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사의 별표 전축이 유일한 국내 오디오 제품으로 명성을 누렸던 시절. 충무로나 세운상가 전축 가게(당시 오디오 상점)는 PX 유출품으로 인기를 끌었던 영국의 가라드(Garrard) 레코드 플레이어를 비롯, AR과 KLH, EV (일렉트로 보이스), JBL 등의 회사 스피커 시스템이 진열장을 장식했다.
앰프로는 피셔(The Fisher), 셔우드(Sheerwood), H.H. 스카트, 다이나코(Dynaco) 등이고 매킨토시 (Mclntosch)나 마란츠(Marantz)처럼 고급형은 어쩌다 그 모습을 볼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보다 먼저 60년 중반 정식으로 수입되어 판매된 제품 중 서독의 그룬딕(Grundig)과 일본의 파이어니아사와 내셔날 제품이 있었다. 서독의 그룬딕 제품은 라디오에 레코드 플레이어를 올려놓은 형태의 것이었는데 일본의 내셔날 회사 제품은 비슷한 것이나 긴다리가 달린 일종의 콘설형이였다.
그러나 파이어니아사 (Pioneer)의 제품은 리시버 형태로 설계된 단품 앰프로서 외형 디자인이 아름답게 꾸며져 관심을 끌었다. 이 회사가 소개한 SM 시리즈로는 SM-B200과 Q300 모델이 가장 인기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이 제품을 구입했을 때의 흥분이 아직도 뇌리에 남아있다.
특히 미국 알텍(Altec)의 스피커 604 시리즈와 영국 태노이(Tannoy)사의 오토그래피 유닛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느낄 정도였으니... 60년대 중반 하얀색의 레코드 플레이어인 가라드사의 Type A형과 AR사의 완전수동식 제품은 국내에 가장 많이 보급된 제품들이였다.
전후 아이들러 방식을 고수하여 여러가지의 제품을 만들어 온 가라드사는 최초로 다극(多極) 모터로서 속도 연속 가변형인 센터 드라이브 방식의 우수한 제품 '201'을 내놓았다.
이 제품은 LP초기까지 약간 개량되어 사용되었는데 지금까지도 명기로 전해지고 있는 301형은 1954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BBC등에 방송용으로 사용되었다고 알려지고 있는 프로용의 턴테이블이다. 이는 인덕션형의 모터로서 아이들러 방식이며 중량은 3Kg, 오늘날에 와서도 좋게 평가되고 있어 명작품으로 남아있다. 그후에 만들어진 401은 301이 알루미늄 주물로 만들어진 회전판 때문에 의해 모터 하울링이 발생하는 점을 개량하여 철재로 회전판을 개선한 것이다.
그러나 이 회사도 80년 초기 일본제품과의 경쟁에 견디다 못해 브라질의 '그라디엔터' 라는 전자 메이커로 경영권이 넘어가 이제는 그 명성도 전설처럼 되어 버렸다.
한때 일주일에 50만대의 레코드 플레이어를 생산, 세계 정상급의 위치를 굳힌적도 있지만 당시 1백만불의 경영상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두손을 들고 말았다. 이 회사가 내놓은 제품 중 보급형은 70 MKⅡ와 SL시리즈들이 있는데 레코드 플레이어하면 가라드를 연상했을 정도였다.
이후 서독의 듀얼 (Dual)사의 제품이 소개되면서 가라드 시대로 부터 새로운 듀얼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이 회사가 내놓은 제품은 모델 1019에 이어 1015F, 1219등 다양한 제품들을 선보인 바 있는데 림드라이브 방식으로 정교한 메카니즘을 자랑했다.
가라드나 듀얼사의 제품보다 모든면에서 한수 위라고 할 수있었던 제품은 서독의 엘락(Elac) 그리고 P.E.사의 제품도 있었다. 그러나 이들 제품은 가라드나 듀얼사의 유명세에 밀려 빛을 보지 못하고 말았는데 벤자민 미라코드(Benjamin Miracord)로 ELAC 모델 PW 50H는 지금에 와서 봐도 잘 만들어진 제품이다.
