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준 기자
WBC 결승의 재구성
여기는 LA 다저스타디움. 대한민국과 일본의 WBC 결승전이 열리는 곳입니다. 양팀 선발투수는 봉중근과 이와쿠마 히사시입니다. 일본이 먼저 공격에 들어가겠습니다(플레이볼~).
1회 말 삼진인데 1루로 뛰는 이용규
해설자: ‘스트라이크 아웃 낫 아웃(Strike out not out)’입니다. 1루가 비어 있거나 1루에 주자가 있어도 투 아웃 상황일 때 적용됩니다. 세 번째 스트라이크(헛스윙 포함)된 공을 포수가 놓치면 낫 아웃 상태가 됩니다. 이때 타자는 삼진으로 기록됩니다. 하지만 아웃은 아닙니다. 공보다 먼저 1루에 도착하면 세이프죠.
2회 말 추신수, 파울팁에도 도루 성공
캐스터: 추신수 1루에 나갔습니다. 6번 타자 이범호, 원 스트라이크 투 볼. 추신수, 뛰었습니다. 이범호, 스윙~. 파울팁인데 포수가 잡았습니다. 추신수 2루에 도착했고요.
해설자: 파울팁을 포수가 잡았을 때는 인플레이 상황(경기가 계속되는 상황)입니다. 추신수의 도루는 인정됩니다.
3회 초 봉중근의 견제에 놀란 이치로
캐스터: 일본의 이치로 내야안타로 출루합니다. 봉중근 투수가 어이없다는 웃음을 짓는군요. 2번 타자를 맞습니다. 세트 포지션(Set Position)에 들어갑니다. 1루 견제! … 이치로가 깜짝 놀라 귀루합니다.
해설자: 투수는 누상에 주자가 있을 때 투구 동작을 짧게 하기 위해 세트 포지션에 들어갑니다. 포수와 사인을 교환한 뒤 투수판에 발을 올리고 두 손을 모으죠. 이때 반드시 정지 동작을 갖춘 뒤 견제구를 던지거나 투구를 할 수 있습니다. 이치로가 화들짝 놀란 건 봉중근의 정지 동작이 짧기 때문입니다. 정지 동작이 없으면 보크(balk)로 간주해 주자는 한 개 누를 진루할 수 있죠.
캐스터: 보크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해설자: 일단 투수의 투구는 물 흐르듯 해야 합니다. 세트 포지션에서 어깨 축을 좌우로 흔든다든지, 발을 살짝 들었다 놓는다든지, 투구를 위해 들어올리는 발이 견제하려는 누와 일직선이 되지 않는다든지, 주자도 없는 누에 견제구를 던진다든지, 그런 게 보크죠.
4회 초 1루를 버리는 1루수 김태균
캐스터: 주자 없이 원 아웃. 이와무라 쳤습니다.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입니다. 김태균 1루수가 1루를 버리고 2루로 뜁니다. 왜죠?
해설자: 수비수들이 커버 플레이를 하고 있습니다. 1루수는 2루타라고 판단하면 1루를 지킬 필요가 없습니다. 2루까지 가는 타자주자를 3루까지 보내지 않도록 해야죠. 중견수와 우익수는 당연히 볼을 쫓아가겠죠. 2루수는 공을 잡은 외야수의 송구 능력을 감안해 중계 지점까지 갑니다. 유격수는 2루수 뒤에서 혹시나 발생할 상황, 즉 외야수의 송구 실책, 중계자의 포구 실책에 대비합니다. 1루수는 2루를 지키게 됩니다. 좌익수와 투수는 3루 쪽으로 갑니다. 모두 실책에 대비하기 위함입니다. 포수는 자신의 자리를 지킵니다.
5회 말 어떤 플라이볼은 놓쳐도 아웃
캐스터: 원 아웃. 1루엔 박경완, 2루엔 고영민 타석엔 박기혁. 아, 내야에 공이 떴습니다. 2루심이 ‘인필드 플라이(Infield Fly)’를 선언합니다. 앗, 유격수가 공을 떨어뜨립니다. 박기혁 그대로 더그아웃(Dugout, 선수·코치진이 대기하는 공간)으로 들어가고 박경완은 1루에, 고영민은 2루에 계속 머무릅니다.
6회 초 수비 방해인가, 주루 방해인가
캐스터: 한국, 지금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투 아웃에 주자는 2루. 이치로 쳤습니다. 1, 2루 사이를 뚫습니다. 추신수, 홈으로 쇄도하는 주자를 잡으려고 홈으로 송구합니다. 아, 포수가 공 잡는 순간 주자와 충돌합니다. 득점 인정됩니다.
해설자: 포수는 홈을 지킬 권리가, 주자는 정해진 누상을 통과할 권리가 있습니다. 날아오는 공을 잡아 태그하려는 포수와 홈으로 달려드는 주자가 크게 부딪치는 경우엔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공이 오지도 않는데 포수가 홈 플레이트를 막고 있다면 주루 방해입니다.
7회 말 주자가 타구에 맞으면 아웃
캐스터: 이진영 볼넷으로 1루에 나갑니다. 김현수 쳤습니다. 2루수 이와무라, 강한 볼을 못 잡습니다. 글러브에 맞고 방향이 틀어진 공이 이진영의 다리를 스치고 1루 파울 구역으로 흘러갑니다.
