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문학(시)
추풍령을 넘으며
황명륜 지음|푸른사상 시조시화집|138×200×18 mm|208쪽|17,000원
ISBN 979-11-308-1708-8 03810 | 2020.10.10
■ 도서 소개
자연과의 교감 속에서 거듭하는 세월
황명륜 시인의 시조시화집 『추풍령을 넘으며』가 푸른사상사에서 출간되었다. 황악산 아래 자리 잡고 새소리, 바람 소리, 물소리를 들으며 시와 그림과 함께 오고 가는 세월을 담은 책이다. 시인은 산과 은밀하게 터놓는 교감 속에서 자연의 한 부분이 되어, 흘러가는 강물과도 같이 아름다운 시조와 유려한 동양화를 수놓는다.
■ 시인 소개
황명륜
본명 황의동. 동국대학교 행정대학원(교육행정 전공)을 졸업하였다. 1977년 『시문학』 천료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한국문인협회 회원, 국제PEN클럽 회원, 대한민국 정수대전 초대작가, 한국문인협회 김천지부장(1989~ 1993), 한국예총 김천지부장(1993~2005), 한국예총 경상북도지회 부회장(1994~1998), 현재는 한국예총 김천지부 고문으로 있다.
저서로는 시화집 『백지 위에 꽃눈을 놓고』, 시집 『공지에 서서』, 수필집 『길을 묻는 사람』, 『목어의 울음』 『동행인의 어떤 날』(공저) 등이 있다.
한국예총 예술문화상 대상(2005. 12), 제1회 김천시문화상(문화예술부문)(1996. 12), 예술문화 공로상/한국문화예술총연합회(1993. 10), 매일미술대전 한국화 부문 최우수상, <12월의 산촌>(1994. 4), 동아미술제 한국화 부문 특선, <산촌>(1994. 4), 대한민국 미술대전 입선, <만추>(1986. 11), 대한민국 미술대전 입선, <추명>(1983. 10) 등을 수상했다.
■ 목차
제1부 황악산 단풍
황악산 / 황악산 단풍 / 감천(甘川) / 연화지 / 우두령(牛頭嶺) / 고향 / 백두산 노을 / 조령(鳥嶺) / 가야산에서 / 독도 / 한탄강 / 태종대 / 불영(佛影) 계곡 / 갓바위 / 계룡산 / 나제통문(羅濟通門) / 운문사 소나무 / 의상대 / 금강 / 영월 청령포 / 백담사 길 / 반야사 / 직지사에서 / 운문사 / 추풍령을 넘으며
제2부 바람의 빛깔
목어(木魚) / 바람의 빛깔 / 가을 노래 / 생축(生祝) / 옥등 / 장타령 / 에밀레종 / 창문을 바르며 / 호롱불 / 청산 / 일출 / 기상(氣像) / 풍악(楓嶽) / 허공(虛空) / 태평소 / 산촌 / 춘보(春譜) / 무색계(無色界) / 소리와 바람 / 조각달 / 회상(回想) / 윤회 / 문경새재 / 수석(水石) / 폭포 / 강변을 걸으며 / 산길 1 / 산길 2 / 까치집 / 백자 / 기다림 / 산책길 1 / 산책길 2 / 호수에 앉아 / 화실에서 / 회상 / 그림을 그리는 날 / 삼산(三山)을 붓으로 삼아 / 사월 초파일 / 죽로다창(竹露茶窓) / 작설차 / 다도(茶道) / 차(茶)를 마시며
제3부 갠지스의 일출
울란바토르 근교에서 / 타지마할 / 왓아룬 사원(寺院) / 왓아룬 사원의 밤풍경 / 화산(華山) / 갠지스에 앉아 / 갠지스의 일출 / 갠지스강 / 네팔에서 / 노르웨이 빙하 / 바이칼 호수 1 / 바이칼 호수 2 / 나이아가라 폭포 / 고비사막에서 / 고비사막 열차 / 간등 사원 / 갠지스 풍경
제4부 백목련 피는 아침
백목련 피는 아침 / 백목련 / 매향(梅香) / 꽃동네 / 난초를 그리다가 / 향수해(香水海) / 월유봉 철쭉 / 개화(開花) / 낙화(落花) / 묵란(墨蘭) 1 / 묵란(墨蘭) 2 / 난꽃 / 벚꽃 아래서 / 진달래 / 한라산 개미등 철쭉 / 김룡사 벚꽃 / 들국화
제5부 봄소식
영천에 가던 날 / 돌계단 / 사진을 보며 / 정상에 오르는 날 / 봄소식 / 동해 / 유격 훈련
■ 작가 노트
■ 발문 : 시와 그림 속에 피어나는 세월의 향기 - 우한용
■ 작가 노트 중에서
추풍령을 넘나들며 항상 마주 대하는 산이 황악산이다. 기교가 없는 평범한 산이면서도 가을이면 가장 먼저 단풍이 내리고 겨울이면 눈이 제일 먼저 쌓여 무심코 살아가던 나로서는 이 산을 통해 계절을 읽을 수 있어 좋고, 새소리 바람 소리 물소리를 들을 수 있어 좋다.
