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혈 녹나무* / 최우창
깊고 어두운 신화의 심연에서 걸어나온
고을나 양을나 부을나 삼신께서
온 마음으로 세웠다는 탐라의 땅에서
윤기 반지르르한 푸른 숨결로
자라온 제주 녹나무
7년 7개월 동안 헤아리기 힘든 수의 녹나무들이
이념의 톱날 아래 씨 뿌리는 잘리고 잎은 타들고
몸통마저 끝끝내 대롱대롱 잘려 나갔다
그래도 좌우로 날 선 서릿바람은
성깔이 풀리지 않아
동강 난 토막 나무를 굴비처럼 엮어 세우고
장작개비처럼 조각내어 불 속에 던졌다
삭풍은 뼛속을 헤집고 분탕질에 맞총질에
녹나무들은 동백 꽃잎 지듯
시뻘건 피를 머금은 채 굼부리 속으로
쓰러져 어둠이 되었다
어찌하여 그랬는가, 누굴 위해 그랬는가
그리하여 무얼, 얼마나 값진 것을 얻었는가
그렇게 싸우고도 모자라
70여 해가 흐른 지금에도
서로의 등허리에 어깃장을 놓는가
그만하면 됐네
그만하면 이제 됐지 않은가
우리 모두 삼성혈에 뿌리내린
한 몸의 살붙이 아닌가
풀쐐기 쏘인 자리를 자꾸만 긁어
피딱지 앉게 하지 말고
이제는 바지에 묻은 흙먼지 툴툴 털고
피 묻은 손바닥 서로 맞대어
악수나 하세
자, 손 한번 내밀어 보세나
* 녹나무 : 제주도를 상징하는 도목(道木)이다. 서귀포시 도순리에는 녹나무 자생지 군락이 있으며,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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