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13일, 주간보호팀에서 재가노인지원팀으로 근무를 시작하게 되었다.
사회복지사 선생님과 동행하여 어르신 한 분 한 분 인사를 드렸다. 그 뒤 혼자 80명의 어르신과 관계 형성을 위해 만족도 조사를 2주일간 진행하였다.
신원면 세안마을 백하나 어르신을 처음 찾아뵈었을 때는 큰 풍채에 강한 인상을 가진 남자 어르신이라 쉽게 다가가기 어려웠다. 자주 뵙고 인사드리면서 천천히 관계가 형성되었다. 3년이 지나고 가장 정이 많이 든 어르신 중에 한 분이다.
작년 7월 어르신의 건강 상태와 생활 환경을 고려하여 장기요양등급 신청을 진행하였다. 어르신과 보호자인 딸과의 상담 하여 신청했지만 치매 진단이 없다는 이유로 등급 판정을 받지 못했다. 이후 어르신의 컨디션이 안 좋아 다시 상담하여 치매약을 복용한 후 재신청하기로 의논을 하였다. 10월, 11월 두 번의 병원 동행을 통해 치매약을 처방받았고, 매일 복용하는 방법을 상세히 설명해드렸다. 어르신 댁에 방문했을 때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약을 아침 약, 저녁 약 구분하고 정리해드렸다.
공단 인정조사 시 어르신 댁 방문하여 지원하고 어르신과 동행하여 의사 소견서 제출까지 마무리하였다. ‘덕분에 큰 걱정을 덜었다, 정말 고맙다.’라고 이야기해 주셨다. 방문요양서비스 연계하기 위해 서비스 제공 전 방문 요양팀과 함께 어르신 댁을 청소해 드렸다. 청소 중 어르신에게 필요 없는 물건을 정리하고 깨끗한 집에서 생활하면 더 좋다고 권유하였다. 청소 후 어르신은 ‘그만해라, 충분히 했다. 정말 고맙다.’라고 인사해주셨다.
설 명절 전, 어르신이 먼저 연락을 주어 서비스가 만족스럽고 생활이 편안해졌다고 하셨다. ‘어르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인사드리니 ‘내가 택배로 복을 많이 보냈는데 아직 안 받았나?’라고 농담도 하는 사이가 되었다. 명절 이후 점심 한 끼 같이하자고 약속하였고, 2월 6일 목요일 어르신이 잊지 않고 먼저 연락을 주셨다. 식사 자리에서 갈비탕을 대접받으며 ‘딸보다 신경 써주고 잘해줘서 고맙다, 너 밥은 내가 얼마든지 사줄 수 있다.’라고 하셨다. ‘갈비탕은 어르신이 사주셨으니 차는 제가 대접하겠다.’라고 하였으나 ‘오늘 내가 다 사주려고 나왔다.’ 하시어 거절할 수가 없었다. 덕분에 갈비탕과 커피를 대접받았다. 게이트볼 같이 하는 세 명이 동갑이라 각자 백만 원씩 내고 과정 게이트볼장에서 같이 팔순 잔치를 계획하고 있다고 이야기해 주셨다. 따뜻한 4월쯤에 초대할 테니 밥 먹으러 오라 하셨다. 어르신의 삶의 순간에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을 전했다. 초대를 받고 꼭 참석하겠다고 약속했다.
어르신이 기침 증상을 보여 병원 진료와 주사 처치를 권유하였다. 어르신은 읍내 나온 김에 병원에 들르겠다고 하셨고, 헤어진 후 저녁 무렵 다시 전화로 병원 방문 여부를 확인하였다.
“어르신, 병원 가서 주사 맞고 약 타고 하셨어요?”
“주사 맞고 약 타고 이제 막 집에 도착했다.”
“그러시구나! 오늘 어르신 덕분에 점심 잘 먹었습니다. 목소리가 영 안 좋으시네요. 오늘 따뜻하게 하고 주무세요. 외출 시에 꼭 마스크 착용하고 나가세요.”
“고마워, 전화해줘서 더 고맙다. 다음에 보자.”
재가노인지원서비스는 작년 12월 20일 자로 종결하고 방문요양서비스를 이용 중이시지만, 어르신과 함께한 시간은 단순한 서비스 제공이 아닌 정서적 유대와 신뢰가 복지의 핵심임을 다시금 깨달았다. 어르신이 먼저 마음을 열어주신 덕분에 정서적으로 가까워질 수 있었고, 작은 관심과 실천이 어르신에게 큰 위로가 됨을 느꼈다. 어르신의 일상에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드린 것 같아 보람을 느꼈다.
앞으로도 어르신이 필요로 하는 도움을 세심히 살피고, 따뜻하게 함께해야겠다는 다짐을 하였다.
3월 4일 어르신에게서 연락이 왔다. 4월에 농번기라 다들 바쁘다고 해서 3월로 당겨 3월 7일 금요일 잔치를 하기로 정했다고 하셨다. 신원면사무소, 농협, 주위 관공서 직원들도 다 초대했다고 게이트볼장에 점심 먹으러 오라고 하셨다. 알겠다고 하고 방문팀과 함께 참석하기 위해 꽃다발과 케이크를 준비하기로 했다.
3월 7일 금요일 아침 8시 전화가 왔다. ‘오늘 12시에 게이트볼장으로 점심 먹으러 와요.’ 말씀하셔서 알겠다고 하였다.
12시 방문팀과 함께 게이트볼장에 가서 진심으로 축하해드리고 맛있게 점심 대접도 받고 팔순 기념 수건도 선물로 받아왔다.
어르신 팔순잔치에 초대해주신 덕분에 생신을 함께 축하해드릴 기회가 생겨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2025년 3월 7일 금요일, 김희자
첫댓글 저에게도 첫인상이 무서운 어르신이셨는데 지내다보니 동네 삼촌인 어르신이십니다. 연락없는 자녀분보다 자주 보는 너네들이 낫다는 이야기가 저희한테는 뿌듯한 말이면서도 가슴 아픈 말입니다. 어르신 컨디션에 예민하시게 반응하시고 어르신이 등급 받을수 있도록 힘써주신 팀장님 수고많으셨습니다! 앞으로도 홧팅!!!!!
어르신의 삶을 들여다 보고 필요한 서비스를 연계하고 소통하며 좋은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보기 좋습니다.
사진 속에서 어르신이 주인이 되어 초대하고 접대 하는 모습이 멋져 보입니다.
케잌과 꽃다발을 준비한 선생님들의 마음도 참 곱습니다.
어르신이 오래 오래 건강하셔서 100세 잔치에도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일로 만난 인연이지만 세상을 살다보면 그 인연도 값지고 소중한 경우가 많습니다.
힘들 때도 있지만 좋은 일도 있기 때문에 이렇게 지내는 거지요~
살가운 성격으로 재가노인지원을 이끌어가줘서 감사합니다^^
어르신의 인생에서 기억할 만한 팔순잔치가 되었을 것 같습니다. 살뜰히 챙기는 선생님들이 있어서 얼마나 행복 하셨을까요!!! 생신잔치에 참석하시고, 딸 보다 더한 일을 한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