해설자: 인플레이 상황입니다. 이진영, 계속 뛰어야 합니다. 수비수의 몸(글러브 포함)을 맞힌 공이 다시 주자를 맞힌다면 주자에게 책임이 없다고 봐야 합니다. 반면 주자가 직접 타구에 맞는다면 그 주자는 아웃됩니다. 그 순간 볼 데드(경기를 일시 중지한 상태)가 됩니다.
8회 초 투구가 땅에 맞고 타자에 맞으면
캐스터: 투수 임창용이 던진 볼이 땅에 한 번 맞고 오가사와라의 다리에 맞았습니다. 그라운드에 바운드된 투구에 타자가 맞으면 ‘히트 바이 피치드 볼(Hit by pitched ball, 사구·死球)’인가요.
해설자: 네. 히트 바이 피치드 볼로 인정돼 1루에 나갈 수 있습니다. 몸에 맞는 공과 관련해 하나 더 말씀드리죠. 세 번째 스트라이크가 되는 헛스윙을 했을 경우 타자가 공에 맞는다면 히트 바이 피치드 볼이 되지 않습니다. 타자는 아웃됩니다.
9회 말 ‘헤딩’으로 홈런을…
캐스터: 주자 1루. 이범호 쳤습니다. 좌익수 우치가와, 따라갑니다. 엇! 공이 우치가와의 머리를 맞고 담장을 넘어갑니다. 홈런인가요?
해설자: (끄덕끄덕)
캐스터: 0대1로 뒤지던 한국 야구대표팀, 끝내기 2점 홈런으로 이깁니다.
야구 용어
ㆍ구스 에그(Goose Egg): 0점. 득점판에 새겨진 ‘0’이 거위 알처럼 생겼다 해서 붙었다.
ㆍ딜레이드 스틸(Delayed Steal): 포수가 공을 받은 뒤 행하는 도루. 출발이 늦다 해서 붙었다. 일반적인 도루는 투수의 허점을 찔러 스타트가 빠르다.
ㆍ런 다운(Run Down): 협살. 누 사이에서 주자를 아웃시키려는 수비수들의 행위. 1명의 주자를 아웃시키기 위해 내야수 대부분이 참여한다. 외야수는 송구 실책에 대비해 커버 플레이를 한다.
ㆍ라이너(Liner): 직선 타구.
ㆍ롱 볼(Long Ball): 정면 대결과 장타력으로 승부를 거는 플레이 형태. 선수들에게 상황 판단을 맡긴다.
ㆍ미트(Mitt): 1루수, 포수가 쓰는 글러브.
ㆍ배터리(Battery): 투수와 포수를 통칭하는 말.
ㆍ백 투 백 홈런(Back to Back Homerun): 두 타자가 연속으로 홈런을 치는 경우. 랑데부 홈런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일본식 표현이다.
ㆍ베이스 온 볼스(Base on Balls): 포볼(사구·四球)
ㆍ빈 볼(Bean Ball): 투수가 타자를 위협하기 위해 머리 방향으로 던지는 공. ‘빈(bean)’은 콩을 뜻하는데, 타자 머리를 속되게 부르는 말이다.
ㆍ사우스 포(South Paw): 왼손잡이 투수. 미국 남부에서 왼손 투수가 많이 배출된 데서 비롯된 용어다.
ㆍ스몰 볼(Small Ball): 감독·코치의 지시에 따라 희생타, 주루 플레이를 펼치는 아기자기한 플레이 형태.
ㆍ스프레이 히터(Spray Hitter): 오른쪽·왼쪽·가운데 어느 방향으로나 잘 치는 타자.
ㆍ신시내티 히트(Cincinnati hit): 쉽게 잡을 수 있는 공을 수비수들이 서로 양보하다 놓치는 행위.
ㆍ어시스트(Assist): 주자를 아웃시키는데 도움을 준 행위. 예를 들어 안타가 난 상황에서 외야수가 긴 송구로 1루에서 3루로 뛰는 주자를 아웃시킬 때 해당된다.
ㆍ클러치 히터(Clutch Hitter): 득점 기회에 강한 타자.
ㆍ키스톤 플레이(Keystone Play): 2루수와 유격수의 콤비 플레이. 주로 2루 주자 견제와 더블 플레이를 할 때 호흡을 맞추는 것을 말한다.
ㆍ텍사스 히트(Texas Hit): 빗맞은 안타. 원래는 텍사스 리거스 히트(Texas Leaguer’s Hit)라 한다.
ㆍ패스트 볼(Passed Ball): 잡을 수 있는 투구를 포수가 놓치는 것.
ㆍ포스 플레이(Force Play): 타자가 주자가 되면서 누상의 주자들이 강제로 루를 이동시켜야 하는 상황. 공을 잡은 수비수는 주자가 오기 전에 태그하지 않고 누만 밟으면 아웃이다(forced out).
ㆍ필더스 초이스(Fielder’s Choice): 야수 선택. 수비수가 1루로 공을 던져 타자 주자를 아웃시키는 대신 선행 주자를 아웃시키려는 행위.
ㆍ핫 코너(Hot Corner): 강한 타구가 많이 가는 3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