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07일 안태성
[템포-커버스토리]동호회 중심 붐 이는 살사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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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열적이고 다이내믹한 몸놀림으로 20~30대 젊은이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살사댄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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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사, 자이브, 차차차, 룸바, 탱고…. 모두 라틴계 춤이지만, 정열적이고 다이내믹한 몸놀림이 특징인 살사는 좀 색다르다. 그래서 더욱 젊은층 사이에서 큰 인기다.
최근 20∼30대 젊은이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살사댄스는 동호회를 중심으로 급속한 붐을 타고 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이 하는, 남몰래 추는 춤 정도로 생각하던 시대도 이미 지났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대학생에서 부터 회사원, 주부, 전문직 종사자 등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대상층을 섭렵하며 대중적인 춤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도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표적인 살사동호회는 전주라틴댄스클럽, 전주JSD(전국살사동호회), 전주온투살사 등. 모두 전주를 근거지로 생겨난 동호회지만, 전국적으로 1백개가 넘는 살사동호회 가운데서도 제법 큰 축에 속한다. 최근에는 이를 모태로 익산과 군산에 지역 모임들이 속속 생겨나면서 도내 전역이 살사 열풍에 들었다.
도내 1세대 살사동호회로 온라인상 등록 회원만 1천8백여명에 달하는 전주라틴댄스클럽(http://cafe.daum.net/fkxlseostm)은 밤마다 '살사 세상'을 만든다. 올해로 벌써 3년째다. 고사동에 위치한 전주보건소 바로 옆 건물 지하가 이들의 아지트. 불타오르는 듯한 살사의 정열을 상징하듯 태양신을 뜻하는 '솔(Sol·태양신)'이라는 간판이 내걸려있다.
40평 남짓한 카페안은 매일같이 50명이 넘는 회원들로 북적댄다. '정모'가 있는 날이면, 발디딜 틈조차 없어 회원들이 번갈아가며 춤을 춘다.
이곳은 오로지 전주라틴댄스 동호회를 위해 마련된 공간. 지난해까지만 해도 인근의 한 스포츠댄스 학원을 빌렸다가 열성 회원이 아예 세를 얻어 살사 전용무도장을 운영하고 나서면서 맘껏 살사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솔'은 매일 저녁 8시부터 11시까지 개방되며, '정모'가 있는 금요일은 연장 운영된다. 입장료 5천원과 회비 1천원만 부담하면 된다. 살사에 처음 입문하는 초보자들을 위한 강습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매주 일요일 저녁 7시 강습이 시작된다. 오는 26일부터는 강습 시간이 변경, 매주 화요일 저녁 8시 강습이 진행된다.
전주라틴댄스의 시솝(사이트 운영자) 전양배씨는 "쉽고 재밌어 살사를 즐기려는 회원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며 "특히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직장인 사이에서 스트레스를 푸는 레저 스포츠로 각광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전주종합경기장 정문 맞은편에 위치한 '에스뜨렐라'(Estrella)는 살사의 원조격으로 통한다. 젊은이들의 왕래가 많은 대학가라는 특성 때문에 오래 전부터 라틴 댄스를 포교(?)해온 명소. 살사 열풍이 거세게 몰아치는 요즘, 이곳은 전주JSD(http://cafe.daum.net/jjsalsa)의 활동 무대가 되고 있다.
전주JSD는 온라인 동호회 등록회원만 무려 3천여명. 이중 에스뜨렐라를 찾는 단골 회원은 하루 평균 20∼30명으로 '정모'가 있는 금요일에는 50명을 훌쩍 넘어선다. 주로 20∼30대 젊은층에 편중된 전주라틴댄스와는 달리 회원들의 연령층이 다양한 게 특징. 편안하게 살사를 즐길 수 있는 '가족 같은 분위기'가 넘쳐난다.
살사에도 유행이 있다. 기존 LA스타일(On-1)에 비해 한층 세련되면서도 힘이 넘치는 뉴욕스타일(On-2)이 최근 부상하면서 온투살사를 전수하는 동호회가 전주에 생겼다. '쿠바쿠바 전주온투살사 동호회'는 10일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 매주 일요일 저녁 8시 라틴바 '솔'에서 초보자를 위한 강습을 연다. 동호회 카페(http://cafe.daum.net/cubacuba)에 들어가 강습 신청을 하면 된다.
