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를 보면 반성하게 돼요.
내가 얼마나 어리광 속에서 투정부리며 살고 있는지..
대학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그 이후로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대요.
워낙 성실하고 착해서 아르바이트 하는 곳마다
사장들이 직원으로 채용하고 싶어해요.
어떤 분은 학비 걱정은 하지 말고..
학교를 마저 다니라고까지 배려해 주신 분도 있다니까요.
물론 강직한 그는 남한테 이유 없이 신세를 지고 싶진 않다면서
고마운 제안을 거절했고,
지금까지 졸업을 못한 상태에요.
그런 그를 처음 만난 건 수산 시장에서였어요.
어느 날 새벽에 친구들과 싱싱한 회나 한 접시 먹자면서
가락동 수산 시장엘 갔었는데..거기에서 그를 알게 됐습니다.
무슨 남자가 그렇게 싹싹하게 장사를 잘 하는지,
같이 갔던 친구 모두 그날로 단골이 되어버렸어요.
하루는 오빠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 같이 술을 한 잔 하러 갔었는데..그 새벽에 말이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부터 우리서로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안 그랬으면 그 늦은 시간까지..거기에서 기다렸겠어요?
졸려서 집에 가겠다고 친구들을 붙잡아 놓고 말이에요.
오빠도 그렇죠.
일 끝나면 피곤할 텐데, 왜 손님인 우리랑 사석을 가졌겠어요?
아무튼 그 날 이런저런 얘길 하다가 오빠가 여자 친구를
사귄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 첫 번째 여자 친구 자리를
내가 차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젊은 나이에 연애 한 번 할 시간 없이
새벽부터 밤까지 일만 하며 살아가는 오빠가..
너무 안타까웠어요.
그런데 지금은 나도 새벽부터 일어나 일만 하고 있습니다.
오빠가 가는 곳마다 따라다니면서 도와주고 있거든요.
오빠는 방해만 된다고 나오지 말라고 하는데,
이렇게라도 안 보면 일주일에 얼굴 한 번 보기가 힘드니까..
요즘 새로운 일을 시작해서 더 바빠졌거든요.
아침에 음료를 배달하는 사업이라면..사업이라고 할 수 있죠.
여름철이고 해서 시원한 과일 주스와
홍삼 물로 탄 냉커피를 첫 번째 품목으로 정했어요.
그래서 며칠 전 부터 서비스 기간으로 오빠랑 같이
회사마다 돌리고 있는데..반응이 어떨지 궁금합니다.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사랑에 빠지면 언제나 함께 있고 싶은 거라고,
꿈에서까지 꼭 붙어 있고 싶은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