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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수 높여, 무더위를 버티다
우리에게도 여름에 마실 수 있는 전통주가 있다. 바로 여름 술 ‘과하주’이다. 조상들이 여름을 보내며 술을 마실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탄생한 술이다. 지날 과(過), 여름 하(夏), 술 주(酒)자를 사용하는 과하주는 풀이하면 ‘여름을 보낼 수 있는 술’이라는 의미이다.
과하주 탄생의 이유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면 이렇다. 온도가 높은 여름에는 술 안의 미생물이 쉽게 번식하기 때문에 술이 상하기 쉽고 보관 또한 어렵다. 하지만 알코올 도수가 20도를 넘어가면 미생물이 살 수 없다. 이러한 점에 착안해 만든 술이 바로 과하주다. 우리 조상들은 약주와 소주를 혼합해 재차 발효숙성을 시켜 알코올 도수 23도의 과하주를 만들어 여름에도 즐겼던 것이다. 이렇게 탄생한 과하주는 특유의 독특한 향기와 뛰어난 맛 때문에 조선시대 초기부터 임금에게 진상되었다. 사대부들은 귀빈 접대용으로 이 술을 사용했다고 한다.
과하주는 경북 김천을 중심으로 그 명성을 전국으로 떨쳤다. 1718년 간행된 향토지 『금릉승람(金陵勝覽)』에는 “김천 과하주는 익산의 여산주(礪山酒), 문경의 호산춘(湖山春)과 더불어 전국에서 이름난 술”이라고 언급했을 정도다. 김천시 남산동에 있는 과하천(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228호)의 물을 사용해 술을 빚으면 술 맛이 좋고 여름이 지나도 그 맛이 변하지 않는다고 하여 ‘과하주’라고 이름이 붙여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물맛이 곧 술 맛이요!
과하천은 재미있는 일화도 간직하고 있다. 임진왜란 때 명나라 군대가 김천을 지날 때 명나라 장수 이여송이 샘물 맛을 보고 중국 금릉 땅의 과하천 물맛과 같다며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후에 이 샘물을 과하천이라 불렀고 그것으로 빚은 술을 과하주라 했다는 것. 멀리서도 명성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과하주를 배우기 위해 김천을 찾았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그 맛이 나지 않아 ‘역시 물맛은 술 맛이다’라는 명제를 한 번 더 증명했다고 한다
조선시대 초기부터 명맥을 이어온 과하주는 일제강점기라는 암흑시대에도 그 뛰어난 맛으로 일본인들의 마음을 빼앗았다. 이술은 밀주를 단속했던 일제강점기에도 유일하게 생산이 허용되었던 전통주다. 일본인들이 나서서 합작회사를 만들어 대량생산하고 일본으로 수출까지 했을 정도. 심지어 일제강점기 열차에는 ‘과하주요! 과하주!’라 외치며 병에 담긴 과하주를 파는 판매원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광복 이후 주세법이 바뀌면서 빚기 어렵게 되었고, 명맥이 끊겼다. 198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김천 민속주를 운영하고 있는 전통식품명인 제17호 송강호 명인의 부친인 송재성 씨의 노력에 의해 다시금 부활하기 시작했다. 그 후 1987년 5월 13일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제11호로 지정되었고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쌀(찹쌀, 멥쌀)과 누룩으로만 빚어낸 과하주는 투명한 황갈색이며, 신맛과 단맛이 은근히 어우러진다. 맛이 부드러우며 약주 특유의 달콤함을 지니고 있다. 또한 소주 특유의 쏘는 듯한 시원한 맛도 갖고 있다. 숙취가 없고 갈증을 해소하며 적당량은 혈액순환을 도와 신경통이나 고혈압에 좋다고 한다. 이번 무더운 여름을 탈 없이 지낼 수 있는 술, 과하주와 함께 해보는 건 어떨까?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술이다.
과화주에 곁들일 ‘베트남식 누들 샐러드’
사라진 입맛을 되찾기 위해, 사시사철 더운 동남아 음식을 들춰보기로 한다. 그 중에서도 이국적인 감칠맛을 더하는데 핫타이 누들 샐러드만한 것이 없다. 매콤한 맛에 저절로 손이 가고 전통주 과하주와도 궁합이 좋다.
달콤하고 부드럽지만 도수가 높은 과하주를 공복에 즐기다가는 쉽게 취할 수도 있다. 이를 대비해 쌀국수를 활용한 누들 샐러드로 속을 든든히 채워보는 것.
베트남식 요리에 빠질 수 없는 고수는 입맛을 돋울 뿐만 아니라 소화를 촉진하고 위장 및 복부의 가스와 위통을 감소시키는 효능이 있다. 여름철 찬 음식을 많이 먹다 보면 복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잦기 때문에 고수를 곁들임으로써 이를 예방할 수도 있다. 베트남식 누들 샐러드에 골뱅이를 함께 곁들여 영양과 식감을 보완하는 것도 방법이다. 안주로 골뱅이를 차게 활용하고 있는 우리의 식문화와 유사하기 때문에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다.
Tip. 골뱅이를 곁들인 ‘핫타이 누들 샐러드’
재료 : 버미셀리(얇은 쌀국수), 오이, 깻잎, 양파, 고수, 파프리카, 통 조림 골뱅이, 스리라차 칠리소스
글‧이지민(대동여주도(酒) 콘텐츠 제작자) 사진‧안지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