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진 열차에서, 나는 사람 여럿들과 요란하게 울어대는 엔진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었는데,
어느 어린아이 하나가,
머지않아 다가올 지도 모르는 생의 끝자락을 마주 하기가 두렵다고 하였네
이에 겁을 먹은 노신사는,
황급히 창문 밖으로 뛰어내려 버리고 말았네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가,
브레이크를 열심히도 밟아 보았지만,
곧 여느 삶을 세상에 내던져버릴 준비를 마친 임산부가,
악셀을 밟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네
양복을 입은 긴장한 표정의 사내가,
굳은 얼굴로 시계초침을 자꾸 돌려대고 있었고,
여행이라면 신물이 난 관광객은,
사진이 가득 담긴 카메라를 부술 핑계를 찾고 있었네
못볼 것을 너무 많이 보아 끝내 눈이 멀어버린 장님 1과,
날 적에 앞이 안보여 아름다움을 한 번이라도 보는 것이 소원인 장님 2가 부조리한 대화를 이어가는데,
모두가 탄 열차는 누구도 가고 싶지 않은 곳으로,
느릿느릿, 그러나 결코 멈추는 일 없이 몸부림치며 기어가고 있었네
문득 나는 이 기차가 처음부터 고장나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내었고,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알 수가 없어 고민에 빠지고 말았네
첫댓글 바쁜 일상에서
잠시
멈추고 좋은 글을
읽을 수 있다는
이 충만.
다시 읽어도
좋습니다.
감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