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서를 빼면 간만에 책이란 물건을 보고 있습니다. 부끄럽지만 말입니다.
그레이엄 앨리슨의 <예정된 전쟁>인데 눈에 띄는 부분이 있어서 남기고 싶더라구요.
펠레폰네소스 전쟁의 참상과 학살에 대해 말하는 아테네 대사의 말. 멜리아 대화록.
"사실, 옳고 그른 것은 오직 양측의 힘이 동등한 관계에서만 의미가 있는 문제라는 것을 여러분도 우리만큼이나 잘 알고 있을 것이오. 현실 세계에서는 그저 강자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고 약자는 어쩔 수 없이 고통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법이오."
저자는 이것이 현실정치의 본질이라고 말하고 있네요.
첫댓글 딱히지 싶은게 저 소리 하던 아테네 델로스 동맹의 최후에는 저런 거만한 소리에 반감을 느낀 동맹시들의 이반도 한 몫했지요.
좀 다른 얘기지만 요즘 저는 사기를 숙독합니다.
개인적으로 뽑는 사기의 백미는 역시나 항우본기에요. 사마천의 해하에서 마지막 싸움 묘사는 정말 필자의 절제된 감정속에 항우의 행동만으로 소름끼치게 써냈지요.
"내가 이때까지 싸움에 임해 져본적이 없는데 오늘 형세가 이렇게 됨은 내 잘못이 아니라 하늘이 나를 버렸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싸워 그대들에게 증명하겠다"
참 비장하면서 그게 아니지 등신아 뒤지기 일보직전까지 정신 못차리네 이거 하는 생각이 같이드니 정말 미친 필력이 아닐까 합니다.
거만함이라는 표현이 딱 적절합니다. 아테네 신흥세력으로써의 인정받고 싶어하는 거만함(책에서는 명예) 그리고 스파르타 기존세력으로서의 두려움이 그리스 세계 전체를 몰락시킨 전쟁을 유발했고, 이 패턴이 인류역사속에서 지금까지 반복되고 있다는게 책의 주제입니다.
냉정하게 말하면 저런식으로 행동하니 처망했죠...-_-;;;;;
물론 빠르게 재건하긴 합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