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일(수) 사순절 7일차 - 벌떡 일어나서

[서설원 목사]

3월 1일(수요일) 사순절 7일차 - 벌떡 일어나서

말씀제목

- 벌떡 일어나서

말씀본문 - 마가복음 10장 46~52절, 요절 50절

“그는 자기의 겉옷을 벗어 던지고, 벌떡 일어나서 예수께로 왔다.”(새번역)

“맹인이 겉옷을 내버리고 뛰어 일어나 예수께 나아오거늘”(개역개정)

말씀묵상

겉옷을 벗어 던지고, 벌떡 일어나 예수께로 온 바디매오에게 예수님께서 물으십니다. “네가 너에게 무엇을 하여 주기를 원하느냐?” 그러자 눈먼 사람, 바디매오가 대답합니다. “선생님, 내가 볼 수 있게 하여 주십시오.”(51절) 바디매오에게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가거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52절)

어디입니까? 이 만남에서 바디매오는 어느 순간 구원을 받았을까요?

첫째, 자신의 겉옷을 벗어 던진 순간입니다.

운명이라고 믿고 살았던 과거를 벗어 던진 그 때,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고자 덧입고 또 덧입었을, 자기를 자꾸 주저 앉히는 것임을 알면서도 벗을 수 없었던, 저 보호막을 벗어 던진 그 때, 그는 구원되었습니다. 마음의 눈이 활짝 열리고, 정말 보아야할 것을 보는 눈을 갖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은 그런 그에게 구원받았다는 사실을 가르쳐주셨던 것이지요. 바디매오는 벌떡 일어나 예수께로 왔고, 이후 예수님의 길을 따라 나섰습니다.

믿음은 단지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삶을 바꿉니다. 내가 바디매오였다면, 나는 과연 바디매오처럼 했을까요? 구원은 그저 머릿속에서만 일어날 뿐, 몸은 여전히 지금껏 살아오던 그 자리에 붙박여 있지는 않았는지 돌아볼 일입니다.

둘째, 그 자리를 박차고 벌떡 일어난 순간입니다.

바디매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순간’을 묘사하는 헬라어는 ‘아나패다오’입니다. 이 말을 영어로 번역하면 ‘jump up', 즉 뛰다, 도약하다라는 뜻입니다. 평생 주저앉아 있던 그가 자리를 박차고 펄쩍 뛰어오른 것입니다. 어쩌면, 그의 눈멂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절망이 가져온 현실외면, 현실도피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릅니다. 그 절망의 자리는 그를 더욱 찌들게 했고, 무겁게 했으며, 결국 길가에 앉아 구걸하며 살아가는 삶의 바닥에 이르게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으로부터 부르심을 입었을 때, 예수님이 부르신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그는 펄쩍 뛰어오른 것입니다. 생명의 주님의 부름에 펄쩍 뛰어오른 것입니다.

예수님이 나를 부르신다고 했을 때, 나는 어떠하였나요? 오히려 귀를 막고 이불속으로 숨어버리지는 않았을까요? 그래서 아직도 우리는 가야할 길을 보지 못하는 눈먼 바디매오는 아니겠습니까?

예수님께서 그에게 무엇을 하여주기를 바라느냐고 묻자, 그는 “(다시) 보기를 원합니다.” 라고 대답합니다. 이때의 단어 ‘(다시) 보다’는 헬라어로 ‘아나블레포’입니다. 아나블레포는 ‘위를 보다’라는 뜻입니다. 평생 길가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의 소리에만 감각이 깨어 있던 이 사람이, 땅으로 떨어지는 동전을 찾아 주머니에 냉큼 넣는 것으로 인생을 쏟아오던 사람이, 이제 ‘위를 보는 삶’을 원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시죠? 사람이라는 헬라어 단어 ‘안트로포스’, 위를 보는 존재라는 뜻입니다. 이제 정말 사람다운 삶을 살기를, 내 구주 예수님께 구했던 것입니다. 예수님이라면 나를 사람답게 살게 해주실 것을 믿고 간구했던 것입니다.

변화의 모든 순간은 예수님을 만나는 순간입니다. 예수님의 부르심이 들려져 내 겉옷을 집어던지듯, 과거와 이별하는 순간입니다. 예수님의 부르심이 들려져 주저앉아 있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달려오듯, 현재와 이별하는 순간입니다. 그는 다시 보는 삶을 시작합니다. 위를 보는 사람다운 존재로 서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밝히 뜬 눈으로 예수님을 뒤따르며 걸어갑니다.

나는 믿음으로 구원받은, 사람다운 사람입니까?

찬송

268장 죄에서 자유를 얻게 함은

기도

예수님을 만난 것 같은데, 예수님이 나를 부르시는데, 여전히 겉옷을 움켜쥐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머물러 온 길가의 너저분한 자리에서 일어서질 못합니다. 우리를 불쌍히 여겨주시사, 예수님이 누구신지, 그 부르심이 무엇인지 알아, 저 바디매오처럼, 절망과 좌절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고, 무거운 속박과 굴레를 벗어버리고, 이제는 위를 바라보며, 하늘 뜻을 구하며, 예수님을 뒤따르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