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요, 라흐마니노프 / 나카야마 시치리 / 이정민 옮김 / 블루홀6
피아니스트 탐정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소설이라고 한다. 도서관에 전작 [안녕, 드뷔시]가 도착했다는 이메일이 왔는데 화요일까지 기다려야 한다.
음악대학과 오케스트라에서 벌어진 도난 사건과 그 해결 과정을 담고 있다. 배경이 배경이니만큼 클래식 음악 전반에 관해 다루는 부분이 많다. 차이코프스키와 라흐마니노프의 작품에 대한 해설을 뜻하지 않게 접할 수 있다. 클래식 연주를 마치 프로 축구나 야구 등의 스포츠 경기를 중계하듯이 독자들에게 전하기도 한다. 음악을 글로 접하니 다른 종류의 감동이 오는 듯하다.
인간이 하는 어떤 작업이든 인간을 도외시한다면 그 작업이 어떠한 것이든, 심지어 신을 드높이는 숭고한 작업이라 칭하는 일 일지라도 그것은 무의미한 것이리라. 연주가 아무리 신의 경지에 이른들 그것은 모래 위에 올린 바벨탑과 같은 것임을 소설은 이야기한다.
한 피아노 거장이 능력의 한계를 발견한 자기 아들과 손녀를 어떤 기준으로 대했는지 그리고 그 결과 사람이 어떻게 망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한편, 가족을 구할 수 있다면 나의 목숨과도 같은 음악을 기꺼이 버릴 수 있는 사람을 등장 시켜 음악으로 성공한 자와 비교하고 있다.
최근에 우연히 접한 애니메이션 영화, [코코 Coco, 2017]가 있다. 한 가장이 음악을 위해 가정을 떠나고, 그 가족은 대대로 음악을 금기시한다. 그러나 유전자 속에 들어 있는 재능은 피를 타고 세대를 거쳐 흐른다. 이는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숨어서 음악을 하던 아이가 신비한 힘에 이끌려 저승의 고조할아버지를 만난다. 할아버지는 그에게 쓰인 오해에서 해방되고, 가족에게는 음악과 함께 평화가 찾아온다는 내용이다.
순수 예술에 인간의 욕심이 더해졌을 때 우리는 그 예술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그 욕심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을 것이다. 더 좋은 작품을 위한 욕심일 수도 있고, 명예나 금전적 보상일 수도 있다. 그 욕심을 어느 정도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까?
예술 작품을 접하고 우리는 감탄을 한다. 좋은 음악을 듣고 감흥을 받지만, 그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는 자의 배경을 접하고는 이내 시들어지기도 한다. 예술 작품은 어디까지를 작품의 속성으로 보아야 할까?
명작에 대열에 속하는 문학작품, 회화, 음악 등의 작품의 이해 수준을 높이려고 작가의 정신세계와 그 시대 상황 등을 애써 찾아보기도 한다. 모든 경우가 도움이 되는 것만은 아니다.
연주하는 사람의 배경이나 심성을 작품의 수준과 연관 지어 본다면 안되는 것일까? 연주를 듣고 감동을 하느냐 마느냐는 연주하는 자가 아닌 듣는 자만의 몫이라고 정의하기에는 석연치 않다. 결국 사람이 만든 예술이란 조금도 일반화시킬 수 없는 영역은 아닐까? 재미있는 소설을 읽고 쓸데없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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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활을 건드리지도 않는 날마저 있었다. 생활이 꿈을 좀먹는다. 36
"자신한테 하는 거짓말은 정신을 좀먹는 법이야." 89
"과학과 의학이 사람을 습격하는 불합리와 싸우기 위해 존재하듯이 음악 또한 사람 마음에 도사리는 두려움과 나약함, 비정함을 없애기 위해 존재하지. 겨우 손가락 하나로 모든 사람에게 평온을 줄 수 있다는 건 거만하기 짝이 없는 생각이야. 하지만 단 한 명이라도 음악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리고 자신에게 연주할 수 있는 재능이 있다면 나는 당연히 연주해야 한다고 생각해. 음악을 연주하는 재능은 신이 보낸 선물이지. 그걸 다른 사람과 나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데 사용하고 싶지 않나?" 242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자네들 연주에 용기를 받지 않았나. 음악이란 건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아닌가.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까지 움직인 사람이 프로가 되지 못할 리가 없지." 260
"어떤 작곡자든 인간인 이상 그가 살았던 시대 분위기와 무관해서는 안 돼. 당시 러시아는 혁명 전야 ···· 308
이제야 나는 깨달았다.
음악는 직업이 아니다.
음악는 삶의 방식이다. 331
"남의 죄를 대신 뒤집어쓰는 건 본인에게 속죄할 기회를 빼앗는 일이지. 자기희생이라는 말은 듣기 좋긴 해도 자기도취가 되기도 하는 법. 자기도취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게 된 사람이 도망칠 길밖에 되지 않아. 게다가 진실 하나를 숨기느라 다른 사실까지 숨겨 버리는 경우도 있지." 348
"뭔가를 만들어서 표현하는 자에게 정점이나 종착점은 없네. 통과점만 있을 뿐이지. 그걸 깨달았을 때는 더 이상 내게 남은 시간이 없더군·····." 358
번역가가 소개한 영화 및 드라마
영화 [파가니니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
드라마 [노나메 칸타빌레]
다큐멘터리 [파이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