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 에드워드 양 / 대만 / 1991 / 10.0
<삶을 덩어리 째 읊어내는, 아름답고도 비극적인 이야기>
14살 소년 '샤오쓰'는 주간부에서 야간부로 반을 옮기게 된다. 거기서 소공원파와 어울리는 그.
그러던 중 양호실에서 '밍'이라는 여학생을 만나게 되고, 조직의 갈등과 혼란 속에서 두 사람은 사랑을 싹 틔우는데...
위대한 걸작 영화 중 하나입니다.
'샤오쓰'라는 특정인의 눈을 통해 주변 인물의 일상을 하나하나 짚으며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장장 4시간 동안 펼쳐지는 그들의 이야기는 느릿하기도 하고 숨가쁘게 뜀박질하기도 하고, 시끄럽기도 하고 조용하기도 합니다. 복잡한 일상을 티끌하나 없이 담담하게 끌고가는 이야기의 마력은 가히 상상을 초월할 정도입니다. 4시간이 생각보다 짧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그 정도로 이 영화는 모든 면에서 압도적이고 훌륭합니다. 기본적인 이야기 구성은 물론이거니와, 음악, 효과음, 촬영 등 영화 외부적인 것들. 그리고 영화에 담을 수 있는 모든 이야기들, 이를테면 남녀 간의 사랑, 조직 간의 갈등, 계급 갈등, 빈부격차 문제, 정치 이데올로기, 남녀갈등, 세대갈등, 젊은 세대의 꿈 등 그 모든 것들이 적절한 촬영 및 편집 방식 속에 응축되어 있습니다.
미장센도 아주 끝내주기 때문에 보는 내내 그 황홀감에 빠져들 정도입니다. 인물들의 처지를, 적절하게 구상한 한 폭의 그림에 푹 담가 놓은 느낌입니다.
이 영화는 담담하게 스토리를 따라가기만 해도 쉬운 영화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묵직한 은유 및 숨겨진 장치들을 따라가다보면 작품이 끝났을 때의 그 여운이 사뭇 남다르고 더욱 길어집니다.
사소한 예로, '샤오쓰'의 안경이 있습니다. 이것 하나 만으로도 오랫동안 영화의 전반적인 것들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 영화의 영제가 'A Brighter Summer Day'인데, 영화에서 직접적으로 나오기도 하지만, 이 특별한 제목이 영화의 이미지와 주제를 담고 있기도 합니다.
중후반부에 이르면 인물이 처한 시간과 그곳에 있는 공간이 거대한 틀처럼 느껴지고, 어떻게 할 수 없는 슬픔에 절절해지기도 합니다.
모든 풍경과 그 시대의 추억과 그 기억의 감정들이 완벽하게 어우러져 실제로 그 세계에 몸을 담갔다가 빠져나온 듯한,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