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봉 대기자]
주 52시간 근로 시대가 열렸다. 개정 근로기준법에 따라 300인 이상 기업과 공공기관의 근로자는 1주일 동안 노동할 수 있는 최대시간이 평일과 휴일 근로를 포함해 52시간 이내로 제한된다. 50∼300인 사업장은 2020년 1월부터, 5∼50인 사업장은 2021년 7월부터 이 제도가 적용된다. 위반 사업주는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 될 수 있다. 단계적으로 50~299인 사업장은 2020년 1월1일부터, 5~50인 미만 사업장은 2021년 7월부터 적용된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우리 사회 전반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 올 수 있지만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인력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근로자 급여가 줄어드는 등 부작용도 예상된다. 아무리 좋은 목적의 제도도 서민 삶을 낫게 하지 못하면 무의미하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노동시간이 2007년까지 가장 길었지만, 2008년부터 멕시코에 1위 자리를 넘겨줬다. 이제는 한국의 국민이 좀 더 여유롭고 행복해지길 기대한다. 그러나 이는 새 제도가 문제없이 원활하게 뿌리를 내려야 가능한 일이다. 앞으로 산업 현장의 혼선도 적지 않을 것이다. 대기업들은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중소·중견기업들은 근로시간 여부를 놓고 노사 갈등이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힘을 모아야한다.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수도 있다.
정부의 안이한 대응은 비판을 받았다. 6개월 처벌 유예, 탄력근로제 활용 권장, 특별연장근로 업종별 확대 검토 등은 졸속으로 쏟아낸 대책들이고 임시방편일 뿐이다. 특별연장근로 업종은 사업장 특성을 반영해 확대하되 제도의 근본 취지를 후퇴시켜서도 안 된다. 아울러 근로시간 단축 처벌을 유예하는 6개월 동안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연장 등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 탄력근로제는 일이 많은 주의 노동시간을 늘리고, 대신에 다른 주의 노동시간을 줄여 평균적으로 법정 근로시간을 맞추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법 개정안 통과 후 준비기간이 겨우 4개월밖에 안 돼 인력채용 등을 준비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근로시간이 줄어들면서 휴일이나 야근근무가 많은 직종 노동자들의 경우 큰 폭의 실질임금 감소도 우려된다.
근무시간 단축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는 게 급선무다. 최근 경기가 꺾이고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급격한 고용환경 변화가 우리 경제에 찬물을 끼얹지 않도록 세심한 관리가 요구된다. 획일적인 잣대만 들이대며 기업을 압박하다가는 오히려 부작용만 키울 우려가 크다. 시행 초기의 혼란을 극복하고 연착륙을 위해서는 노사정이 함께 지혜를 모아 산업별 특성을 고려한 추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