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저는 지난 그느름 모임에서 말씀드렸던대로 지난주 월요일(9/25)에 법무법인 YK에서 면접을 봤고, 모임 이후 추가 연락을 받아서 그 다음날 화요일(9/26)에는 법무법인 대륙아주에서 면접을 봤습니다. 두 회사 모두 규모가 꽤 있지만 성격이 매우 다른데, YK는 소위 네트워크펌(일종의 프랜차이즈)로 전국에 지사를 두고 주로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대륙아주는 소위 대형펌으로 주로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법률서비스를 제공합니다(로고스는 개인사건치고는 큰 사건을, 기업사건 치고는 작은 사건을 하는 중형펌으로 분류됩니다). YK는 건설/부동산팀으로 지원했고 지금 있는 로고스보다 사건의 규모는 작아질 수 있지만 건설/부동산 사건에 대한 전문성을 특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고, 대륙아주에 지원한 기업송무팀에서는 지금하는 업무와 비슷하지만 규모와 단가가 커지는 사건을 하게될 예정이었습니다(저는 민사사건을 위주로 수행하고, 채무불이행/불법행위 손해배상, 약정금, 공사대금, 보험금, 임금 등등 각종 계약과 관련한 소송을 주로 합니다).
결국 이번 이직이 제가 미래에 주로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변호사가 될 것인지,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변호사가 될 것인지의 기로에 해당하는 것이어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고, 일단 합격을 하지도 않은 상태에서는 제가 선택할 여지가 없었기 때문에 모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YK에 합격할 가능성이 좀더 높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YK는 떨어지고 대륙아주는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대륙아주 합격 전에는 YK에서도 건설/부동산팀 대신 기업법무팀을 제안했는데, 제가 YK로 가고자 하는 취지와 맞지 않아 거절했습니다. 여러모로 제가 2년 반 정도 쌓아온 커리어가 이미 기업송무쪽으로 정해져왔던 것 같습니다. 아마 이제 이 범위 내에서 커리어의 방향성이 정해져 가지 않을까 생각되고, 조심스럽게 근 10년 내에는 제가 홀로 개업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개인을 대상으로 한다면 한 5년차 정도부터 점차 개업을 생각하는 변호사님들이 많습니다).
2. 이직을 놓고 작년부터 기도했습니다. 저는 늘 하나님께서 분명한 응답과 길을 보여주시길 희망하지만 제게 하나님은 늘 안개 속의 빛처럼 희미하게 인도하셨습니다. 1년이 넘게 기도하며 하나님이 저를 로고스로 부르신 이유가 여기에 남아 파트너 변호사까지 하라는 것인지, 아니면 적당한 시기에 이직해야하는 것인지를 물었고, 8명의 동기 중 7명이 모두 나갈 때까지 응답을 얻지 못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회사에 남아 있었습니다. 아시다시피 회사의 업무강도는 녹록치는 않았는데, 단순히 힘들어서 나가거나 연봉을 높이기 위해서만 이직하고 싶지는 않았고, 나름의 이유와 확신을 얻고 싶었습니다.
올해 이직을 처음 결심하게 되었던 것은 기독법조인이 무엇인가를 묻기 전에 제대로 된 법조인이 되어야 한다는 한 변호사님의 말씀이 크게 와닿았기 때문이고, 기독법조인이 되겠다는 이유로 이 회사에 안주하기 보다 부단히 넓은 세상에서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워야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다소 희미한 응답이라 생각했으나 제가 1년차에 맡았던 사건들이 올해 들어서 대부분 종결했다는 점, 지난 2년 반동안 저년차 변호사로서의 폭넓은 기초를 다지는 시간이었고 이제는 성장하기 위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점, 회사 내 기도모임이 잘 정착했다는 점, 회사 리모델링 TF로 활동했었는데 올 여름에 리모델링이 잘 끝나기도 했다는 점 등을 생각하며 여러모로 로고스에서의 제 시기와 역할이 끝났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습니다.
3. 지난주 월요일에 면접을 본 YK는 2일 뒤인 수요일에 바로 탈락통보를 받았습니다. 사실 대륙아주에 불합격하면 YK라도(?) 갈 심산이었는데 YK 탈락통보를 먼저 받으니 다소 얼떨떨했습니다(YK로 이직할 경우 연봉은 거의 오르지 않을 예정으나 진로를 생각하여 지원했습니다). 그리고 연휴기간 중에 변호사 인터넷커뮤니티에서 본인이 대륙아주에 합격했다는 댓글을 보고 대륙아주에도 탈락했다고 생각했습니다(보통은 별도로 서류나 최종 탈락통보를 주지 않아 이런 식으로 각종 정보를 얻습니다). 그래서 사실 이번주 월요일, 화요일에는 아주 우울한 이틀을 보냈습니다. 기적적으로 연휴기간에 면접이 잡혀 연차까지 써가면서 공들여 면접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고 올해 5월경부터 준비해온 이직이 거의 다 끝나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떨어지고 다시 회사로 돌아갈 생각하니 착잡했습니다. 이제 어떤 회사를 목표로 이직을 준비해야할지도 갈피가 잡히지 않았습니다.
여러모로 번아웃이 온 상태였고, 연차를 포함하여 무려 10일을 쉬었음에도 지친 마음이 회복되지 않는 것을 보면서 이직이 아니더라도 우선은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퇴사를 하고 싶었습니다. 아픈 곳도 없는데 아프다는 거짓말로 휴직하겠다고 말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고 이직도 퇴직도 아닌데 현재 가지고 있는 사건을 회사 내 다른 변호사님께 이전해달라고 하기에는 다른 소속변호사님을 볼 낯이 없었습니다. 여자친구와 기나긴 이야기 끝에 대표님께 솔직히 말씀드려 휴직을 먼저 신청하고 개인사정으로는 휴직이 어렵다면 그 뒤에 퇴사 등을 고려하는 것으로 하였습니다. 휴일 직후 수요일 대표님을 찾아가서 번아웃이 와서 업무를 더 이상 하기 어렵다고 말씀드리고, 휴직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습니다. 12월부터 6개월간 휴직하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민망하게도 그 다음날인 목요일 떨어진줄 알았던 대륙아주에서 합격연락을 받았고, 그날 대표님과 경영위원 변호사님을 만나 함께 식사했습니다(법률신문 인터뷰 같이 했던 사진속 그분들입니다). 식사 후 어떤 이야기를 제가 꺼낼지 모르는 긴장 속에서 애써 즐거운 이야기를 하며 식사를 마치고 난 뒤 차를 한잔하며 이직하겠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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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글로 정리하고 싶었는데 생각에 있던 것보다 글로 옮기니 다소 장황해졌네요
퇴직하면서 생기는 일과 생각은 별도로 정리해야겠습니다.
요새 그느름 모임에 대한 여러 생각과 이야기가 있는데, 이것도 저도 함께 정리해야겠습니다.
다음주 월요일에 저는 그느름 사람들과 처음으로 긴 시간 나들이를 가게 되어 조금 설렙니다 다음주에 봬요~
첫댓글 못본 기간동안 우여곡절이 많았구만 !
내일 재밌게 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