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의 첫날, 정오를 갓 넘긴 시각. 전남 구례의 봄은 기다림을 아는 이들에게 먼저 그 속살을 드러냅니다. 노란 산수유꽃이 들판을 채우고, 화엄사의 장엄한 흑매와 섬진강의 하얀 벚꽃이 메인 요리처럼 차려지기 전, 우리에게 봄의 미각을 돋우는 근사한 애피타이저가 도착했습니다. 바로 '천개의 향나무 숲'에 활짝 피어난 홍매화입니다.
▲ 천개의 향나무 숲에 핀 홍매화
ⓒ 임세웅
향나무의 짙은 초록빛이 병풍처럼 둘러싸인 숲길을 걷다 보면, 불쑥 나타나는 홍매화의 붉은 빛깔은 눈이 시릴 만큼 선명합선명합니다.
봄 햇살을 머금고 갓 터져 나온 꽃망울들은, 이제 곧 구례 전역을 뒤덮을 거대한 꽃의 잔치를 예고하는 전령사와 같습니다.
▲ 천개의 향나무 숲에 핀 홍매화
ⓒ 임세웅
향나무의 묵직한 향기에 홍매화의 은은한 꽃향기가 더해지니, 숲은 어느새 봄의 정취로 가득 차오릅니다. 화엄사 각황전의 흑매가 피어나기를 초조하게 기다리는 여행자들에게, 천개의 향나무 숲 홍매화는 다정한 위로를 건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보세요, 진짜 봄이 바로 곁에 와 있답니다"라고 속삭이는 듯합니다.
▲ 천개의 향나무 숲에 핀 홍매화
ⓒ 임세웅
메인 요리가 나오기 전 입맛을 돋우는 애피타이저처럼, 이 숲의 홍매화는 구례 여행의 시작을 더욱 향기롭고 설레게 만듭니다.
▲ 천개의 향나무 숲에 핀 홍매화
ⓒ 임세웅
오늘 이곳을 찾은 이들은 압니다. 3월의 첫날 마주한 이 붉은 꽃 한 송이가, 올 한 해 우리 마음속에 얼마나 깊은 봄의 흔적을 남기게 될지를.
첫댓글
담양창평유천리에는 전남대홍매 후계목이 있는데 아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