인생에 있어서도 세월을 속일 수 없는 것이 어찌 계절뿐이겠는가? 세상만사에 모든 감각이 둔해지고 말수도 주는 것이 비단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스스로 세월을 잊고 사는 것이 한심스러울 때도 있다.
얼마 전 우연히 TV에서 10억짜리 승용차를 1천만 원짜리 승용차가 흠집 내는 바람에 천만 원이 몽땅 들어가도 수리비가 안 된다는 뉴스를 보았다. 그만큼 사회 빈부의 격차가 심한 이 땅에 정상적인 감각으로 살아가기가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다.
갠지스 강변에서 노숙을 하며 장작 몇 개비(화장용)를 마련하기 위해 손을 벌리는 인도인, 가진 것 없이 맨발로 자연의 한 부분이 되어 살아가는 사람을 생각하면 우리는 너무 많은 것들을 소유하고 있다. 결국 인생은 모든 것을 버린다.
단풍의 화려함도 마지막 몸짓이다. 갠지스에는 재산을 사회에 내놓고 마지막 고행을 하며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을 생각하며 황악산 단풍의 의미를 새겨보게 된다.
평범한 산이면서도 아름답고 편안한 곳이 황악산이며 나에게는 가장 가까이 있는 산이다.
■ 작품 세계
우리 전통으로 본다면 ‘황(黃)’은 중앙을 뜻한다. 중국의 절승으로 이름난 황산(黃山)은 황악이라 달리 불러도 상관이 없을 듯하다. 아무튼 이 나라 중앙에 자리 잡은 산이 황악산이다. 시인은 황악산 아래 자리 잡고 시를 쓰면서 그림을 그리는 중에 오고 가는 세월을 지켜보았다. 아니 세월을 잊고자 했다.
그런데 단지 황악산을 가까이서 겪었다는 뜻은 아니다. 시인의 이름이 황악산과 연기(緣起)되어 있는 듯했다. 본명이 황의동이라니까 황명륜은 필명, 예명 혹은 법명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명륜’은 선미가 가득하다. 월정(月精) 일렁이는 ‘월인천강’을 생각하게 하기 때문이다. 또한 명륜은 불법의 수레바퀴를 떠올리게 한다. ‘법륜’은 늘 다시 법계를 향해 수렴된다. 해서 법륜상전어법계(法輪常轉於法界)라 하는 게 아니겠는가.
시방세계를 두루 비추는 밝은 법의 수레바퀴가 대지에 튼튼히 발을 디디고 시를 읊고 그림을 그리면서 운영하는 생애는 생각만 해도 아름다움을 극한 지경이다.(중략)
시인은 산과 은밀하게 터놓는 교감을 하고 있다.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는 황악산은 금관을 쓴 여인-어쩌면 선덕여왕쯤일까-으로 시인에게 다가온다. 열적어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귀를 다른 데로 준다. 계곡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잔잔하다. 그 물소리가 내 안으로 흘러들어와 그렇지, 그렇지 하면서 고개를 주억거리며 혼자 웃는다. 지나온 세월을 헤아려본다. 세월의 흐름이 이렇거니, 세월은 나를 기다려주는 법이 없다. 일월서의 세불아여(日月逝矣 歲不我與) 공자도 그렇게 한탄했거니, 그런 생각을 하는데 문득 황악산이 그 넓은 품으로 뜨거운 숨결을 내뿜으며 다가온다. 시인은 산과 하나가 된다.
― 우한용(소설가, 서울대 명예교수) 발문 중에서
■ 책 속으로
황악산 단풍
황악산 산등에
밤으로 타오른 불꽃
가지 끝 오른 눈빛
뜨거운 몸짓이다
인생도 황혼에 들면
단풍으로 물이 들고.
산과 산 마주 앉아
화답으로 지새는 밤
긴긴 날 묻어둔 연정
기름 먹은 가슴인가
지난밤 소나기에도
타오르는 저 불길.
갠지스 풍경
신(神)굿으로 열어놓은
일출의 갠지스강
밤샘 산고의 아픔
첫 울음의 자리인가
생과 사 하나인 것을
무언(無言)으로 전한다.
견공(犬公)도 두 눈을 감고
화두(話頭)를 들었는가
오늘도 해탈의 길
그들은 밟아 가고
화장장 타는 영혼들
강물 되어 흐른다.
낙화(落花)
무슨 말을 할까요
지레 벙근 꽃잎 하나
그 옷깃 구름이자
구름 또한 꽃잎인걸
입었다 벗는 그 속살
두 눈을 감을 수밖에.
등 돌린 산정(山頂)들도
자욱자국 다가와
불빛 하나 가두어두고
가슴 풀며 수런댄다
또 하나 일월(日月)의 품속
돌아앉은 그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