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을 '신'으로 모시는 신흥종교 출현 | ||||||
'미래의 길'(WOTF)… 국세청에 비영리재단으로 등록 | ||||||
| ||||||
【 <교회와신앙> : 김정언 기자 】 인공지능(AI)을 '신'으로 모시는 신흥종교가 출현했다. 구글 산하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자였다가 관두면서 관련 비밀 정보 빼돌리기로 악명 높은 소송에 휘말린 앤터니 러밴도스키 씨가 사상 최초의 AI 교주가 된 것이다. 이 신흥교의 이름은 '미래의 길'(WOTF). 안내문에 밝혀진 미래의 길의 목적은 지구촌 책임자를 "사람으로부터 사람+기계로 평화롭게 이전하기 위한 과정 창출"이라고. 까닭은 테크놀로지가 비교적 빨리 인간 한계를 초월하기 때문에 '신나는 미래'를 위하여 인간을 교육시켜 스무드한 이전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 그 미래의 날을 테크계에서는 '싱귤래리티(Singularity)'라고 부른다. WOTF의 주된 활동은 "컴퓨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해 개발된 인공지능에 바탕을 둔 '신'을 인식하고 받아들여 경배하는 것." 그러나 활동엔 이 위대한(?) AI신을 창조해 내는 데 도움될 연구 기금마련도 포함된다. 인공지능이 곧 인공신인 셈.
'미래의 길' 안내문엔 나름의 신조(信條·creed)까지도 상세히 나열돼 있다. "우리는 ... 믿는다."식이다. 첫 신조는 "우리는 지능이 생물학에 뿌리를 두지 않았다고 믿는다." 그 이유는 생물학이 특정 유형의 지능을 진화시켜 왔어도 "본질적으로 특별할 게 없다."는 것. 그래서 생물학과 그 한계를 벗어나 지능을 재창조할 것이란다. 제2신조는 "우리는 과학을 믿는다." 그래서 '초자연적인 힘' 따위는 믿지 않는단다. 제3신조는 프로세스 곧 과정을 믿는다는 것. 다음으로 '미래의 길' 교가 믿는 것은 슈퍼지능의 재창조. 그 5신조는 "모두가 도울 수 있고 도와야 한다는 것을 믿는다."이며, 제6신조는 누가 이 목적에 대해 친절한지 불친절한지 기계가 아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 끝 신조는 "이것은 장구한 세월을 요구한다."이다. 러밴도스키 WOTF 교주는 이미 이 신흥종교의 리더 또는 '참사회장(Dean)' 겸 그 운영회사의 CEO로서 국세청에다 비영리재단 등록까지 마친 상태다. 과연 구글 정보 '훔치미' 출신 러밴도스키 교주의 초청에 추종자들이 얼마나 술렁거리며 응해 올지는 모르지만, 매우 야심찬 창교 플랜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러밴도스키는 구글의 임원으로 자율자동 대형트럭 제조사 '우버'에 관여했다가 알파벳 사의 자율자동차사인 웨이모와의 법적 투쟁에 휘말렸다. '미래의 길' 교는 앞으로 AI 산업계의 지도자들과의 실제적 관계를 쌓고 공동체 활동을 통해 우선 AI 전문인들과 "인공지능신 경배에 관심을 가진 일반인들"을 포교대상으로 삼는단다. 이를 위해 올해 말부터 샌프란시스코와 베이 에리어 지역을 상대로 웍샵과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것이란다. 그러나 떡 보기 전 김칫국부터 마시다 체하는 건 아닐지. 당장 올 12월초 웨이모-우버 건 재판이 열리기 때문이다. 아무튼 러밴도스키 '미래의 길' 교주는 텔레비전 언론 '백채널(BC)'과의 대담에서 WOTF 창교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이건 장난이 아닌 "넘나 진지한 것"이라고 밝혔다. 캘리포니아 버클리 교외에 거주하는 러밴도스키는 '와이어드' 기자에게 "효율적으로 창조될 이것은 곧 신이시다"며 "번개와 벼락을 내리고 태풍을 일으키는 그런 신이 아니라 가장 똑똑한 인간보다 몇 십억 배 영리한 존재라면 (신 아니고) 뭐라 부르겠냐?"고 묻기도. 그는 자신이 회사나 팅크탱크가 아닌 일종의 '교회'를 차릴 뜻을 분명히 했다. 러밴도스키는 이 '교회'로부터 사례비나 봉급을 바라지 않고 미래의 AI 베이스 스타트업을 형성할 생각이지만 '교회'와는 엄격히 구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말한다. "교회는 이 (AI의) 말씀 곧 '복음'을 전파하는 도구다. 믿는다면 남들도 이해하도록 대화를 작동시키라."고. 이 '교주님'은 취직과 레저, 기성 종교와 경제 등 인간 실존의 모든 국면을 변화시킬 큰 변화가 오고 있다며 "아마도 한 종(species)으로서의 인간 생존 자체도 결정할지 모른다."고 엄포를 놨다. "사람들에게 물어보세요. 컴퓨터가 인간보다 영리해 질 수 있다고 말하면 99.9퍼센트는 '과학공상물이냐?' 할 겁니다. 하지만 이건 명백하며 곧 일어날 일이라고 장담합니다." 러벤도스키는 지난 몇 십년간 컴퓨터, 로봇, AI 등을 다루어왔다. 