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강원도 횡계로 가는 길은 멀었습니다.
동해안으로 연결되는 고속도로여서인지 서울에서 출발한지 5시간여 만에 횡계 톨게이트를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초행길이었지만 육상단이 묵고 있는 곳은 그리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마라톤이라는 운동의 끈을 잡고 온 길이었지만 최고의 감독님과 최고의 선수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는 낯설고 긴장되었습니다. 선수들보다 먼저 오인환 감독님을 만나뵈었습니다.
--전지훈련 일정이 궁금합니다.
"7월 18일부터 8월 30일까지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곳 횡계를 택하신 이유는 무엇인지요.
"마라톤 선수들은 날씨가 덥지 않아도 뛰다보면 열이 올라서 굉장히 힘듭니다. 더우면 훈련하고 나서도 체력회복이 안되니까 서늘한 곳을 찾죠.우리나라에선 태백하고 이곳이 가장 기온이 낮은 지역입니다. 보통 아침,저녁으로 18도에서 20도 정도이고 습도가 적으니까 굉장히 쾌적해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횡계전지훈련의 주안점은 무엇입니까.
"여름에는 특별하게 시합이 없으니까 체력훈련을 합니다. 전반기 시합이 끝나고 후반기에 대비하는 과정이죠. 기초체력훈련과 지구력 훈련을 병행합니다."
--훈련 스케줄은 어떻습니까.
"선수 개개인의 몸상태에 따라 달라지죠. 이봉주 선수는 동아마라톤 이후 일본에서 트랙시합을 뛰려고 했었는데 허벅지 근육통이 있어서 훈련을 중단했었습니다. 그래서 7월말 까지는 몸을 만드는 훈련을 하고 그 이후로는 35km, 8월 중순까지는 40km를 달리면서 지구력 훈련과 체력보강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마라톤은 기본적으로 체력이 받쳐줘야 부상도 없고 시합에 전념할 수 있는 운동이니까요."
--횡계 이후의 계획은 어떤가요.
"9월부터 마라톤훈련을 합니다. 지금까지는 충남 공주에서 했었는데 올해는 아직 미정입니다. 아마 국내에서 훈련할 겁니다."
--일반 마스터스들은 훈련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미흡한 상태에서 달립니다.
"제가 보기에도 가장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마스터스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 부상이고 또 연습량에 비해 기록이 여의치 않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마라톤은 반복적인 운동입니다. 마라톤에서 부상이 가장 많은 경우가 몸의 훈련할 수 있는 근육이 완전히 형성되지 않았을 때 발생합니다. 그리고 충분한 준비운동 없이 기분에 따라 훈련할 때 오고요, 또 오버 트레이닝할 때 즉 마음만 앞서가고 몸은 따라가지 않는 트레이닝을 할 때에도 많이 찾아 옵니다. 자신의 몸에 맞게 욕심을 버리고 기초체력과 근육을 형성시킨 후에 강도있는 트레이닝을 해야 합니다."
--가장 안전한 훈련법은 무었인지요.
"엘리트 선수들도 한 대회를 치루고 다음 대회를 준비하는 그때에 부상이 가장 많이 옵니다. 물론 마스터스들도 마찬가지겠고요. 그러므로 자기 몸을 점검하고 단계적으로 훈련하여야 합니다. 처음 한 달 동안은 충분히 몸을 만들고 다음 한 달은 열심히 훈련하고 마지막 한 달은 대회에 대비해서 조정훈련을 하면 충분히 잘 뛸 수 있습니다. 성급하게 서둘지 말라고 충고하고 싶습니다."
--근육량에 대해서 자신이 판단하기가 어려울 것 같은데요.
"아무리 잘 뛰는 사람이라도 한 달 이상 쉬게 되면 근육이 다 풀어져서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무리하지 말고 처음엔 조깅부터 천천히 하면서 뛸 수 있는 근육을 만들어주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물론 그것을 육안이나 직감으로 확인할 순 없지요. 한 달 동안 아프지 않고 꾸준히 장거리 훈련,최소한 80분~90분 정도로 매일같이 뛰는 훈련을 해준다면 그 한 달에도 근육이 충분히 형성될 수 있다고 봅니다."
--뛰는 근육의 형성에 대해서 말씀해주십시오.
"제일 좋은 방법이 크로스컨트리입니다.오르막 내리막을 반복해서 뛰는 것이 좋습니다. 웨이트 트레이닝은 어렵고도 위험합니다. 그래도 한다면 가볍게 하는 것이 좋고 필요없는 근육은 형성 시킬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즉 달릴 때 필요한 근육만 보강해주면 됩니다."
--마스터스들에게 중요한 점을 꼽아 주십시오.
