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클 합창단 근황 520번째 글입니다. 공연 32일전이고, 연습 횟수로는 공연 전 8번째, 그
러니까 7회의 연습을 남겨둔 날입니다. 이제 공연 전 막바지로 경성대에서 오르갠과 솔로
들과 같이 맞추어 보아야 하는 날짜가 다가오고 있군요. 이즈음 되면 이제 우리쪽에서도
연습 상황이 거의 완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오늘의 연습은 그런 점에서 하나의 전환점을
보여준 연습이었습니다.
예전에도 그러했듯이 출석 인원면에서도 안정성을 이루어갑니다. 오늘 출석인원은 소프
라노 7, 앨토 6, 테너4, 베이스 4해서 모두 21명이었습니다. 지휘자의 오늘 주 목표가 파
트끼리의 소리 어울림을 알아본다는 것이었는데, 그런 점에서 최저의 적정 인원은 갖춘
셈입니다. 연습은 미사곡 연습으로 시작해서 왈츠곡 1,2번 합창곡 연습까지로 이어졌는
데, 저번 주의 상당히 우려스러웠던 것과는 달리 장족의 발전을 보여, 상당히 양호한 평
을 이끌어낸 것이 미래를 밝게 해 줍니다.
나는 요즈음 집에서 미사곡은 유튜브로 재생되는 실제 연주를 토대로, 왈츠곡은 mr을 토
대로 반복 연습을 하고 있는데, 지휘자가 말하는 소리 다듬기에는 아직 못 미치지만 곡의
골격은 대충 잡아간 상황입니다. 그래도 아직 파트 내부의 소리 일체감에는 이르지 못하
고 있는데, 베이스 파트만 모여 파트 연습을 하려고 해도 서로의 시간이 잘 맞지 않아, 하
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이 되기 전에는 한번 해야겠는데, 어려움이 많네요.
반면 소프라노는 매주 만나서 연습을 하고 있는 모양인데, 오늘의 소리 울림도 예전보다
는 훨씬 나아진 듯 했습니다만, 출석인원이 부쩍 늘어난 탓인지, 지휘자의 요구 수준도
높아져 가고 그에 따라 지적 사항도 많아집니다.
항상 그래 왔듯이 지휘자는 개인별로 다른 사람들에게 구애 받지 말고 음정 박자에 최대
한 엄밀성을 유지할 것을 요구하면서 그런 가운데에도 여유있는 자세로 곡을 구사하라고
합니다. 속도가 아무리 빠르고 가사가 아무리 많다고 해도. 한음 한음 예사로 흘려 보내
버리지 말고 또렷하게 읽어가면서 침착하게 불러야 곡을 제대로 부를 수 있더군요. 그런
노래 부르기 습관을 집에서부터 길러 보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그러면서도 마디의 첫음
중심으로 힘을 안배하면서 전체를 레가토로 이어가는 연습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연습은 처음에 발성 연습으로부터 시작되어 미사곡 전곡 부르기로 이어지고, 왈츠곡은 2
번 왈츠까지 불러보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우리의 연습 방식은 여전히 악보에 고
개를 쳐박고 하는 방식이라 지휘자로부터 지적당하기 일쑤입니다. 합창은 단원들끼리,
단원들과 지휘자, 지휘자와 반주자와의 서로의 호흡맞추기로 이루어지는 것이니만큼 단
원들은 반주를 귀에 담고 눈으로는 지휘자의 동작을 주시하면서 순간순간 뉘앙스의 변화
를 주려는 그 의도를 제대로 읽어내야 하는데, 아직도 그것이 잘되지 않는 점은 안타까운
점이고 어찌 보면 우리의 아마추어로서의 면모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제쯤이면 그 체질
에 완전한 변화가 올지 걱정스럽네요.
