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신앙보다 센가?
친구 하나가 수십년째 교제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습니다. 동창도 아니고 동향도 아니고 심지어 40대에 만난 사람들인데 지금까지 부부동반 여행도 다니며 너무 잘 지낸다는 겁니다. 그 이유가 뭘까. 그 사람들이 모두 정치성향이 같다는 겁니다. 그래서 서로 통하고 잘 지낸다고요. 그 말을 듣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치가 신앙보다 센가?" 정치성향이 달라도 신앙으로 하나가 되어야할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교회 안에서도 정치성향이 다르면 겉으로 드러내지 않아도 멀어지는 일들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갈등이 심각합니다.
설문조사를 보면 정치성향이 다르면 자식이라도 꼴도 보기 싫고, 연애나 결혼도 할 수 없고(58%), 같이 식사도 싫고, 위험한 존재로 보인다(74%)는 겁니다. 이런 대한민국을 화목케 해야할 직분을 받은 교회가 더 갈등을 부추기는 모습을 많이 봅니다. 목사님과 장로님이 분신자살을 합니다. 교회가 길거리로 나가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고 하고, 그 교회 모든 구성원들은 같은 정치성향을 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하나님의 원수였던 나를 구원하시기 위해 죽으신 예수님, 그 예수님처럼 원수도 사랑해야 한다고 부르짖어야 할 교회가 도리어 증오심을 부추깁니다. 이게 교회입니까? 예수님의 제자 세리 마태와 열심당 시몬은 원수같은 정치적 입장이었지만 조화를 이루었습니다. 세계 선교의 안디옥교회 지도자들도 인종과 학벌과 재산과 지위가 달랐지만 조화를 이루며 복음으로 세상을 변화시켰습니다.
한국도 선교 초기에 정치성향이 전혀 다를 수밖에 없었던, 주인 양반이 자기 집 하인을 장로님으로 섬기는 하나됨을 보였기 때문에 그렇게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고 부흥했습니다. 하나가 되라는 건 예수님의 유언이고 사도들의 권면입니다. 그러나 이 말은 교회가 같은 정치성향으로 똘똘 뭉쳐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런 교회가 오히려 공산주의적이며 독재국가적입니다. 태생, 학벌, 재산, 성별, 나이가 다른데 어떻게 정치성향이 하나가 될 수 있습니까? 오히려 저마다 다른 사람들이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로 조화되는 것이 성경적입니다. 그때 교회가 세상을 감동시키고 변화시키는 힘이 나옵니다. 마치 모자이크 그림이나 스테인글라스처럼요.
기독교는 정교분리를 이룬 최초의 종교였습니다. 그러나 기독교가 정치를 지배했던 중세에 교회는 가장 타락했습니다. 그래서 종교개혁이 일어나지 않았습니까. 신앙이 정치보다 세야 합니다! 그래서 원수처럼 정치성향이 다른 사람들이 교회에 와서는 무장해제가 되어야 합니다. 마치 영화 ’존윅‘에서 나오는 콘티넨탈호텔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교회에서만은 서로 싸움을 그치고 안식할 수 있도록요. 전혀 다른 정치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교회서 은혜 받고, 서로를 이해하고 품어주며, 서로 양보하여 그리스도의 뜻을 이뤄가야 합니다. 이런 ‘기적’이 일어나야 하는 곳이 교회입니다. 진보든지 보수든지 증오와 선동을 만드는 곳은 교회가 아닙니다☺
(2025년 3월 23일 주일 주보에서)