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근무하고 그만 두었던 직장에 다시 출근하기로 했다. 2년 동안 집안 일 만 하면서 전업주부의 시간을 즐겼다. 가족을 위해 밥을 하고 집안 일도 하고 틈틈히 나 자신 건강도 챙기고 외모 관리도 하면서 알차게 2년을 보냈다. 그러다가 우연히 던킨도넛츠 매장에 들렀다가 점장님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주말 알바를 하기로 했다.
2년의 공백 때문인지 다시 직장 생활을 한다는 것이 설레이기도 했지만 뚝 떨어진 시력 때문에 걱정이 되기도 했다. 행여나 계산대에 놓인 컴퓨터 글자가 보이지 않으면 어떻하지? 새로 나온 신메뉴를 익히는 과정에서 글씨가 보이지 않으면 어떻하지 ? 일단 출근해서 일하다가 글씨를 보는 일에 어려움이 생기면 그땐 그만 두면 되지 이렇게 나 자신을 달래고 위로 하며 보건증을 만들고 출근 준비를 하나 둘 했다.
드디어 첫 출근. 10 년을 출근 했던 직장이라 그런지 자리에 대한 어색함은 없었다. 그냥 잠시 긴 휴가를 다녀온 느낌이었다. 근무복을 입고 계산대 앞에 섰다. 걱정 했던 대로 컴퓨터 글자가 예전처럼 선명하게 보이지 않고 흐릿하다. 다행히 음료와 도넛츠 자리가 큰 변동이 없다. 음료 이름 글자와 도넛츠 그림이 흐릿해도 손가락은 익숙하게 자기 자리를 잘 찾았다. 계산대에 서 있는 나를 본 손님들이 많이 놀래면서도 먼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환하게 웃는 얼굴로 반겨주는 단골 손님 때문에 덩달아 내 얼굴에도 웃음이 그치지 않았다. 10 년을 근무 하게 만든 것도 단골손님들의 애정 덕분이라고 생각하니 정겨움이 밀려온다.
앞으로 얼마 동안 더 일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손님들에게 웃는 얼굴로 커피를 팔고 도넛츠를 팔자고 나와 약속을 한다. 서비스업은 웃음이 생명이다. 무표정으로 온 손님도 매장을 나갈 때는 웃는 얼굴로 돌아 갈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사람을 웃게 하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방법은 알고 있다. 오랜 서비스업에 종사한 경험에 의하면 내가 웃으면 대부분의 손님도 웃었다. 웃음도 연습이 필요하다. 그래서 출근을 하지 않는 날은 입꼬리를 올리는 연습을 해보기도 한다. 습관처럼 입꼬리를 올리다 보면 웃음이 헤픈 알바생이 되리라. 웃음이 헤픈 여자는 성공 한다는 어느 작가님의 말이 떠오른다. 작가님이 말하는 성공이 어떤 의미의 성공인지는 모른다. 다만 나는 적성에 맞는 내 일을 사랑한다.
" 계산대 컴퓨터에 희미한 글자를 손가락이 익숙하게 찾아 주듯이 습관처럼 웃는 얼굴로 일을 잘 해보자. 넌 할 수 있어. "
오랜 세월 그 자리에 있는 점장님 한결같이 던킨을 찾는 단골손님에게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