고급형의 제품들로는 카트리지로 유명한 엠파이어(Empire) 사가 내놓은 모델 389G를 빼놓을 수 없다. 이 제품은 80년말까지 모델 598까지 시리즈로 소개한 바 있다. 금색의 찬란한 컬러 디자인으로 부터 미국적인 우아함을 보여준 벨트 드라이브 방식의 레코드 플레이어였다.
이와 대조적인 제품으로는 REK. O. KUT사의 B-12H를 손꼽을 수 있다. 이 모델은 프로용으로 3스피드 컨트롤 시스템. 토렌스(Thorens)사의 명기인 TD-124와 같은 수준급의 제품도 있었다.
디지털 시대에 와서도 오직 아날로그 제품만을 고수하고 있는 토렌스사가 내놓은 제품 중 1962년에 발표한 TD-224는 자동 플레이어로서 설계된 형. 예비 음반을 올려놓도록 된 액세서리가 부착되어 있는데 TD-124 모델을 변경해 제작된 것이 아닌가 한다.
레코드 플레이어를 위한 톤암을 전문적으로 생산해온 회사로서는 SME사를 비롯해 슈어(Shure), 엠파이어, 그리고 REK-O-KUT사 등이었다. 그중 SME사가 내놓은 3009와 3012는 명품으로 알려진 바있다.
이 톤암은 미국의 카트리지 명문인 슈어사가 자사의 이름을 붙여 미화 100달라 50센트에 판매했다. 그러나 엠파이어 980G 12″톤암은 29달라 95센트, REK-O-KUT사의 12″모델 S-320은 34달라 95센트였던 것을 보면 SME 톤암이 당시에도 고가였음을 알 수 있다.
이들 레코드 플레이어들을 위한 카트리지로는 슈어(Shure), 엠파이어(Empire), 피커링 (Pickring)사의 제품들인데 슈어사의 M3D와 엠파이어의 880시리즈는 무빙 마그네트형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었고 너무나도 많이 알려졌었다.
앰프 다운 앰프 피셔(The Fisher)
60년 중반 오디오 시스템에 심취된 분들이 기억하리라 생각되는 제품 중 피셔사의 앰프를 들 수 있다. 1937년 음악애호가인 에보리 피셔(Avery Fisher)에 의해 'Fisher Radio'라는 간판을 걸고 뉴욕 롱 아일랜드 시티 1에 공장을 세우면서 출발했다.
이 회사가 최초로 개발한 제품은 빔관을 사용한 파워앰프와 밀폐형 스피커 그리고 카트리지. 이 회사가 소개한 진공관형 모델 중 X-100이나 X-202B 등은 정말로 잘 만들어진 인티그레이티드형들로 외형 디자인은 물론 내부회로 설계, 재생음질 또한 좋았던 제품이다.
실효출력 80W의 X-202B는 12개 진공관의 빨간 불빛과 함께 한폭의 아름다운 그림을 연상케 한다. 독특한 스위치의 촉감 그리고 품위를 갖게한 듬직한 패널등은 확실히 운치있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어디 그뿐이랴...... 당시 소개된 북셀프형의 스피커 시스템인 KLH이나 AR 회사 제품과 너무나도 환상적인 콤비를 이루웠던 것이다. 특히 AR사가 소개한 스피커 시스템 모델 2ax나 4x는 국내 오디오 시장에서 가장 많이 유통되었던 모델들이다.
56W 실효출력의 X-101B 앰프는 36W의 X-100의 후속 모델로서 1964년 신형 제품으로 소개된 X-101C와는 전혀 다른 디자인을 보여 주었던 것이다. 이처럼 한 시대를 풍자했던 피셔 제품이 트랜지스터 시대에 와서 리시버형인 턴 오 매틱 (Tune O Matic) 기능을 탑재한 시스템을 하이라이토로 사향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진공관 리시버 앰프로서 최후를 장식한 모델 800-C는 출력관 7591를 사용한 명기로서 아직도 매니어들이 사용하고 있다.
