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칠백아흔일곱 번째
우리 애 기분상해죄
“작은 씨앗을 열매로 키워내신 사랑과 헌신을 존경합니다.” 시각장애 학생이 15년간 돌봐주시고 가르쳐주신 선생님들에게 보낸 편지 일부입니다. 포항의 어느 선생님은 갑자기 아버지를 여윈 제자가 굶지 않도록 아무도 모르게 매월 15만 원씩 7년을 도와주고 있답니다. 어제는 스승의 날이었습니다. 이런 기사를 읽으며 흐뭇한 건 잠깐, 아동복지법이 ‘우리 애 기분상해죄’가 되어 선생님들을 괴롭힌답니다.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으로 교사직을 그만둘 생각을 한 선생님이 절반을 넘었답니다. 교단을 떠난 선생님들 대부분이 교육자로서의 보람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의 샘 리처드 교수는 한국은 ‘눈치’라는 단어가 따로 있을 만큼 중요한 문화이기는 하지만, 계속 남의 기대에 맞추다 보면 자기 자신과 멀어지고, 사람들 속에서도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고 분석하면서 특히 한국에서 교사라는 직업은 학부모와 학생의 기대에 끊임없이 맞춰야 하는 만큼 지금 사회에서 특히 정신적 부담이 큰 직업이라고 소개했답니다. 지난해 손자가 학부모 민원으로 다른 학교로 전출된 선생님을 찾아가 위로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어른보다도 아이들 속이 더 깊은 것 같습니다. 우리 어릴 때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고 배웠는데, 요즘 학생은 선생님을 폭행하고도 당당하다니 뭐라고 해야 좋을까요. 다산 정약용 선생은 아이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탐색할 시간을 주고 도와주는 것이 바로 부모의 역할이라는 점을 몸소 실천했다고 합니다. 경쟁사회에서 성품보다는 지식 하나라도 더 가르치라는 학부모의 성화, ‘내 자식 기분 상하게 하지 마’라고 소리치는 학부모 때문에 선생님들이 설 자리가 없답니다. 우리 아이들 인성은 어디서 배울까요? 씁쓸한 스승의 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