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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 블루로드길
일 시: 2018년8월25일 토요일 오전7:00부터 오후6:00까지
장 소: 영덕군 영해읍 일대
참석자: 이혜연, 성정일, 박상호 외 객원2명(이귀숙, 이현숙)
경 로: 영해5일장 – 축산항 – 죽도일주 – 해안길 – 경정2리 – 해안길 – 죽도입구 ….. 괴시리마을 ….. 후포리 횟집 ….. 고래불 해수욕장
0000 영해가 어디인고?
한뫼들에서 한해 한번씩 산행이나 여행경비를 지원한다. 올해는 이귀숙 선생님이 계신 영덕군 영해면의 블루로드 길을 걷기로 했다. 산과 바다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트래킹이기도 하고 귀숙 선생님을 뵌다는 생각에 밤잠을 설쳤다. 영해는 영덕군에 속한 조그마한 포구인데 최근에 30번 당진 영덕간 고속도로가 뚫리면서 교통이 편리해졌다. 영덕블루로드길 홈페이지에는 아래와 같이 소개 되어 있다.
부산에서 강원도 고성에 이르는 688km의 해파랑길에 일부로, 영덕 대게공원을 출발하여 축산항을 거쳐 고래불해수욕장에 이르는 도보여행을 위해 조성된 약 64.6km의 해안길이다.
푸른 동해의 풍광과 풍력발전단지, 대게원조마을, 축산항, 괴시리 마을 등 풍부한 볼거리와 먹을 거리가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 주고 있다.
특히 가족이나 어린이를 동반하여 신재생 에너지전시관 등을 둘러보며 환경의 중요성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몸으로 느끼게 하는 친환경적인 생태여행을 경험 할 수 있어 기억에 남는 의미 있는 여행이 될 것이다.
코스는 4개로 이루어져 있으며
A코스 빛과 바람의길
B코스 푸른 대게의 길
C코스 목은 사색의길
D코스 쪽빛 파도의 길 이다.
우리는 B코스 푸른 대개의 길 중에서 일부 구간인 축산항에서 경정마을까지를 걷고 축산항으로 원점회귀 해서 걷고 C코스의 일부 구간인 목은 이색의 괴시리 마을과 고래불 해수욕장을 방문하는 일정이다.
0710 인덕원역에서
새벽까지 야근하고 밤잠까지 설쳤더니 약속시간보다 10분이나 늦게 도착했다. 다행히 어제 과음으로 나보다 더 늦게 온다는 칠이 때문에 분노의 화살을 면했다.
결국 예정보다 30분을 넘긴 7시 30분에 영해로 향한다. 대장님 차는 전날 세차를 했는지 반짝반짝 하다. 항상 매사에 철두철미한 주인의 풍모가 차에서도 나타나는 듯하다. 오늘의 일행은 대장님과 칠이 그리고 대학동기인 현숙까지 4명이다. 영해에서 이귀숙 선생님과 조인하면 한 차에 딱 맞춘 5명이다.
1100 우야꼬 선생님과 함께한 영해 장보기
영해 터미널에 11시쯤 도착하니 칠이가 화장실로 뛰어간다. 어제 과음의 결과로 배탈이 나서 휴게소에서부터 줄곧 화장실만 보이면 뛰어다닌다. 우야꼬 선생님께서 여전히 건강하신 아름다운 얼굴로 우리를 맞이해 주신다. 세련된 단발머리가 특히나 멋져 보이신다. 오늘따라 우야꼬 선생님 “머리가 예쁘십니데이” 라고 말씀 드렸다. 영해시장에서 유명하다는 복숭아도 사고 제일 맛나다는 떡뽁이도 먹고 영해 5일장 구경을 한다. 시장 터는 현대식으로 개량을 해서 최첨단 트러스 구조로 널찍하게 굽이치는 파도 모양의 지붕으로 만들어 놓았다. 점심을 먹기도 전에 이것저것 군것질을 하다 보니 이미 배불뚝이가 되었다. 우야꼬 선생님의 단골가게에 들러 돌 미역까지 사고서야 보리밥집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예사로운 식당이 아니다. 보리밥집의 반찬이 10가지가 넘는다. 배가 가득 찼는데도 식욕을 자극하는 반찬들에 보리밥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 배가 만삭이다. 이 배를 어찌할꼬?
1330 영해 죽도를 만나다.
축산 항에 면한 죽도는 원래 섬이었으나 모래가 퇴적되어 육지와 연결되어있다. 별로 크지 않고 높이도 78.1m인 자그마한 섬이지만 바다와 면해 풍광이 빼어나다. 길들은 깨끗하게 나무데크를 깔고 손잡이와 표지판들을 정갈하게 정비해 놓았다. 섬의 해안 길을 시계 반대 방형으로 걷다가 섬의 정상으로 올라 전망대를 보고 출발점으로 다시 돌아와서 블루로드 길을 걷기로 한다. 욜로 올라가가 바다가 보고 조로 내려가가 계단 타고 만디로 올라가가 전망대보고 ... 우야꼬 선생님의 경로 설명이 참으로 그리웠습니다 선생님ㅎㅎ. 바닷가 갯내음이 코를 간지른다. 회색 빛 하늘이 바다에 닿아서 바다인지 하늘인지 한 몸처럼 바람이 흩트려 놓았다.