60년대 진공관 앰프 제조회사로서 알려진 하만가든사의 설립자 시드니 하만 박사는 1963년에 제작한 사이테이션 2 파워앰프를 시작으로 현재는 다국적 기업인 하만 인터내셔날사의 회장에 재직 중이다.
이 그룹내에는 JBL, 인피니티 등 전세계 유명 오디오 회사 대다수가 속해 있을 정도로 대가(大家)를 이루고 있다. 1960년 초기 헤성처럼 등장한 하드레 (Hadley) 라는 앰프 회사를 기억하는 분들은 별로 없으리라 본다.
그러나 이 회사가 내놓은 프리앰프 모델 621은 마치 마란츠 모델 7을 연상하게 되는데 트랜지스터 시대로 이어지는 1963년에 내놓은 제품이였다. 당시 진공관 회로로부터 탈피하고자 하는 엔지니어 중 토슨 하드레는 솔리드 스테이트 (Solid State) 회로에 매료당해 이 방식을 사용한 앰프 제작에 성공한 것이다.
앰프 제조회사로서 유명한 매킨토시나 마란츠사도 감히 솔리드 스테이트 방식 사용을 엄두도 못내는 것을 보면 이 모델은 매우 성공적이였다는 평을 들었다.
마란츠사가 1967년경에 와서야 모델 7T 프리앰프를 내놓았는데 이 제품이 최초로 트랜지스터 회로로 제작된 제품이다. 여기서 잠시 AR 회사에 관해 살펴보자.
1954년 음악을 좋아하고 오디오 기기 설계등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던 Edgar M. Villchur이라는 엔지니어에 의해 설립된 회사가 AR (Acoustic Research) 이다. 제 2 차 세계댄전 중 항공대에 5년간 근무하면서 전자기술을 연구, 밀폐방식인 어쿠스틱 서스패션 (Acoustic Suspension) 스피커를 발명했다. 그때만 해도 모든 스피커 시스템은 대형의 구조를 취한 것이 일반적이였는데 밀폐방식이 개발되면서 소형으로 제작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때부터 가정용의 소형제품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 책꽂이형 스피커인 북셀프(Book-Shelf)가 탄생된 것이다. 당시 AR사는 유명 아티스트들을 자사의 팜플렛에 넣어 선전했다.
그중 베를린 필하모닉의 불멸의 지휘자인 고(故)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뉴욕에서 기거할 때 'AR3a'란 스피커 시스템을 사용한 사진을 실어 오디오 매니어들 사이에서 AR 제품이 인기를 얻게 되었다.
이 회사 제품 중 스피커로서 'AR4X' 그리고 'AR2AX'는 영원히 잊혀질 수 없는 명기로서 기억될 것이다. 미국의 이스트 코스트 사운드의 대표적 회사였던 AR사가 역시 몇 차례나 다른 경영자의 손에 넘어간 것은 정말 아이러니컬한 일이다.
그러나 장인들이 남긴 뛰어난 제작 기술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으며 거이에 담겨진 소리는 게속 살아서 숨쉬고 있다. 여하간에 완전 밀폐방식인 소형 스피커 시스템은 AR사의 에드가 M. 빌츄쳐에 의해 개발, 스피커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된다.
그가 개발해 주목을 받은 것중 1958년 발표한 돔형 트위터도 있으며 4년후에 내놓은 3 포인트 서스펜드 서브샤스 (3-Points Suspended Subchassis) 유닛으로 제작한 AR 레코드 플레이어는 너무나도 유명했다.
AR사는 이후에도 리시버형 앰프와 인티그레이티드형 앰프 2종류를 소개했다. 1964년 등장한 일렉트로 보이스사의 EV-TWO란 북셀프형 스피커 시스템도 2웨이 방식으로 음질면에서 주목을 받은 모델이다.
당시 EV사가 내놓은 스피커 시스템 중 마퀴스(Maquis)나 아리스토크리트 (Aristocrat)는 콘셀형으로 소개되었다. 앰프 제조회사로서 H. H.스코트도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