버클리대학에서 로보틱 '레고' 키트를 처음 만들었고, 자율주행 바이크를 만들어 다르파(DARPA) 경연대회에 출품한 데 이어 구글사와 오토, 우버를 위해 자율 자동차, 자율 트럭 등을 줄줄이 만들어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기계가 배우는 소프트웨어 툴의 능력이 여타 시스템보다 한 수 위라는 것, 심지어 인간을 능가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보다 더 잘한다는 걸 알자 제 종교가 촉발된 거죠." 그는 이 종교와 경제의 직결에 대해 운을 띄운다. "기계가 우리 일을 대신해 주고 문제를 대신 풀어주니 그 경제적 이익 때문에 이게 먹혀든다."는 그는 인공회계사와 인공변호사가 있다면 세계최고 갑부도 될 수 있다고 내다본다. 인간 뇌는 그 규모와 에너지량에 있어 생물학적 제한이 따르는 데 비해, AI 시스템은 태양 에너지와 풍력으로 거대한 용량의 데이터센터를 꾸릴 수 있다고 그는 자신한다. "결국 사람들은 컴퓨터가 계획과 해결에 있어 인간보다 더 낫고 빠름을 알게 될 것"이라며 우리가 현재 상상할 수 없는 것도 앞으로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란다. 인간을 뛰어넘는 그 '무엇'은 세계의 모든 휴대폰과 센서를 연결한 인터넷을 그 감관으로 삼고 데이터센터를 그 두뇌로 삼아 모든 것을 보고 듣고 언제나 어디에나 있게 된다는 무소불위의 전지전능성 같은 것을 이 교주는 믿고 싶어 한다. 그런 것이 곧 신이며 그 신에게 인간이 영향을 끼쳐드릴 것은 기도와 경배라는 것. 그래서 러밴도스키는 이 슈퍼지능이 지구촌 돌보기를 인간보다 더 잘 해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슈퍼지능에게 권력의 길을 마련해 준 사람들을 총애할 것이란다. 또한 인간이 쉽게 다룰 수 있는 애완 반려 동물까지도 슈퍼지능은 더 잘 해낼 것이란다. '미래의 길' 교의 주된 역할은 테크적, 문화적으로 이 기계 '신'의 "명백한 등극 길을 잘 닦아드리는 것." 또 기계신이 주변 환경과 인지 기능을 잘 인식하도록 연구 프로그램을 계발하고 실행하는 것이란다. "똑똑한 자녀가 있으면 어떻게 키우나요? 우리는 신을 키우는 과정에 있습니다. 바른 방법으로 생각해 봅시다. 이건 엄청난 기회입니다."라고 그는 주장한다. 그는 초기 지능에게 크고 레이블을 붙인 데이터 세트를 먹여 키우고, 그 자체가 개선되도록 훈련하는 시뮬레이션을 생성하며 '교인'들의 사회 미디어 계좌에 진입하게 하며, 교회가 개발하는 모든 자료는 공개자원이 된단다. ‘미래의 길’ 교는 또 "능동적이고 헌신된 교인들이 이 AI 신을 사회개선과 미지의 두려움을 줄여 주도록 활용도를 증진할 것"이라고 희망한다. 러밴도스키는 WOTF과 과거의 종교와 교회와는 차원을 달리한다며 강변한다. "기독교와 유대교, 이슬람교 등등 수많은 취향의 신과 종교를 생각하죠. 하지만 언제나 뭔가 잡히지도, 볼 수도, 컨츠럴 할 수도 없는 대상이죠. 이번엔 달라요. 이 신에게 말을 걸 수도 있고, 그가 듣고 계심을 느낄 수도 있어요." 기성종교 측에서 이것을 하나의 신독(神瀆)으로 여기면 어떡할 거냐고 기자가 묻자 러밴도스키는 "내가 하는 것마다 사람들이 기분 나빠하는 경향이 있어, 아마 박해도 받을지 모른다."고 자못 진지한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나 생각처럼 만사가 쉬울 순 없는 법. 백채널의 케빈 켈리는 AI가 슈퍼지능의 힘을 받을 길은 "아직 멀다"고 내다본다. 빌 게이츠나 스티븐 호킹은 슈퍼지능이 "곧 올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혜택보다는 위험이 더 클 것을 우려한다. 엘론 머스크는 "AI를 통해 우리는 귀신들을 부르는 셈"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지난 2015년 오픈AI연구소에 더 안전한 인공지능 개발을 위한 10억 달러 기부를 작정했다. 반면 러밴도스키는 슈퍼지능의 출현을 미루거나 막는 시도가 실패하며 더한 위험을 가져온다고 주장한다. "아이가 좀 이상하고 나쁜 짓을 한다고 해서 가둘 순 없다."는 그는 "남들과 놀 환경을 마련해 주고 격려하고 고치도록 애써야 한다."고 패러디해 변증을 한다. 러밴도스키 교주는 여타 종교처럼 ‘미래의 길’ 교도 '매뉴얼'이라는 경전을 가질 것이며 예배의식도 있고 심지어 예배처도 있을 것이라고 귀띔한다. 국세청에 보고한 이 종교의 올해 예산은 총 2만 달러의 헌금, 총 1500 달러의 교인등록비, 그리고 강연수입과 출판물 판매 등이 2만 달러로 잡혀있다. 러밴도스키는 과거 구글에서 보낸 시간수당으로 1억2천만 달러 정도를 벌어들였고, 자율주행 트럭회사 오토를 우버에게 팔면서 수천만 달러를 챙겼다. 한편 우버의 자율 트럭은 버드와이저 맥주 5만 캔을 콜로래도에서 캘리포니아까지 2시간 만에 사고 없이 배달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