1341 죽도의 풍광들
잘 정비된 나무계단을 오르다 해안선을 따라 내려오니 우리를 반기는 파도소리가 우렁차다. 바위를 뒤덮는 포말이 눈처럼 하얂다. 지난 겨울에는 날씨가 추워서 파도까지 얼어 붙었다는 이대장님의 말씀이시다. 평소에는 파도가 잔잔해서 바다 밑바닥까지 투명하게 보이는데 파도가 세서 물빛이 흐리다는 우야꼬 선생님의 설명도 들었다. 데크 전망대에 올라 파도가 만드는 소리의 격정을 들으며 한참을 서 있는다. 자연이 만드는 소리에도 리듬이 있다. 구멍이 숭숭 난 바위에 손가락 모양의 알림판이 있기에 살펴보니 풍화로 인해 암석 표면에 스펀지나 벌집 형태로 난 구멍을 타포니Tafoni라고설명하고 있다. 칠이는 디카로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고 여성 세 분은 대화가 정겹다. 앞서 가신 세분의 모습이 그림같이 멋져서 사진 한 장을 남긴다. 파도에 부딪치는 바위의 포말과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들 사이에 그림처럼 놓여진 나무데크의 산책로가 살아있는 풍경화처럼 마음을 간지른다. 번잡한 서울을 출발한 지 6시간 만에 만난 이질적인 평화로움이다.
1407 죽도의 전망대 가는 길
해안선이 끝나고 능선 길을 오른다. 약간은 숨이 차지만 바람이 시원하니 견딜만하다. 해파랑길이라 새기고 세계 주요도시들의 방향을 바닥에 새겨 놓았다. 잠시 숨을 고르고 전망대 방향으로 걸음을 옮긴다. 근사한 발코니가 보여서 얼른 한 층을 올라보니 매점이다. 한 층을 더 올라 전망이 트여진 건물 옥상에서 잠시 과일과 커피를 나눈다. 오늘의 날씨며 시간, 장소, 모두를 고려한 풀패케지 서비스로 안내한다는 우야꼬 선생님의 설명에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참 감사하고도 고마운 일이다. 전망대에 오르는 길에 칠이는 또 화장실로 향한다. 어제의 늦은 음주가 주는 선물이다. 전망대는 작지만 멀리 해안풍경이 그림 같다. 오늘 트레킹 할 장소도 미리 짚어보고 축산항과 우리가 타고 온 차량도 내려본다. 이제는 죽도를 내려서서 해안 길로 이어진 블루로드길 트레킹을 이어가야 한다.
1502 경정2리 마을까지의 블루로드길
죽도의 전망대를 내려와서 근사한 보행 현수교를 건넌다. 다리이름이 블루로드 다리이다. 영덕군에서 블루로드 길을 정비하며 새롭게 놓은 다리이름인 것 같다. 출렁이는 다리 위에서 사진을 찍으며 동심으로 돌아간다. 특별히 풀 패키지 여행을 준비하신 우야꼬 선생님께서 포즈를 잡아주신다. 이 순간을 놓칠 순 없지 찰칵. 백사장을 지나 해안 바위 길을 접어든다. 붉은 해당화가 우리를 반긴다. 해안 길은 바위와 소나무가 절묘하게 어울리고 그 사이로 스며드는 지평선과 파도가 수시로 배경으로 나타났다 사라지곤 한다. 멀리 우리가 오른 죽도가 바다 위에 떠 있다. 바위가 높게 수직으로 서 있는 해안가에 사람들이 모여서 암벽등반을 연습하고 있다. 혹시라도 떨어지는 것이 있을까 얼른 자리를 지나친다. 죽도에서의 바람이 이곳에서는 숨어 들었나 보다. 땀이 비 오듯 흘러 벤치가 있는 곳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대장님께서 습한 날씨의 땀을 고르느라 머리 끈을 질끈 동여 메신다. 우야꼬 선생님께서도 동여 메신 머리 끈을 사진을 찍는다면 풀어야 한다며 웃음을 지어 보이신다. 단발머리가 멋지신 선생님께서 살인 미소까지 지으시니 사진을 찍을 수 밖에 없다. 또 찰칵! 파도소리 갈매기 울음소리가 소나무 숲 사이를 휘감아 오른다.
