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행 각 구단마다 2명씩인 외국인 선수 보유한도가 3명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선수협은 신규 구단 창단을 적극적으로 돕는다는 차원에서 그간 반대했던 외국인 선수 보유한도 확대에 동의할 방침이다(사진=줌인스포츠 강명호 기자) |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가 9구단 창단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 1월 10일 선수협 권시형 사무총장은 <스포츠춘추>와의 인터뷰에서 “‘프로야구 발전’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9구단 창단을 도와야 하는 건 선수협도 예외가 아니다”라며 “선수협이 신규 구단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다양한 각도에서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권 총장은 8일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상일 사무총장과 만난 자리에서 선수협의 신규 구단 지원책을 이미 밝힌 바 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게 외국인 선수 보유한도 확대였다. 권 총장은 “9구단 창단 시 외국인 선수 보유한도를 3명 보유, 2명 출전으로 확대하는 방안에 동의할 생각이 있음을 KBO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현 KBO 야구규약상 외국인 선수 보유한도는 구단마다 2명이다. 일부 구단은 ‘프로야구의 질적 성장과 외국인 선수 수급 어려움’을 들어 외국인 선수 3명 보유, 2명 출전을 줄기차게 요구했다. KBO도 일부 구단의 요구를 바탕으로 외국인 선수 보유한도 확대를 고민했다. 하지만, 선수협은 ‘국내 선수 보호’를 이유로 KBO와 일부 구단의 요구를 반대해왔다.
그런 선수협에서 ‘9구단 창단을 위해 외국인 선수 보유한도 확대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힌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선수협이 외국인 선수 보유한도 확대에 전향적인 태도를 나타낸 건 9구단이 선수부족에 시달려 전력극대화에 실패하면 자칫 프로야구 발전에 저해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 야구규약상 신규구단은 2년간 신인선수 2명 우선지명권 부여와 각 구단 보호선수 20명 외 1명을 지원받는다. 그러나 야구계는 이 정도 선수충원으론 정상적인 팀을 만들 수 없다고 단언한다.
선수협도 같은 생각이다. 권 총장은 “현 야구규약을 적용하면 9구단은 창단만 할 뿐 정상적인 팀 운영이 어렵다”며 “기존 8개 구단이 대승적 차원에서 선수자원을 나눠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대승적 차원’은 KBO와 8개 구단이 9구단 창단을 위해 보호선수 20명 외 1명 이상을 내주고, 신인선수 우선지명권도 더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수협은 KBO와 8개 구단이 신규 구단 지원책에 적극 협조한다면 각 구단 외국인 선수 보유한도를 3명으로 늘리는데 동의하겠다는 자세다.
권 총장은 “9구단 창단은 프로야구 전체 파이가 커지는 중요한 기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선수협은 선참 선수들의 현역생활이 연장되고, 아마추어 선수들의 프로입문 기회가 더 많아진다는 의미에서 9구단 창단을 고대해왔다.
선수협 권시형 사무총장(사진)은 "언제든 KBO, 구단과 머릴 맞대고 야구발전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야구계는 2011년이 구단, 선수협, KBO가 상생의 길로 접어든 원년이 되길 바라고 있다(사진=줌인스포츠 강명호 기자) |
물론 전제가 없는 건 아니다. 선수협은 외국인 선수 보유한도 확대를 ‘신규 구단의 선수수급이 원활해질 때까지’란 단서로 제한했다. 신규 구단이 자릴 잡으면 외국인 선수 보유한도를 2명으로 환원하자는 태도다.
등록선수 확대도 선수협이 내건 선결조건이다. 현재 팀당 등록선수는 63명으로 제한돼 있다. 선수협은 외국인 선수 1명이 증원되면 자연스레 등록선수가 64명으로 증가하는 만큼 이참에 등록선수를 67명으로 확대해 국내 선수의 불안감을 해결하고, 더 많은 아마추어 선수들이 프로에서 뛸 수 있도록 배려하자는 입장이다.
마지막으로 선수협은 최저연봉 인상안을 협상카드로 내놓고 있다. 현재 KBO가 야구규약으로 보장하는 최저연봉은 2천400만 원이다. 선수협은 기존 최저연봉에서 300~500만 원 정도 인상돼야 한다는 주장한다.
지난 시즌 최저 연봉자가 30명 선이었던 걸 참작하면 구단이 감수할 몫은 크지 않다. 몇몇 구단이 외국인 선수 영입에 60만 달러 이상을 쓰는 걸 고려하면 차라리 미미한 수준이다.
선수협은 조만간 KBO 측과 만나 실무협상을 전개할 방침이다. 야구계는 선수협이 내세운 1, 3안은 크게 문제가 될 게 없다는 반응이다. 다만, 등록선수 확대는 구단 운영비 증가란 측면에서 다소 이견이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자칫 등록선수 확대로 신고선수들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 선수협도 이를 가장 우려한다.
권 총장은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서라면 선수협은 늘 전향적 자세를 취할 것”이라며 “외국인 선수 보유한도 확대뿐만 아니라 다양한 야구계의 이슈와 관련해 KBO, 구단과 머릴 맞댈 준비가 돼 있다”라고 강조했다.
새해 벽두, 선수협의 전향적 자세가 국내프로야구 발전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