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IT)이 주도하는 세상에서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없는 세상이 가능키나 할까?
조만간 러시아가 그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러시아판 '구글'으로 불리는 얀덱스(yandex.ru)가 구글의 검색과 일부 비즈니스 기능을 대체하고, MS 컴퓨터 운영 체계에 오픈 소스인 '리눅스'(Linux)가 도전하고 있지만, 구글과 MS가 떠난 러시아의 IT 세상이 제대로 돌아갈 수나 있을까 궁금하다.
유력경제지 코메르산트와 EANews.ru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구글과 MS는 러시아 기업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했다. 구글은 지난 10일 밤 러시아 기업에 제공하던 'Google Workspace'(기업용 메일, 구글 문서 작성, 구글 드라이브 등) 서비스를 차단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 일부 기업들은 그동안 사용해 오던 기업용 메일이나 전자 문서, 저장한 데이터에 대한 접근 등이 막히는 일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 IT 기업 관계자는 “구글의 서비스 차단 후, 직원들은 회사 메일을 열 수도, 구글 도구를 통해 전자 문서를 관리할 수도 없어 금전적 손실은 물론, 브랜드 가치 추락 위험에 직면했다"며 "거의 모든 중요한 데이타는 구글의 기업용 서버(Google Workspace)에 남아 있다"고 말했다. Google Workspace에 저장된 러시아 기업들의 정보(데이터)는 전체의 약 3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서비스가 차단된 기업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 대상 업체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Google Workspace를 이용하는 기업은 주로 중소기업이라고 '마이오피스'(МойОфис, MyOffice) 제품 담당 에브게니 페뉴쉰 국장이 말했다. 러시아 대기업들은 사이버 보안 규칙에 따라 미국 제품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시스템 통합 전문 업체 'T1'의 관계자는 주장했다. 기업 서버가 러시아내에 있다는 것이다.
구글 러시아 법인/텔레그램
구글은 지난해 5월 러시아 법인 'Google LLC'를 청산하고, 미국 회사에서 계속 일하고 싶은 직원을 해외로 데려갈 것이라고 밝혔고, 다음달(6월) 파산 신청을 냈다.
러시아 기업을 더욱 당혹스럽게 하는 것은 PC 운영 체계(OS)를 장악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사다. MS가 러시아 기업 고객들에게 오는 9월 30일 이후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갱신을 중단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EANews.ru에 따르면 러시아 기업의 70~80%가 현재 MS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러시아 IT 업계가 각 서비스간 호환성을 지닌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기업용 솔루션을 제공할 능력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IT 전문매체 'IT채널 뉴스'는 11일 '마이크로소프트:회사는 떠나고 제품은 남는다'(Microsoft: корпорация уходит, продукты остаются)는 제하의 기사에서 MS의 구독 갱신 중단 사실을 알리면서 "놀라운 것은 구독 중단이 아니라 MS가 러시아 시장에서 비즈니스 활동을 중단한 지 1년 반이 지났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MS사가 러시아 시장의 철수에 상당히 시간을 끌었다는 뜻이다.
MS의 정보 교환및 통합작업 솔루션(위)와 엣지 프로그램/MS 홈페이지 갭처
그 사이에 러시아 일부 회사는 러시아 시스템으로 갈아타는 결정을 내렸고, 또 일부 회사는 MS 체계 속에서 대안을 마련해왔다는 사실이다. 구체적인 사항은 역시 각 회사의 기밀사항이다. 겉으로 분명히 드러나는 한가지 사실은 MS가 러시아 기업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중단하자, 러시아 기업들은 'Azure 클라우드 서비스'로 갈아탔다는 것이다. 또 MS가 미국과 EU의 대러 제재조치에 맞춰 작년 3월부터 기존 제품을 물론, 새로운 제품및 서비스의 러시아 출시를 중단하자, 러시아는 소위 '병행수입'을 통해 문제 해결에 나섰다.
러시아 시장에서 MS제품 의존도는 분야에 따라서는 90%에 달할 정도로 여전히 매우 높다. 일부 분야에서는 정부의 '수입 대체' 정책에 의해 러시아 소프트웨어의 점유율이 크게 늘어나기도 했지만, 근본적인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이론적으로 MS 서비스가 중단되면 러시아 기업 고객의 상당수는 MS 솔루션을 포기하고 IT 환경을 재구축해야 한다. Linux 및 응용 프로그램으로 갈아타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러시아 기업들이 MS 제품을 기반으로 하는 작업 솔루션을 거부할 가능성은 낮다. IT 환경을 바꾸는데 드는 많은 비용과 시간 때문이다. 새로운 제품을 구입하고, 이를 위한 IT 인프라를 재구축하고, 시스템 및 비즈니스 응용 프로그램을 교체함과 동시에 운영자와 '보안 요원', 소속 직원들에게 새로운 운용및 사용법을 교육해야 한다.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한 프로세스다.
이같은 상황에서 러시아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MS 솔루션을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조건과 방법을 찾아내는 일이다. 가장 간단한 게 MS 제품에 대한 영구 라이센스를 구입하는 방법이다. 또 라이센스의 공식 소유자인 우호국가의 '프록시' (중계) 회사를 활용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불법 복제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현지 일간지 이즈베스티야에 따르면 MS사가 라이센스 갱신을 거부하면 러시아에서 불법 복제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얀덱스 뉴스 부문인 젠(dzen.ru) 통신 기술 분야 전문가는 내다봤다.
물론, 일부 대기업은 이번 기회에 재무적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Linux 솔루션으로 갈아탈 수도 있다. 기술적으로 매우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들고, 위험도 상존한다. 지금과 같은 전시 체제에서 다른 솔루션과의 호환성을 확인해야 하는 '리눅스' 환경 구축이 쉽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IT채널 뉴스'의 결론 아닌 결론은, MS의 이번 결정이 러시아 시장 상황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모호하지만, 그 근거는 대충 이렇다.
작년 3월부터 제품 공급을 중단한 브레드 스미스 MS CEO는 지난 6월 "우리는 러시아에서 아무 것도 남지 않을 때까지 조금씩 조금씩 줄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MS는 한때 러시아 개인 PC의 윈도우(Windows) 업데이트를 차단했지만, 러시아인들은 VPN(가상 사설망, Virtual Private Network)를 통해 이를 해결하자, MS는 어쩔 수 없이 차단을 해제한 바 있다.
MS가 미국의 제재를 받지 않은 러시아 기업들과는 협력을 이어갈 것이라는 방침도 알려졌다. 특히 지난해 러시아 시장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전해인 2021년에 비해 약간의 매출 감소를 기록했을 뿐이다.
오히려 러시아의 미하일 갈루진 외무차관은 지난 10일 현지 TV채널 360도와 인터뷰에서 MS사를 러시아의 이익에 반하는 회사라고 부르며 "MS사가 러시아의 주요 인프라에 대해 사이버 공격을 가하는 우크라이나를 돕고 있다"고 비판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인지 여부는 불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