살사동호회의 지역 모임들도 분주해지고 있다. 지난 4월 모임을 꾸린 익산라틴댄스클럽은 익산상공회의소 맞은 편에 위치한 라틴바 'CASA'에서 매일 강습을 진행하고 매주 목요일 정기 모임을 갖고 있다. 익산JSD(http://cafe.daum.net/SalsaDios)는 원광대 로데오 타운 거리에 자리한 '살사디오스'를 근거지로 오는 16일 저녁 7시 오픈 파티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살사계 어르신' 김상희 전주동초등교장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했다.
도내 살사 댄스계에서 '최고참' 또는 '어르신' 통하는 김상희씨(60·전주 동초등학교장). 어둠이 깔리면 전북대 근처의 한 살사 전용 카페인 '에스뜨렐라(Estrella)'를 찾는다.
살사 댄스를 추면서 삶의 활력을 충전한다는 그는 20∼30대 젊은층 사이를 비집고 살사의 매력에 흠뻑 취하는 살사계의 ‘올드보이’다.
"혹시나 했는데 '최고 연장자'라네요. 나이들면 요즘 끼워주기나 하나요? 젊은 친구들이 잘 봐줘서 늘 고맙죠."
2년 전, 스포츠 댄스에 빠졌던 그는 '정형화된 춤이 싫어' 종목을 바꾼 것이 '젊은이나 한다'는 살사였다. 의욕만으로 댄스계에 입문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었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던 그는 살사동호회를 찾아 나섰다. 인터넷을 샅샅이 뒤진 끝에 찾아낸 전주 JSD(전국살사동호회). 지난해 이 맘때쯤이니 살사 경력도 1년째에 접어들었다.
바닥의 미끌림을 막는 고무밑창 달린 구두 한 켤레면 댄스 준비 끝. 이틀이 멀다하고 아지트인 에스뜨렐라를 찾고 있다. 일주일에 두 서너번 정도 까페를 다녀가는 그는 '정시 출근, 정시 퇴근'으로 더 유명하다. 정각 8시에 나와 9시40분이면 그의 일정은 정확하게 끝난다.
그동안 다져온 실력을 과시하려는 듯 회원들이 몰리는 '정모'가 있는 금요일이면 까페는 더욱 활기가 넘쳐난다.
"처음엔 얼마나 어색했는지. 상상을 해보세요. 다짜고짜 춤추자고 숙녀에게 손내밀기가 얼마나 민망했겠습니까."
'젊은이들의 세상에 뛰어들고 싶다'며 살사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나이차를 극복하기란 생각처럼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남녀가 손을 맞잡고 추는 살사는 신체 접촉이 많다. 때문에 처음에는 상대 파트너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괜한 피해의식'이 머리 속을 맴돌면서 항상 신경이 쓰였다.
금슬도 절로 좋아진다는 말에 아내를 데리고 까페를 찾기도 했지만 아내가 '무릎이 아파 몸이 안따라준다'며 중도 포기하는 바람에 그의 계획은 빗나갔다.
‘염치불구하고 용기를 내지만’ 그는 함께 살사를 추는 여성 동호회원들에게 항상 미안함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춤을 시작한지 1년여. 그는 숱한 고충을 딛고 지금은 '중견급' 살사 댄서로 화려하게 변신해 있다.
얼마 전에는 동호회 댄스 발표회에서 딸(30)과 함께 열정적인 댄스를 추어 동호회를 떠들썩하게 만들기도 했다.
흥겨운 라틴팝에 온몸을 맡기다 보면 절로 흥이 난단다.
"파트너와 호흡을 맞추다보면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기 일쑤죠. 이만한 운동이 있을까요? 뭐니뭐니해도 자유로운 느낌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게 큰 매력이죠."
그에게 살사는 단순한 춤이 아니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해야 하기 때문에 그에게는 '인격 도야'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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