하지만 전에 비하여 달라진 점이 확연히 눈에 뜨입니다. <키리에>를 부를 때 전 같으면
같은 소절을 계속 반복해서 부르게 했을 것을, 이번에는 전체적으로 한번 불러 보고는 부
분적인 곳 몇몇을 제외하고는 비교적 좋다는 평을 끌어내었습니다. 정확한 음정과 박자
딕션으로 부르되, 마디 첫음에 강세를 주고, 전체를 레가토로 이어 부른다. 자기 소리가
유별나게 튀거나 소리가 벌어지거나 누르는 소리 혹은 끼우는 소리가 되지 않게 하면서
베이스의 경우는 거대한 물결처럼 튼튼한 음으로 밑을 받치도록 한다. 아마도 무의식 중
에 우리들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던 것이 그런 것이었는지는 모릅니다. 내가 지금 ‘무의식
적’이라고 언급한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점을 우리가 고쳤는지 세세하게 인식하지 못한
채, 그냥 내 소리가 유별나게 튀지 않도록 노력했을 뿐인데, 우리의 예상을 넘어 지휘자
의 호평을 끌어내었기 때문입니다. 어찌 보면 다소 불안한 가운데의 진전이라 볼 수 있는
데 역설적으로 이 상태가 앞으로 더욱 발전할 수 있는 디딤대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지휘자가 맡고 있는 합창단 중 모 합창단과의 연습중에 단원에게 유고가 발생했을 정도
로 지휘자의 연습방식은 상당히 힘에 겨울 정도로 가혹(?)합니다. 우리 뮤클합창단의 평
균 연령도 그리 낮은 편이 아닌데, 아직껏 그런 일은 한번도 없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 같
지 않습니다. 미사곡을 불러내는 것은 상당히 힘든 작업이고, 체력 소모도 많이 되는 작
업인데, 그런 일이 도무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의 스테미너가 남다른 탓이거나
우리가 원칙에 맞게 노래하고 있지 않다는 증좌가 되겠습니다. 아무튼 지휘자는 지금껏
체력이 많이 딸림을 느낄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데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 도무지 그런 기
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은 그런 연유에서일까요?
미사곡 연습을 마치고 왈츠 합창곡 연습에 들어갈 때, 지휘자가 이런 점을 강조했습니다.
미사곡을 부르고 난 뒤 체력이 소진된 상태로 왈츠를 불러야 하는데, 왈츠는 가볍고 경쾌
한 분위기로 불러야 하기 때문입니다. 미사곡의 무거운 분위기를 왈츠곡까지 이어가다가
는 낭패를 본다는 것이죠. 미사곡을 부를 때 오늘 부른 것을 녹음해서 AR 상태로 연주하
고 싶노라고 우스개 소리를 할 정도이었지만 왈츠곡의 분위기를 그기까지 끌어올릴 수가
있을지는 미지수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도나 노비스 파쳄>에서 약간의 보완이 있어야겠다는 것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양호한 상태를 유지했던 미사곡 연습과 마찬가지로 왈츠 연습도 예전과는 달리 비교적
나은 상태를 유지했습니다. 1부, 2부 사이의 휴식시간에 단장이 왈츠곡의 가사를 익히기
위해서 얼마나 고심했는지를 토로했던 것처럼 각자가 가사 익히기에 나름 노력을 경주한
흔적이 나타나는 듯 합니다. 이렇게 상태가 좋다가 만약 한순간 긴장을 풀면 또 악화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한 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온
것은 대간한 성과입니다. 지휘자는 우리가 경성대에 가기 전까지; 일정한 수준으로 우리
의 연습상황을 정비해야 한다고 했는데, 오늘의 연습상황은 그 요구에 어느 정도는 부합
하는 것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 지휘자가 ‘단원들의 의견을 참작하되 제멋대로’ 완성한 멋지고 개성적인 포스터가
공표되었고, 이번 달 말이면 지하철 광고와 티켓 검표작업도 해야 하고, 조만간 스텝회의
도 들어가야 할 것이니 한 두 번쯤 임원회의를 거쳐 현황 점검도 해야 할 듯 합니다. 그에
발맞추어 우리의 연습상황도 안정을 찾아야 하는데, 완벽한 형태는 아니더라도 어느 수
준 이루어내었다는 것을 앞으로 더나은 발전의 전환점 내지는 도약대로 간주하면서 오늘
의 연습일지를 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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