"첫째, 올바른 자세가 중요합니다. 둘째, 언론이나 인터넷매체의 훈련정보에 맞추지 마십시오.그리고 마지막으로 시합 전에 훈련을 충분히 했지만 대회에 몸을 못 맞추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프나 풀코스는 몸 속에 피로가 남은 상태에서 달리면 좋은 성적이 나올 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대회 전에 충분히 몸상태를 편안하게 만드십시오.
제가 마스터스 분들과 대화도 많이 안해 봤고 그들이 뭘 원하는지도 잘은 모릅니다.하지만 대체적으로 욕심이 앞서는 것 같습니다. 처음엔 건강을 생각해서 시작하지만 5km, 10km, 하프, 풀코스, 100km, 혹은 한 달에 한 번 대회에 참가하겠다거나 풀코스를 100회 완주하겠다는 등의 목표를 세우는데 자신의 몸에 맞게 어떻게 달리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리고 너무 막연하게 언론이나 인터넷, 서적 등의 정보에 집착하지 말고 자신의 몸에 맞는 훈련법을 찾아야합니다. 또 훈련도 중요하지만 휴식도 중요합니다. 기록향상을 위한다면 휴식도 훈련입니다."
--마라톤과 건강과의 상관관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제가 볼 때 건강에 마라톤 만큼 좋은 운동이 없다고 봅니다.유산소운동을 하면 혈관의 노폐물이 제거,확장되고 튼튼해지니까 세포들의 생존능력도 커집니다. 무엇보다도 체력이 향상되니까 좋죠. 달리고나면 기분이 굉장히 좋아지잖아요. 다른 과격한 운동을 하면 부상이 염려되지만 자기만 관리를 잘하면 큰 부상없이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봅니다."
--달리다보면 무릎에 많은 충격이 가해집니다.
"혹자는 많이 달리니까 무릎의 연골이 닳아서 없어진다고 하는데 만약 그 얘기가 맞다면 이봉주 선수같은 경우 연골이 하나도 없어야 합니다. 하지만 아니잖아요. 상관없는거죠. 왜냐하면 인체엔 근육, 인대, 골격이 형성되어 있는데 골격을 위해 근육과 인대가 받쳐주고 있습니다.그러므로 근육과 인대만 형성되면 아무 문제 없습니다. 물론 근육과 인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달리다보면 인대에 손상이 가겠지요. 달리는데 필요한 근육을 발달시켜 달리면 절대로 연골에 이상 없다고 봅니다."
--엘리트 선수층이 얇아지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부분이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엘리트선수들은 줄어들고 마스터스들은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일본은 마라톤이 인기스포츠입니다. 그러다보니까 엘리트와 마스터스 선수들이 잘 형성되어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죠. 핵가족시대에 어느 정도 살만한 여유를 가지다보니 애들을 마라톤시키고 싶은 생각이 없는 거죠. 물론 자신은 건강을 위해서 뛰지만 어린 애들을 누가 시키려고 합니까.
또 어릴 때 스피드가 있고 웬만큼 뛰는 선수들은 축구, 야구, 농구 등의 인기스포츠에서 스카웃해버리니까 선수층은 자꾸 얇아지는 것이죠. 마라톤은 만들어지는 운동이 아닙니다. 어느 정도 기본적인 바탕이 깔려 있어야 가능한 운동입니다. 전혀 기본기가 없으면 아무리 과학적인 운동을 해도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좋은 기량의 많은 선수들이 있는데 지도자와 선수들이 못만나고 있다고 봅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재미와 즐거움으로 운동을 하고 예전의 체력장처럼 학교체육이 활성화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봉주 선수 이후는 어떻습니까.
"전은혜 선수 같은 경우는 좋은 기량을 갖추고 있고요, 코오롱의 지영준 선수도 그렇지만 세계대회에서 뛰지 못하는 안타까운 부분이 있습니다.고등학교나 대학교에서도 기량을 닦으면 충분히 가능성이 보이는 선수들이 있습니다."
오인환 감독님과의 인터뷰가 끝나고 오후훈련을 하고 있는 대관령종합고등학교 운동장에서 여러 선수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이름난 장소인 듯 삼성 외에 코오롱, SH공사,수자원 공사, 제주시청, 그리고 평택의 초등학교 팀까지 각양각층의 여러 선수들이 소중한 훈련의 땀방울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이봉주 선수는 말할 것도 없고 본지에서 낯이 익은 권은주 선수(아래 사진)도 제주시청 소속 선수들과 함께 열심히 훈련하고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적어도 이곳 횡계에서 볼 때 우리나라의 마라톤이 그리 어두워보이지만은 않았습니다.
