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교회의 임직식엔 두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하나는 임직 헌금이 없다는 것. 또 다른 하나는 참석자를 위한 기념품도 없다는 점이다. 이들 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통합·고신, 기독교한국침례회 등 교단이 모두 달랐다. 담임목사들은 ‘소박한 임직식’의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직분은 섬김을 받는 자리가 아니다” “직분의 영광은 사람이 아닌 예수 그리스도에게 있다” “헌금이 임직의 대가가 되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교인은 직분을 받지 못한다”“임직 헌금은 어려워진 교회 재정을 돕는 돌파구가 아니다.”
“임직식에선 임직자를 위한 선물만, 직분을 먼저 받았던 분들이 준비합니다. 선물은 손수건입니다.”
양승언 다움교회 목사는 2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신임 임직자들에게 손수건을 나누는 이유는 교회를 위해 더 많이 기도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임직자들이 선물을 준비하는 이유는 예수님께 먼저 받은 은혜를 섬김으로 나누면서 기억하기 위함”이라며 “재정적 여건이 부족해도 기도할 수만 있다면 누구나 직분을 받을 자격이 있음을 보여주기 위함도 있다”고 말했다. 교인들이 손수건과 꽃다발을 준비하기 위해 십시일반 모으는 비용은 1인당 5만원을 넘지 않는다.
참여 대상자를 간소화하는 식으로 작은 임직식을 진행하는 교회도 있다. 경기도 고양 사랑누리교회(김정태 목사) 임직식엔 교인과 직계가족까지만 참석할 수 있다. 같은 교단이나 지역에 속한 노회 목회자들도 초청하지 않는다. 김정태 담임목사는 “친인척을 비롯해 노회나 주변 교회에 널리 알리는 홍보성 행사를 지양하려 했다”며 “임직자를 위한 축하 꽃다발 등 소정의 비용은 교회가 부담한다”고 말했다. 사랑누리교회 임직식은 주일 오전예배 순서 안에서 진행되며 식사는 별도로 제공하지 않는다.
세종 멀티꿈의교회(대표 안희묵 목사)에선 55세 이상 교인이라면 누구나 권사가 될 수 있다. 6개 독립교회로 구성된 멀티꿈의교회 산하 교회도 마찬가지다. 권사 서약식을 진행하는 데엔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서약식은 신년 첫 주일, 예배 자리에서 일어나 서약문을 읽은 뒤 기도로 마무리한다. 안희묵 대표목사는 “침례교단은 권사 직분이 없다”면서도 “다른 교단에서 이미 권사 직분을 받고 오신 교인들을 배려한 방식”이라고 했다. 교회는 안수집사(장로) 임직식의 경우 형식을 갖춰 진행하는데, 수건이나 떡 같은 답례품을 제외한 모든 임직 비용은 교회 재정으로 해결하고 있다.
경기도 용인 향상교회(김석홍 목사) 역시 앞선 교회들처럼 임직 헌금과 선물이 없는 작은 임직식을 열고 있다. 신임 임직자들은 교회와 합의를 거쳐 1인당 10만~20만원 선에서 손님들과 나눌 떡만 준비한다. 김석홍 목사는 “임직이란 명예가 아니라 일종의 ‘멍에’라고 할 수 있다”며 “주님이 지신 멍에는 영광스러우면서도 쉽고 가볍다”(마 11:28~30)고 전했다. 그러면서 임직식 자체보다는 직분을 맡은 자로서의 사역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준비하려고 한다고 부연했다. 김 목사는 “결혼식 준비보다 결혼을 잘 준비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지 않으냐”며 “1시간의 임직식보다는 6개월간의 임직자 교육에 더 힘을 쏟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산충신교회 장로인 이의용 교회문화연구소장은 ‘돈 잔치’로 변질하곤 하는 한국교회 임직식 문화를 두고 “임직자들이 헌금을 내거나 거액을 부담하는 관행은 임직의 본질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임직식을 ‘장로교회 대의정치의 꽃’으로 표현하며 “임직식은 돈이 오가는 자리가 아니라 교인들과 임직자 간의 기대와 격려, 다짐이 오가는 자리가 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불필요한 외부 인사 초청이나 긴 행사 대신 교회 내부에서 충분한 소통과 기도로 임직식을 진행하는 것이 임직식의 본질에 더 가깝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