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이 자동차 강판의 전진 기지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해 말 현대하이스코 냉연 사업 부문을 합병하면서 본격적으로 초고장력 강판을 생산하게 된 것이다.
현대제철이 만든 초고장력 강판은 최근 현대자동차 가 출시한 신형 제네시스와 LF 쏘나타에 절반이 넘게 들어가면서 구매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전 자동차들에는 초고장력 강판이 전체의 20% 가량 들어갔지만 신형 제네시스와 LF 쏘나타에는 2배 이상 더 많은 양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초고장력 강판은 1㎟ 굵기의 철사에 60㎏ 이상의 물건을 매달아도 끊어지지 않는 강도를 갖고 있다.
현대제철은 당진에 위치한 2냉연공장을 앞세워 초고장력 강판의 품질을 높여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향후 현대·기아차의 품질 향상까지 기대하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2냉연공장에서는 120kg급의 초고장력 강판까지 생산할 수 있다”며 “차량에 이를 적용할 경우 탑승자의 안전도를 높이고, 차체의 무게를 줄여 연비개선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2냉연 공장은 당진의 반도체 공장”
지난 11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 위치한 2냉연공장을 찾았다. 지난해 5월 상업 생산을 시작한 이 공장은 착공 때부터 자동차 강판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 이 덕분에 공장 안은 초고장력 강판 생산에 최적화된 시설들로 가득 차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위해 9220억원을 투자했고, 현재 2냉연공장에서는 냉연 강판과 아연 도금 강판을 연간 150만톤 생산하고 있다.
쇠가 벌겋게 달궈진 상태로 만들어지는 열연 강판과는 달리 냉연 강판은 상온에서 만들어진다. 냉연공장에서는 먼저 열연 공장에서 넘어온 열연 코일(고철을 녹여서 만든 제품)을 레이저 용접기로 이어주는 작업을 한다. 이후 강판의 모양을 바로 잡고, 표면의 불순물을 제거한다. 미세 불순물을 한번 더 없애기 위해 염산이 담긴 탱크를 거친 강판은 구매자의 요구에 맞는 폭으로 재단되고, 압연 과정을 거쳐 표면을 부드럽게 만드는 소둔 공정을 거친다. 이후 이 강판에 도금을 하는 과정을 거쳐 초고장력 강판으로 태어난다.
냉연 제품은 특히 철강의 ‘반도체’로 불린다. 생산 공정에서 먼지 같은 작은 불순물이 들어가도 향후 가공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공장 안에서는 공정 도중 불순물이 묻지 않도록 철저하게 강판을 관리한다. 공정이 진행 중인 공간을 비닐로 덮어 놓은 모습은 흡사 반도체를 제조하는 클린룸(먼지가 전혀 없는 방)을 연상케 할 정도다.
불순물 제거 작업도 철저하다. 염산탱크 내부를 통과하면서 강판 표면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산세 작업을 거치고, 냉각 압연 후 강판 표면에 묻은 압연유와 이물질 등을 제거하기 위해 알칼리를 분사하고, 솔(브러시)과 전해탈지 등의 공정도 한다.
◆ 냉연 품고 달라진 현대제철
현대제철은 현대하이스코 냉연 부문을 품으면서 제품 배합이 개선되고, 의사 결정이 빨라지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생기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현대제철이 현대하이스코 냉연 부문과 합병하기 전 제품 포트폴리오를 보면 전체 제품 구성에서 열연이 51%, 형강이 17%, 철근이 16%를 차지했다. 하지만 합병 후에는 냉연(32%), 열연(19%), 형강(17%), 철근(16%) 등의 제품이 골고루 구성되게 됐다.
소비자들이 필요한 철강재도 빠르게 일괄 공급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구매·물류·재고관리·유틸리티 시스템이 합쳐지면서 일괄 수주가 가능해지고 납기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재고·물류 관리 통합으로 납기가 단축되고, 재고 최소화를 통해 운전 자금이 줄어든다”며 “합병에 따른 비용 절감으로 회사의 수익도 더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 현대제철, 車 소재 ‘메카’로
현대제철은 초고장력 강판과 신강종·미래강종을 통해 회사 경쟁력을 높여갈 계획이다.
실제로 지난 4월 8일 현대제철은 2015년까지 100만톤 규모의 특수강(고강도·내마모성이 요구되는 엔진, 변속기 등 파워트레인용 부품에 이용되는 소재)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냉·열연 제품에 이어 차량용 소재의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작업의 일환이다.
현대제철은 이를 바탕으로 현대·기아차와 부품 소재 개발 초기 단계부터 힘을 합쳐 완성차 경쟁력을 높일 방침이다. 현대제철은 “엔진, 변속기 등 파워트레인용 부품에 사용되는 핵심 소재를 구매사의 요구에 맞춰 제때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며 이를 바탕으로 완성차의 미래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