둣가에서 후진 비행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키티 호크는 10여개 경쟁업체들과의 기술경쟁에서 우위에 서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특히 에어버스에서는 자사가 투자한 스타트업을 통해 VTOL(vertical take off and landing air plane)를 개발 중이다. 활주를 하지 않고 수직으로 이·착륙이 가능한 플라잉카를 말한다. 순항 속도 역시 일반 비행기와 다름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관계자들은 올해 안에 VTOL 시험 비행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에어버스에서는 지난달 열린 국제 모터쇼에서 이 수직 이착륙기를 ‘팝업(Pop,Up)’이란 브랜드로 선보인 바 있다. 두바이 정부 역시 새로운 개념의 플라잉카를 개발 중이다.
중국 드론업체 이항(EHang)과 손잡은 두바이 정부는 오는 7월 날으는 오토 택시를 선보일 계획이다. 우버에서도 이번 주 열리는 달라스 컨퍼런스에서 미래 플라잉카를 선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술개발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미 정부는 플라잉카를 위한 새로운 교통통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중이다. 미 항공우주국은 이미 2년 전부터 드론을 위한 운영시스템을 마련한 바 있다. 플라잉카를 위한 운영 시스템 구축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