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MBC 의학전문프로그램 '닥터스'에서는 몸무게 168kg의 초고도 비만환자 이유경씨(44)의 사연을 전하면서 당시, 비만환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출산 후 체중감량 실패, 남편과의 불화, 고부간의 갈등으로 시작된 스트레스는 과도한 폭식으로 이어졌고, 심지어 자신의 몸을 통제하기 어려울 만큼 70kg대였던 몸무게가 168kg까지 불어나게 된 것이다.
당시 의료진은 당뇨와 고혈압, 위장장애, 지방간, 호흡곤란 등 수없이 많은 합병증으로 인해 이대로 방치가 된다면 앞으로 몇 년을 살기 어렵다는 극단 적인 진단을 내리기도 했다. 비만이라는 무서운 자신의 병과 목숨을 담보로 한 체 힘겹게 살아가는 유경씨에게 그 어떤 꿈도 희망도 보이지 않는 듯 했다.
그로부터 3년 뒤, 얼마 전 CBS 블로그다큐 <예수와 사람들> 헬스 트레이너 정주호씨편 촬영을 위해 이유경(44)씨의 집을 찾았다.
“혹시, 이유경씨 댁이 맞는지요?”
“네. 맞아요.”
“유경씨 집에 안계신가 보죠?”
“제가 이유경인데요. 무슨 일로 그러시죠?”
내 앞에 서있는 40대의 평범한(몸집이!) 주부가 자신을 유경씨라고 소개했다. 순간 나는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유경씨는 볼 살이 늘어져 크게 보이던 얼굴은 몰라보게 갸름해 졌고, 이목구비도 뚜렸해져 있었다. 성인 남자 두 명이 감싸도 잡히지 않던 70인치의 허리는 30인치로 줄었고, 무엇보다 대인기피증과 조울증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집에서 운둔생활을 해야만 했던 지난 날, 168kg의 유경씨가 아닌, 자신을 당당히 소개 할 정도로 위풍당당한 70kg의 유경씨로 변신해 있었다.
“많이 변했죠. 동내 사람들조차 저를 몰라봐요(웃음).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이 얼마나 살이 빠졌느냐 인데... 음, 3년 전, 방송에 나갔을 때 몸무게가 정확히 168kg이었는데 오늘 아침 체중계를 달아보니 정확히 70kg이에요. 98kg 감량이 된 가죠.”
3년 전 모습과는 달라진 현재 유경씨의 모습, 현재 체중은 70kg이다
시원스레 자신의 체중을 밝히는 유경씨. 방송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육중한 몸무게를 알고 있는지라, 이제는 애써, 자신의 몸무게를 감출 이유가 없어 보였다. 오히려, 아직도 더 체중 감량을 해야 한다며 너스레를 떠는 유경씨를 보며, 그간 어떻게 살을 뺐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3년 전, MBC ‘닥터스’ 프로그램에 나간 후, 한 건장한 사내가 집에 찾아왔어요. 자신을 헬스 트레이너라고 밝힌 후, 육중한 저의 살을 빼주겠다며 말이죠. 처음에는 황당했지만, 3개월 간 단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설득을 시키는데, 당해 낼 수 없더라고요. 정말, 속는 샘 치고 시키는 대로 식이요법과 병행하며 죽기 살기로 운동을 했던 거죠.”
그런데, 유경씨가 살고 있는 집 근처 어딜 찾아봐도 그 흔한 헬스클럽이나, 운동할 수 있을만한 학교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저 보이는 건 산과 하천, 넓게 펼쳐진 논과 밭만 있을 뿐. 도대체 어떻게 운동을 한 걸까? 조심스레 다시 물었다.
“저의 다이어트 비법을 공개한다면...(웃음) 무공해 자연운동이라고 할까? 산이 있어, 등산을 했고, 돌을 아령으로 삼아 들었고, 밭에서는 채소들 심고, 따는 운동을 했어요. 처음에는 이런 것이 운동이 될까 의심도 했는데,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고.. 서서히 몸무게가 빠지면서 자신감도 생기더라고요. 주변 사람들은 그러다 죽을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말도 했지만, 저는 살기 위해, 가족을 지키기 위해 살을 뺀 것이고, 오히려 우려했던 건강마저도 좋아지니 세상에 새롭게 태어난 기분마저 들더라고요.”
그야말로 죽음까지 담보한 살과의 전쟁에서 인생역전 한 유경씨다. 하지만, 그의 피나는 노력 뒤에는 국내를 넘어 세계적 배우로 거듭난 이병헌, 장동건, 배용준을 비롯한 다니엘 헤니, 이범수, 하지원, 최지우등 수많은 톱스타들의 몸매를 책임지고 있는 국내 최고의 헬스 트레이너 정주호(39)씨가 이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30대 중반, 국내 8만 여명의 트레이너 가운데서도 가장 동경의 자리인 W호텔 헬스 트레이너 수석코치로서 최고의 자리에 있던 주호씨. 하지만 기독교인인 그는 주일을 지키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보장된 미래를 포기하고, 결국 2년 만에 호텔 매니저 자리를 내려놓고 나오게 되었다. 그렇게 하나님 때문에 졸지에 백수가 된 주호씨. 그는 그 뒤로 반년 이상을 청년 실업자 생활을 이어가야했다.
“호텔 트레이너 매니저를 그만 두고 난후, 40일 새벽기도부터 시작해, 탄식의 기도, 회개의 기도가 매일 이어졌어요. 하지만, 상항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고, 오히려 지금의 내 모습을 보며 불안한 마음까지 들었어요. 하지만, 그 무렵, 우연히 TV를 보다 168kg의 한 아주머니가 몸무게 때문에 걷는 것조차 힘든 모습을 보고는 경기도 연천까지 한숨에 달려갔죠. 오직, 살을 빼드려야겠다는 생각만 가지고.. 그런데, 몇 번이고 찾아가도 거절하는 거예요. 자존심도 상했지만, 그래도 오기로 매달렸죠. 그로부터 3개월 만에 승낙을 받는 순간, 하나님이 내게 주신 첫 번째 미션 이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로부터 3년 후,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졌다. 168kg 거구의 유경씨가 70kg의 평범한 여자로 돌아온 것이다. 지금도 유경씨는 주호씨가 알려준 '자연주의(?)' 운동을 매일 거르지 않고 반복하고 있다고 한다. 단순히 살을 빼는 것보다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 헬스 트레이닝의 더 큰 목적이라고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유경씨는 주호씨 덕분에 영혼의 건강까지 덤으로 얻었다고 한다. 유경씨도 주호씨와 같은 신앙을 갖게 된 것이다.
생명까지 위협받던 초고도 비만 환자 유경씨, 그리고 자기의 선택이었지만 실업과 불안한 미래 속에서 고민하던 주호씨,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그들은 새로운 삶과 자신감을 서로 주고 받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