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징하게도 오래 오래 내곁을 지켰다. 2002년도산(産) 그랜저이니 21년이 된 말그대로 똥차(?)다. 3년을 농협대학 총장님이 타고 당시 사무처장인 내가 물려받았으니 19년이 지났다. 잠시 일본 도쿄에서 지낸 1년을 빼고서라도 18년간 늘 나와같이 한 천생연분 연인(!)이었다.
그동안 가벼운 사고도 여러 번 냈다. 고치고 또 고쳐서 겉으로는 멀쩡했다.
고향 김천은 물론이요 경남 거제까지 강의를 갔다오는 등 전국을 누볐다.
[10년 타기 운동]이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이제 이십년이 지나도 거뜬히 도로를 달리는 시대가 되었다.
아직도 쌩쌩해서(?) 더 타려고 했으나 이별(폐차)한 사유는 이렇다. 매일 아침마다 같이 테니스를 치는 고향 후배가 SUB차로 갈아타니 10년 지난 자기 그랜저를 인수하라고 하기에 선뜻 응했다. 내 차를 폐차하고 인수하니 10만 원만 보태면 바꿀 수 있었다. 그것도 LPG차라 유지비도 절감할 수 있다. 인수 후 타이어를 모두 새 것으로 갈고 오일과 시트, 핸들 커버 등을 바꿨다.
10 년 이상 젊은(?) 데다가 백 만원을 들이니 새 차 기분이 들고 운전하기도 편하다. 벌써 고향을 한 번 다녀왔다.
자꾸만 그 차가 생각이 난다. 비록 무생물인 자동차이지만 너무 정이 들어서 그런지 보내고 나서 한동안 마음이 찡했다. 조용필의 노래 가운데 <일편단심 민들레야>를 좋아한다. 노래방에 가면 꼭 선곡해서 열창하는 내 18번이다.
이 노래의 가사처럼 일편단심 끝까지 나와 함께 한 애마 그랜저야, 그동안 너무 고마왔다.
나도 죽기 전에 요즘 나오는 최신식 차로 한 번은 바꾸고 싶다. 하지만 그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백수가 목돈을 마련하기가 어렵기도 하거니와 은퇴자금을 아껴 써야 하기 때문이다. 하기사 차만 좋으면 대순가. 그 안에 타고 있는 운전수가 좋아야지. 이런 개똥철학으로나마 위안을 삼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