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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공지영 1988년 계간 <창작과 비평> 가을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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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으로서의 삶에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소설
작가가 10년 전 읽었던 어느 책 속의 실제 이야기가 모티브가 되어 탄생한 [높고 푸른 사다리]
줄곧 마음 속에 품고 있던 이야기가 본격적인 집필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삶과 죽음, 신과 사랑 등 잔인하고 기이하며
때로는 신비로운 인간 삶의 본질적 뿌리에 대한 질문들을 던지고,
작가의 개인적인 방황에도 종지부를 찍으며, 한 젊은 수사의 인생 순례이야기로 풀어냈습니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무엇을 지킬 것인가?
취재하러 수도원에 갔는데, 마침 나이까지 비슷한 정요한 수사라는 분이 계셨다.
그런데 소설을 쓰는 중간에 이 분이 갑자기 돌아가셨다.
많이 충격을 받았고, 인생에 대해 숙연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인생의 커다란 봉우리를 넘는 순간 어떤 자세로 내 삶을, 나를 돌봐야 할 것인가?
마지막까지 잃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가? 나는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 작가 인터뷰 중에서
작가의 말처럼 우리의 인생에는 수많은 봉우리들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갈수록 빨라지는 시대의 흐름 탓인지
우리는 각자의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단 1분의 여유조차 갖고 있지 못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내게 찾아올 수도 있는 그 어떤 불행에 대해,
마지막에 대해 어떤 방법으로든 전혀 대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일겁니다.
과연 내 앞에 갑작스레 놓여진 커다란 봉우리를 우리는 어떻게
좌절하지 않고 넘어갈 수 있을까요?
“……오늘은 창밖으로 바람이 많이 불더라구요. 바람은 잡을 수 없어요.
한 방향으로만 불어 가니까요. 그리고 가버리니까요. 강물도 그렇죠.
한번 흘러간 강물은 더 이상 방금 전의 그 강물이 아니죠. 시간도 한 방향으로만 흘러요.
말할 것도 없죠. 이 세상의 모든 흘러 다니는 것 가운데
어떤 한순간 한 지점에서 양방향으로 흐르는 유일한 것은 사랑이에요.
- 높고 푸른 사다리 본문 중에서
이 소설은 우리의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절대적인 것,
바로 사랑에 대해서도 다양하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 이야기부터 남녀 사이의 사랑 이야기,
수도사들의 인간과 신을 향한 사랑 이야기, 인간의 인간에 대한 사랑 이야기...
이렇게 다양한 사랑 이야기는 혼자로는 지극히 약하기만 한 인간에게
사랑이라는 것이 우리 인생에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또 어떠한 보탬이 되는지를 보여줍니다.
'시간은 모든 것을 마모시킨다. 본질적인 것만 남기고. 결국 젊음도 본질적인 것은 아니었다.
그것도 마모되니까. 그러나 사랑아, 언제까지나 거기 남아 있어라.'
하고 말하는 소설 속 인물의 말처럼
각자의 생의 수많은 봉우리를 오르내리며 사랑하는 법을 배우시기를 바랍니다.
이 소설을 읽기 전에, 혹은 읽은 후라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세요.
'내 생에 마지막으로 지켜야 할 것,
마지막으로 가지고 갈 수 있는 단 한 가지는 무엇일까?' 라고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