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고 난 후의 이곳 수암산 자락은 안개밭이다. 안개가 머무는 솔숲의 비경은 에부터 운무라 하여 시적 감성이 있는 사람들의 입으로 곧잘 회자되는 풍광이다. 그런데 무더위가 기승을 부려도 사람들은 연꽃 축제에 관심이 많다. 나도 장마철 비 개인 한나절 연못 위에 날아들던 잠자리떼가 생각나곤 한다.
어제는 홍성 이응노 생가기념관에 갔다가 앞뜰 연못에 가득 핀 백련, 홍련을 보면서 상념에 잠겨 보기고 했다. 이 땅에 태어나 굴곡의 격동기. 20세기를 치열하게 살고 간 당신의 진정한 시대정신과 남긴 작품들이 시련과 고뇌의 예술이었다면 우리에게 주는 그 본질적 가치는 무엇일까? 하는 화두를 던져 보면서ㅗ 맑은 하늘 연화방죽에 침묵하는 연 세상을 돌아보게 되었다. 우리가 존재하는 현실 앞에 내 안에 피워놓은 분홍빛 수련 송이송이가 청정한 날의 향기로 다가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글 : 늘빛 심응섭 / 그림 : 봉석 임환철)
― 月刊 [書藝文化](2012.8월호)
*명상음악 : [천년의 침묵]
한국서각회,
이론과 실기의 새로운 장을 열다
2012 한국서각학회전
「울산 반구대암각화와 함께」
■울산문화예술회관 제2전시실 / 2012.7.4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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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각학회9회장 신명숙)가 주최한 「2012 한국서각학회전」이 ‘울산반구대암각화와 함께’란 주제로 지난 7월 4일부터 7일까지 울산문화예술회관 제2전시실에서 개최되었다.
2011년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개막과 함께 전주에서 창립전을 개최한 서각학회는 두 번째로 울산 암각호의 고향에서 뜻깊은 전시회를 개최했다. 한국미술의 시원리라고도 할 수 있는 반구대암각화를 소재로 석가예술로 재해석하는 전시다. 암각화에 등장하는 동물과 인물의 다양한 활동 모습을 관찰하고 작가마다 다양하고 새로운 시각과 미감으로 재해석하여 구성한 현대적인 작품이다. 창조적 사고의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선보인 이번 전시회는 서각이 그동안의 문자적 의미성을 표현하는 데에서 벗어나 디지털시대에 맞는 시각적 이미지의 종합미술로서의 서각예술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신명숙 회장은 인사말에서 “서각의 기원을 대변하는 반구대암각화로 유명한 울산에서 본 학회의 두 번째 전시회와 더불어 그토록 모든 서각인들이 원하던 서각학술대회를 함께 개최하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론과 실기를 통한 창조적인 작품세계를 열어가겠다는 다짐으로 한국서각학회의 미래적 지남을 보여주는 말이다.
한국서각학회가 주최한 제1회 한국서각학술대회가 작품 전시에 앞서 울산문화회관 회의실에서 열렸다. 흥겨운 가락의 판소리 식전 축하행사가 끝난 후 신명숙회장의 인사말이 있었다. 박종갑 사무국장의 사회로 진행된 학술대회의 기조발언은 박병천 경인교대 명예교수의 <한국서각단체의 활동 방향>이 주제였다.
첫 번째 발제자인 광운대 김인호 교수는 <울산 대곡리 바위그림과 한국서각의 전통>을 발표했다. 대곡리 바위그림을 서각사적 관점에서 그 가치를 탐구해보고 그 상징성과 현재성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두 번째 발제자인 배옥영 원광대교수는 <현대서각의 조형미연구>를 발표했다. 동서양의 다양한 조형예술작품을 분석하고 그 조형원리를 역사적 관점에서 고찰하고, 분석 연구하여 그 변용을 들어 제시했다. 현대서각의 미래적, 지향성이라는 관점에서 창조적인 사고를 가능케 했다.(문종선 서예문화연구원장. symw2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