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돌려차기男' 사건 또…서울 길거리·전철역 쫓아와 '묻지마 폭행'
머니투데이
도심 한복판에서 이유 없이 행인을 폭행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가 '묻지마 범죄'의 가해자 유형을 분류하고 유형에 따른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이 나온다.
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관악경찰서는 지난달 26일 유사강간상해 혐의를 받는 40대 남성 A씨를 구속 송치했다. A씨는 지난달 21일 밤 11시50분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길을 걷던 여성을 쫓아가 이유 없이 폭행하고 항거불능 상태인 피해자를 성폭행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A씨와 피해자는 일면식이 없는 사이로 드러났다.
또 철도특별사법경찰대는 40대 남성 B씨에 대해 지난 2일 폭행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B씨는 지난달 31일 오후 5시10분쯤 서울지하철 1호선 신도림역에서 20대 남성의 머리를 둔기로 때리고 도주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지난해 5월 알지도 못하는 20대 여성을 무차별 폭행한 이른바 '부산 서면 돌려차기 사건'의 폐쇄회로(CC)TV가 최근 공개되면서 사회적 공분이 일기도 했다. 공개된 영상에는 지난해 5월 부산의 한 오피스텔 로비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피해 여성을 일면식이 없는 30대 남성 C씨가 발차기로 후두부를 가격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C씨는 쓰러져 있는 피해자 머리를 재차 폭행했고 피해자는 의식을 잃은 채 기절했다.
묻지마 범죄는 피해자 입장에서 자신과 관계없는 가해자가 불분명한 범행동기를 가지고 무차별 폭력을 가하는 범죄를 말한다. 전문가들은 학계에서 묻지마 범죄와 관련해 합의된 명확한 정의나 개념이 없지만 크게 △불만표출형 △정신장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묻지마 범죄는 피자 관점에서는 동기가 없지만 가해자 관점에서는 동기가 있다고 보인다"며 "가해자의 심리적 문제나 스트레스를 타인에게 공격적으로 표출한 형태의 범죄"라고 말했다.
이어 "주로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공격하는 특성이 있는데 몇 가지 유형별로 가해자를 구분할 수 있어도 예측이 어렵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일반 범죄와 달리 일부 묻지마 범죄 가해자들은 목격자나 증거를 남기지 않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대낮의 지하철역이나 주택가 등에서 죄를 저지르기 때문에 예방이 어려운 특성이 있다. 묻지마 범죄를 개인이 예측하고 대응하는 것이 어려운 만큼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정신질환형 묻지마 범죄 가해자들은 폐쇄회로(CC)TV 유무나 목격자 존재 등은 안중에 두지 않는다"며 "최근엔 입원이 엄격해지면서 질환이 범죄를 유발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사회불만형은 전과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성범죄 전과가 있는 경우 보호관찰을 강화하고 정신장애형은 지역사회 정신보건센터의 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 서면 돌려차기 사건' 가해자 C씨도 강도상해죄로 6년을 복역한 뒤, 공동주거침입으로 또다시 2년을 복역하고 나와 재차 범죄를 저지른 전과자였다.
피해자에 대한 특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피해자에 대한 심리치료와 지원이 부족한 현실을 감안해 묻지마 범죄 피해자에 대한 장기적인 추적 관리 등이 거론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예측하지 못한 시간과 장소에서 범죄를 당한 피해자는 외상후스트레스 장애와 대인기피증 등이 상당히 장기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진국 사례를 보면 경제발전에 따라 빈부격차가 확대되면 묻지마 범죄가 늘어나는 공통으로 나타난다"며 "경제 사정에 따라 묻지마 범죄가 증가할 가능성이 큰 만큼 정부가 축적된 자료를 활용해 가해자 유형별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출처: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302021520274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