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015년 인수한 오디오(음향 장비) 제조사 '하만 인터내셔널 인더스트리즈'(이하 하만)이 러시아 스피커 제조사 '우랄(Урал)'을 상대로 한 특허 침해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소련 시절인 1947년 설립된 '우랄'은 무선 전자제품을 주로 생산해오다 현재는 자동차 오디오 장비및 휴대용 스피커 제조에 주력하고 있다.
러시아 온라인 매체 rbc에 따르면 지난 9월 모스크바 중재법원 항소심에서 패소한 하만 측이 지난달 말까지 상고를 하지 않아 하만-우랄 특허권 침해 소송은 2년여만에(소송 제기 2021년 9월) '원고 패소'로 최종 확정됐다.
하만의 JBL 브랜드 스피커/사진출처: hi-tech.mail.ru
러시아 우랄 스피커/사진출처:ural-auto.ru
소송의 쟁점은 '우랄'이 하만의 오디오 브랜드인 'JBL'의 스피커 디자인과 기술 특허를 무단 도용해 만든 제품을 제조, 판매했다는 것. 그러나 모스크바 중재법원은 지난해 3월 스피커의 원통형 디자인이 시중에 출시된 대부분(90%)의 휴대용 스피커가 기술적 편의성을 위해 채택한 것이라는 '우랄'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항소심에서도 1심 판결은 달라지지 않았다.
현지 법무법인 '인터렉투알리니 카피탈'(Интеллектуальный капитал, Intellectual Capital)의 지적 재산권 담당인 바실리 주예프는 "이 결정은 매우 흥미롭다"며 "산업 디자인에 대한 특허권 분쟁에서 승패를 가른 것은 전문가들의 의견이었다"고 평가했다. 원고와 피고가 각기 다른 기관을 통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근거로 "디자인 침해다", "아니다"를 주장했기 때문이다.
하만은 러시아 대표적인 여론조사기관인 '브치옴'(ВЦИОМ)의 조사 결과를 인용, 응답자의 86%가 'JBL'과 '우랄' 스피커가 비슷하고, 72%는 우랄의 디자인 복제를 인정한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 유튜브 스피커 리뷰 영상 등에서 '우랄'을 ‘러시아의 JBL’로 소개하는 사례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우랄은 러시아 과학 아카데미 사회학 연구 센터의 사회학 실험실(лаборатория социологической экспертизы Федерального научно-исследовательского социологического центра Российской академии наук)의 설문 결과를 인용, 응답자의 90% 이상이 양사를 다른 브랜드로 인식하고 '러시아의 JBL'이라는 별칭은 조회수를 올리기 위한 '홍보용'이라고 반박했다.
또 다른 법무 법인의 한 변호사는 "서방의 대러 제재조치에 따라 'JBL' 브랜드는 이미 러시아 시장을 떠났다"며 "이번 판결은 러시아의 현재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정치적 판단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하만은 지난 2021년 9월 '우랄'의 'TTM-4K' 등 휴대용 스피커 4개 모델의 디자인이 'JBL'의 '익스트림(XTREME)’ 시리즈와 동일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