1557 경정2리에서 만난 격정의 파도
흙 길을 걷다가 다시 바위길이 나타난다. 바위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하다 보니 멀리 경정마을이 내려다 보인다. 이곳이 오늘의 반환점이다. 영덕대게게가 그려진 이정표를 지나 방파제 앞을 걷는다. 동네는 한산하고 할머니 한 분께서 홀로 파도를 즐기고 계신다. 작은 파편의 타일을 붙여 해안 방파제 벽을 만든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해안의 파도는 방파제를 넘어 도로까지 넘나들고 있다. 할머니께서 아무리 파도가 쳐도 이 곳은 괜찮다며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신다. 격정적인 파도의 위용과 소리에 잠시 눈과 귀를 열어본다. 바깥의 풍경은 요동치는데 마음은 오히려 잔잔하고 평화롭다. 유혹하듯 넘실대는 파도를 뒤로 하고 다시 죽도로 향한다.
1624 죽도로 돌아오는 길
죽도로 돌아오는 길은 올 때 미쳐 보지 못했던 풍경들을 선사한다. 조금은 위험하지만 해안가 바다 길로 좀 더 바다에 가까이 다 가본다. 대장님께서 위험하다며 만류하셨지만 올 때와는 다른 느낌의 바다를 느껴보고 싶었다. 군사작전지역이었던 곳곳 전망 좋은 곳에 부서진 초서의 흔적들이 여기저기에 남아있다. 이념의 갈등으로 남겨진 상처는 아직도 곳곳에 생채기로 남아있다. 다시 죽도가 바닷가 암벽 사이로 얼굴을 내밀고 눅눅한 소금기 비린 바람이 바다 향을 진하게 풍겨온다. 다시 죽도 앞 축산항에 도착했다. 목은 이색의 고향 마을인 괴시리를 오늘 보는 것이 좋겠다는 대장님 의견을 따라 괴시리로 이동한다.
1713 괴시리 마을에서
괴시라는 고려 말 목은 이색 선생의 고향으로 고려 말 원나라를 방문하여 본 괴시마을이 고향인 호지촌과 닮은 점들이 많아 괴시촌으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한다. 괴는 회화나무를 뜻하는데 역시나 마을 입구에는 회화나물이 심겨져 있다. 안내도에서 보이는 조감도에는 유난히 ㅁ자 한옥이 많아 보인다. 마을을 들어서는 도랑에서 개구리밥풀을 발견하신 대장님께서 어릴 적 고향 말에서 많이 본 풍경이라며 좋아하신다. 새오 말끔하게 정리된 토담 길을 따라가며 배롱나무가 처연하게 붉다. 마을은 많은 집들이 비워진 채로 주인 없는 한가로운 마당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사람 없는 집에는 온기가 없다. 대종가 빈 마당과 잠겨진 대문 사이를 기웃거리다 다시 마을 입구로 향한다.
1825 후포리 횟집에서
TV에서 백년 손님으로 유명한 후포리에 위치한 우야꼬 선생님의 단골 횟집으로 향한다. 유난히 손님이 많은 식당에서 잠시 기다려 자리를 잡고 푸짐한 회와 매운탕을 맛나게 먹었다. 주인장은 우야꼬 선생님과 이대장님을 알아보시곤 집에 온 것처럼 편하게 대해 주신다. 저녁은 고맙게도 대학동기인 현숙이가 좋은 곳을 보여준 대장님과 풀 패키지를 준비하신 귀숙선생님께 고마운 마음을 담아 부담했다. 저녁 후에는 고래불해수욕장을 산책하기로 했다.
2011 고래불 해수욕장의 놀라운 분수
고래불 해수욕장에는 고래모양의 커다란 조형물을 만들어 놓았는데 조명을 설치해 놓아 제법 운치가 있다. 고려 말 목은 이색 선생이 그 갯벌(모래톱)에서 고래들이 뛰어 노는 모습을 보고 '고래불'이라고 이름 붙였다고 한다. '고래불'에서 '불'은 '갯벌(모래사장)'의
강원도 사투리이다. 귀숙 선생님께서 분수 쇼가 저녁 8/30분부터 시작한다고 하신다. 분수 쇼가 시작되자 익숙한 클래식 선율아래 분수들의 높낮이가 음악에 맞춰 뿜어지며 환상의 조명들이 곁들여진다. 애잔하다가도 격정적 이다가도 평화롭기도 한 음악과 분수는 혼연일체의 모습이다. 30분 가량의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고래불에서 고래들은 못 보았지만 고래 춤사위 같은 분수 쇼는 보았다. 하루를 마무리하고 귀숙선생님댁에서 맥주 한잔을 마시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서울에서 시작하는 여정이 길게 느껴지는 하루였다. 내일은 금강송님을 만난다.
첫댓글 자세히 쓰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잘 감상하고 갑니다.^^
늦은 답사기여서 죄송합니다
와~~
한 편의 기행문을 쓰신 것 같습니다~~
앞으로 이런 산행기 계속 부탁드리며,
사진 속의 바닷가 풍경이 훌륭하네요~~^^
영덕에는 다음에ㅜ같이 갈 기회가 있겠죠
정성이 듬뿍 들어간 산행기이네요.
저 자리에 제가 없는 게 안타까울 뿐이고요. ^^
네 귀국 하시면 같이 하셔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