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병입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가슴이 아프다고 호소한 동생을 병원에 데려갔을 때 들은 소리였다.
"왜 좀 더 일찍 데려오지 않았습니까."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의 말.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정훈도 같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가정 형편 때문에 쉽게 병원에 데려올 수 없었던 게 화근이었다.
그게 벌써 얼마 전의 일이다. 오늘 최정훈은 다시 한 번 굳은 결심을 하고 그 의사 앞에 서있었다. 정훈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선생님,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필요하다면 제 심장이라도……."
의사는 안경을 추켜올리며 말했다.
"법적으로 안 됩니다. 정훈 씨가 교통사고로 뇌사 판정이라도 당하지 않는다면요. 심장 기증이 그렇게 어렵습니다. 게다가 동생분이 자기 오빠의 목숨을 대신해서 사는 걸 달가워하겠습니까."
맞는 말이었다.
'그래… 하림이 곁엔 내가 필요해……'
아직 하림이가 혼자 살기에는 세상의 풍파가 너무 거셌다. 자신이 하림이를 지켜줘야 된다. 그러나… 이대로는 그 하림이의 목숨마저 못 지켜줄 수가 있다……
"의사 선생님… 어떻게든 우리 하림이, 우리 불쌍한 하림이만은……."
정훈은 의사 앞에 무릎을 꿇었다. 북받쳐 오르는 슬픔 끝에 그 동안의 하림이의 인생이 스쳐 지나갔다.
어머니는 하림이를 낳자마자 돌아가셨다. 정훈 자신이야 어린 시절 기억의 한편에라도 있지만, 하림이는 엄마 품에조차 안겨보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아버지는 최악의 인간이었다.
그 날.
자신이 조금만 더 일찍 집에 돌아갔다면……
자신이 조금만 더 일찍 알바를 끝마쳤다면……
술 취해 망나니가 된 아버지.
술 취해 망나니가 된 개.
그 날 그 짐승은 사슴 같은 눈망울을 하고 있는 어린애를, 자신의 딸을, 더럽히려 했다.
정훈은 동생을 데리고 도망쳤다. 그리고……
"흑, 흑… 우리 불쌍한 하림이……."
정훈이 팔에 얼굴을 묻었다.
'어떡해…… 오빠가 어떻게 해줘야 돼……'
그러다 정훈은 불현듯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장기 매매! 장기 매매라면 어떻습니까? 심장을……"
정훈은 말하는 사이에 깨달았다. 의사가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장기 매매 자체가 원래 불법이지만… 세상에 심장을 팔려는 사람이 어딨겠습니까."
맞는 말이다…
'게다가 나는 돈도 없지 않은가.'
정훈은 고개를 떨궜다.
"더군다나 동생분의 혈액형이 워낙 희귀한지라, 구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뇌사한 사람의 심장을 받으려 한다고 해도요."
"그래도… 무슨 방법이……."
아직 정훈의 목소리에는 포기하지 않는 집착이 남아 있었다. 포기할 수가 없었다.
갑자기 하얀 의사가 심각한 어조로 물었다.
"정말 여동생을 살리고 싶으십니까?"
"네……"
"무슨 짓을 해서라도?"
"네!"
물으나 마나였다. 정훈의 대답은 확신에 차있었다. 이윽고 의사의 눈이 샐쭉해졌다.
"그러시다면……"
1부 사신
http://novel.naver.com/challenge/list.nhn?novelId=362030
네이버 웹소설에서 올리고 있는 소설입니다. 다포대 살인사건도 있던데 원래 여기 건가 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