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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다양한 시나리오가 제기되는 가운데 그 발판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은 비상장 계열사 현대엔지니어링이 주목받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주요 사업과 무관한 경비 관련 업무 등을 하청 방식으로 그룹 물량을 도맡는가 하면 고배당 실시로 정 부회장의 자금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현대차그룹의 결정으로 현대엔지니어링은 2014년 4월 현대엠코를 합병하면서 외형이 두 배 가까이 커졌다. 합병 전까지 현대엔지니어링의 최대주주였던 현대건설은 72.55%를 보유했었으나 현대엠코와 합병되면서 38.62%로 지분이 낮아져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 부회장이 현대엔지니어링의 2대 주주가 됐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와 합병에 따른 신주교부 방식으로 기존 현대엠코의 최대주주였던 정 부회장은 11.72%를 보유하게 됐다. 마찬가지로 정 부회장이 최대 주주인 현대글로비스 역시 합병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분 11.67%를 갖게 됐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사업보고서와 분기보고서를 보면 이 회사 주요 사업 분야는 화공·전력, 건축·주택, 인프라·환경 부문이다. 기타 사업으로 시설물 유지 관리 등이 적시돼 있다. 주목할 점은 기타 사업 분야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엠코를 합병한 2014년부터 현재까지 무려 75개에 달하는 사업을 신규 추가했다.
대표적으로 현대엔지니어링은 합병 이후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자산관리 경비·미화·조경·통근버스 등 용역 사업을 대량 수주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를 ‘하청의 하청’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업계 관계자는 “위탁을 통해 현대엔지니어링은 매출과 이익이 발생하지만 그룹 계열사들은 그만큼 손해를 보는 구조”라며 “하청 방식이라 문제가 발생하면 해당 업체가 책임을 져야하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 외에도 현대엔지니어링의 사업 내용을 보면 건설업과 무관한 업종이 상당수 있다. 구체적으로 △귀금속 판매업 △담배판매업 △종자업 △통신판매서비스업 △인터넷 및 전자상거래업 △유통서이스업 △자동판매기 운영업 △단체급식사업 △식당업 △세탁업 △레저스포츠 용역 및 운영업 △ 용품 판매업 △일용잡화 서적문구잡지류 판매업 △문화사업(관광재단·아트센터)이다.
현대엔지니어링 측은 “현대엠코의 기존 사업 내용이 합병으로 당사에 자연스럽게 넘어온 것이며 현재 사업을 하지 않는 분야가 대다수”라며 “현재 당사가 기타 사업으로 분류하는 시설물관리업무는 건물 등에 대한 광범위한 관리업무를 포괄하는 개념이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현대엠코 역시 건설업이 주된 사업분야였고 합병 전까지 현대엔지니어링의 기타 매출 부분은 없었다. 그러나 합병 이후 기타 매출 규모와 전체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기타 사업 매출은 2014년 4175억 원으로 전체 7.3%를 차지하더니 지난해에는 5699억 원으로 7.7%, 올해 들어선 3분기까지 4348억 원으로 8.9%를 기록하고 있다. 정 부회장이 현대엔지니어링의 주요주주가 된 이후 그룹 차원의 일감 몰아주기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현대엔지니어링 계동 사옥.
현대엔지니어링의 배당성향도 주목된다. 배당성향이란 당기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 총액의 비율을 말한다. 예컨대 당기순이익 10억 원 중 배당금으로 1억 원을 지급했다면 배당성향은 10%다. 정 부회장은 합병 전 현대엠코의 지분 25.06%를 가진 최대주주였으며 현대엠코는 2012년까지 배당성향이 평균 50%에 육박하는 고배당을 실시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엠코와 합병하기 전까지는 매해 20억 원대 배당에 그쳤고 합병 전해인 2013년에는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반면 정 부회장이 2대 주주로 등극한 첫해인 2014년 중간과 연말 등 두 차례 배당을 실시하면서 1666억 8100만 원, 지난해에는 869억 6400만 원 등 2년간 2536억 4500만 원을 배당했다. 배당성향은 2014년 52.9% 2015년 26.4%에 달했다. 특히 2014년에 실시된 1666억 원대 배당은 주당 순이익이 전년 5만 4281원에서 4만 8335원으로 오히려 감소한 가운데 발생해 논란을 야기한 바 있다. 정 부회장은 자신의 명의로만 2년간 현대엔지니어링으로부터만 292억 원 규모의 배당금을 수령했다. 정 부회장에게 배당 등으로 두둑한 자금줄 역할을 했던 현대엠코의 역할을 현대엔지니어링이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도 3분기 까지만 2194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고배당 행진은 올해도 이어질 건망이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함께 정의선 부회장이 23.29%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현대글로비스는 배당성향이 높다. 현대글로비스는 2014년 13%에 그쳤으나 지난해에는 42.5%를 기록했다. 이 시기 총 현금 배당액은 1185억 원으로 정 부회장은 282억 원을 챙겼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글로비스의 2년간 배당 성향은 현대차그룹의 주요계열사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현대건설은 10%대였다.
아울러 정의선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다양한 시나리오가 제기되는 가운데 현대엔지니어링이 주요 역할을 하고 있어 주목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주요 사업과 무관한 경비 용역 등과 관련해 재하청으로 그룹 물량을 도맡아 덩치를 키우는가 하면 고배당 실시로 정 부회장의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최근 들어 배당성향이 높다는 점은 인정한다. 이번 회계연도에서 배당이 실시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다만, 정의선 부회장과 연관돼서는 밝힐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