두 시간 여의 오후 훈련이 끝나고 다시 숙소로 돌아와 선수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이봉주 선수와 이은정 선수를 만났습니다.
<이봉주선수 인터뷰>
--동아마라톤을 생각하면 힘이 솟습니다.
"컨디션이 그리 나쁘지 않았고, 뛰고 나서도 적당했습니다. 힘이 좀 들었지만 좋은 기록을 내야하니까 열심히 달렸죠. 30km 이후에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현재 컨디션이 궁금합니다.
"동아 이후에 대회참가가 없어서 좋습니다."
--횡계에서는 어떤 훈련을 하십니까.
"체력적인 부분을 보강하면서 크로스 컨트리를 많이 해서 기초체력을 다지고 있습니다."
--하루 훈련일과는 어떻습니까.
"5시30분부터 새벽훈련을 하고 오후 3시부터 오후훈련을 합니다."
--올해 일정이 어떻게 됩니까.
"올 가을에 국내든 국외든 한 대회를 치루고 내년 봄에 다시 한 대회를 뛸 예정입니다. 북경 올림픽 전에 두 대회에 참가할 겁니다."
--선수로서 앞으로 얼마 동안 뛰실 수 있을까요.
"일단은 내년 올림픽만 전념하고 있습니다. 은퇴는 그 다음에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지도자 생활을 하시겠지요.
"네. 제가 해왔던 많은 경험들을 공유하고 전수하고 싶습니다. 또 외국에 가서 훈련과 지도 방법들을 배워와서 경험과 지식을 접목시켜 가르치고 싶습니다."
--결혼 후에 달라진 점이 무엇입니까.
"정신적으로 많은 부분이 안정되었죠. 아이도 생겼으니 책임감도 늘었고요. 자주 볼 수 없지만 전화는 자주 합니다."
--마라톤 이외의 취미나 특기는요.
"축구는 보는 것도 하는 것도 좋아하고 골프도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제일 잊고 싶은 대회와 기억에 남는 대회가 궁금합니다.
"안좋은 기억은 시드니 올림픽대회이고요 제일 기억에 남는 대회는 보스턴 대회 우승했던 거죠."
--마라톤은 어떤 운동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자기자신을 포기하면서 인내해야 하는 운동입니다. 모든 것을 가지면서 하는 운동이 아니라 때론 많은 것을 버리면서 해야 하는 운동이죠. 하지만 정신적으로 강해집니다.어떤 어려움을 당해도 자신감을 많이 심어주는 운동이라고 할 수 있죠."
<이은정 선수(아래 사진) 인터뷰>
--부상은 완쾌되셨나요? 지금 현재 컨디션은 어떤가요.
"크게 아픈 곳 없이 훈련하고 있는데 시작한 지가 얼마 안되서 힘듭니다."
--어디 부상이었나요.
"작년에 자잘한 부상과 컨디션이 안좋았었고 올해엔 종아리 근육파열로 한 달 정도 쉬었습니다."
--일본에서의 대회는 어땠나요.
"쉬다가 훈련을 두 달 밖에 안했거든요. 기록보다는 훈련이라고 생각하고 참가했는데 그래도 시합이다 보니 긴장했고 또 일주일 간격으로 치룬 대회여서 힘들었습니다."
--이곳에서는 어떤 훈련을 하시나요.
"마라톤 준비기간으로 긴거리 위주로 훈련하고 있습니다. 트랙훈련을 하다가 마라톤으로 바꾼지 얼마 안되서 훈련량이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하루 일과는 어떤지요.
"6시부터 8시까지 새벽훈련으로 조깅과 보강훈련을 하고요 11시부터 12시까지는 가벼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합니다. 그리고 오후 3시 30분부터 오후 주훈련을 합니다."
--5000m, 10000m 기록을 갖고 있는데 주종목이 무엇입니까.
"중.고등학교 때엔 400m, 1500m 였고, 그 후엔 하프 그리고 마라톤을 뛰었죠. 5000m, 10000m 기록은 마라톤 훈련을 하다보니까 세워진 것입니다. 그것을 위해 따로 훈련한 적은 없고요."
--올해 계획이 궁금합니다.
"전국체전에 참가하고요 가을에 국내마라톤 대회에 참가할 겁니다."
--감독님이 오래지 않아 여자마라톤 기록이 깨질 거라고 하셨습니다.
"올해는 훈련량이 부족해서 모르겠고 내년 쯤엔 한 번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하지만 워낙 변수가 많은 운동이니 충분히 훈련을 하고서도 힘들 수 있으니 깨야 깬 것이죠."
--운동할 때 가장 힘든 점은 무엇입니까.
"좋은 기록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이나 스트레스가 힘들지 사실 운동 자체는 힘들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